▲지난 2월 28일 오전 방통위 주최로 열린 통신사 CEO 간담회 참석자들이 사진 포즈를 취하고 있다. 왼쪽부터 하성민 SK텔레콤 사장, 이상철 LG유플러스 부회장, 최시중 방송통신위원장, 이석채 KT 회장.
김시연
'통신비 개념 재정립'은 요금 인하 차단 '꼼수'최근 방통위와 통계청 실무자들이 한 차례 만나 통신비 분류 체계 문제를 논의했지만 통계청 입장은 단호하다.
유영주 통계청 사회복지통계과 주무관은 "스마트폰과 고액 요금제, 무선인터넷 비용 때문에 요금이 오른 것으로 나오는 거지 통계청 형식 분류 때문이 아니다"라면서 "이동전화 구입비는 국제기준상 '통신비'로 분류하도록 돼 있고 이동전화 요금 고지서에 포함된 문화 콘텐츠 이용료, 도서 소액결제 등은 이미 '통신비'가 아닌 '교양·오락비'로 따로 분류하고 있다"고 반박했다.
현재 가계 통신비는 우편요금, 일반전화요금, 이동전화요금, 인터넷이용료 등 통신서비스 요금과 이동전화기, 일반전화기 등 통신기기 구입비를 모두 포함하고 있다. 방통위와 통신업계는 한술 더 떠 이동전화요금에 포함된 무선데이터 사용료를 인터넷 이용료에 포함시키는 한편 중장기적으로 인터넷 이용료를 통신비가 아닌 '교양·오락비'로 빼자고 주장한다.
김준동 방통위 통신정책기획과 사무관은 "기존 통신비 개념은 음성통화 위주였는데 스마트폰 등장 이후 무선 인터넷 사용이 증가해 '복합 문화비' 성격이 짙다"면서 "미국, 영국, 일본에서도 인터넷 이용료를 오락문화비로 분리하고 있다"고 밝혔다.
KT경제경영연구소 역시 7일 '스마트폰 시대, 통신비에 대한 이해'라는 보고서에서 "과거 전통적인 음성 영역 외에 모바일 데이터 등 미래 통신 영역은 비용보다 편익의 관점에서 바라볼 필요가 있다"면서 "인터넷 관련 지출은 통신비로 분류되어 지속적으로 규제적인 관리를 받기보다는 문화오락비로 분류되어 진흥 혹은 권장되어야 우리의 삶을 더욱 풍요롭게 할 수 있다"고 지적했다.
물가 인상 원흉으로 꼽혀온 통신비 때문에 자칫 인터넷 진흥까지 가로막을 수 있다는 주장이 전혀 잘못된 건 아니다. 문제는 방통위나 통신업계에서 이 문제를 들고 나온 의도다. 통신비 인하 압력이 나올 때마다 이 문제를 거론하는 것은 방통위나 통신업계가 순수하게 인터넷 산업 진흥을 바란다기보다 당장 눈앞의 통신비 인하를 막아보자는 '꼼수'로 보인다.
이통사 스스로 단말기 보조금과 무선데이터 사용료를 스마트폰 정액요금제에 뒤섞어 놓은 현실에서 통계청에서 단말기 값이나 무선데이터 사용료만 따로 분리해 낸다는 건 현실적으로 불가능하기 때문이다.
통신비 원가 공개하고 단말기 출고가 거품 빼야이렇듯 통신비 개념을 세분화할 경우 소비자들에게 착시 현상만 불러올 뿐이다. 어차피 소비자들은 통신비를 단말기 값이니 음성통화료, 무선데이터료, 문자메시지 요금 등 개별 단위가 아닌 총량 개념으로 받아들인다. 설사 통계청 분류 체계가 바뀌어 통신비가 줄어든 것처럼 보인다고 해도 전체적인 소비자 편익에 영향을 주는 건 아니다.
정작 중요한 것은 현재 통신요금이 원가 대비 적정한 수준인지, 100만 원에 육박하는 스마트폰 출고가에 거품이 낀 건 아닌지, 마케팅비를 명목으로 보조금을 남발하는 게 맞는지, 보다 본질적인 문제를 따져봐야 한다. 하지만 이통사들은 영업 비밀을 이유로 통신요금 원가에 대해선 철저히 입을 다물어왔다.
급기야 공정위는 최근 이통3사와 제조사를 상대로 스마트폰 출고가와 보조금 문제 조사에 나섰고 참여연대 민생희망본부는 지난 5일 스마트폰 요금제 담합과 끼워팔기 혐의로 이통3사를 공정위에 신고했다.
안진걸 참여연대 팀장은 "제4이동통신사에서 통신비 20~30% 인하가 가능하다고 하는데 통신3사 연간 순이익이 3조 원이 넘는다는 건 엄청난 폭리"라면서 "일반 휴대폰 기본 요금을 폐지하거나 절반으로 깎고 스마트폰 요금제도 3만5천 원에서 2만5천 원까지 하향 조정해야 한다"고 지적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