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jts가 지원한 북한 고아원, 양로원
권영숙
10개월 전 눈에 띄게 작았던 아이가 우리가 보낸 음식을 먹고 부쩍 큰 것을 보니 눈물이 나지 않을 수 없었다. 우리 아이들은 먹기 싫다고 안 먹는 두유가 그곳에서는 만병통치약으로 통한단다. 그만큼 영양실조가 심각하다. 하지만 남북관계의 경색으로 그 아이에게 더 이상 먹을 것을 보내지 못했는데 다행히 지난 3월 31일 정부는 북한의 영유아 등 취약계층에 대한 지원은 허용한다고 발표했다. 무엇보다 고맙고 반가운 소식이다.
북한정권에 문제가 많은 것도 맞고, 바뀌어야 한다는 것도 맞다. 2년여 전부터 정토회 통일강좌에서 만나고 있는 새터민들의 이야기를 들어보면 더 그렇다. 하지만 새터민들은 남한이 지난 10년간 보낸 쌀이 총알이 되어 돌아왔다는 의견에는 생각을 달리 했다. 오히려 남한이 준 식량이 북한동포에게 남한에 대한 나쁜 인식을 확 바꿔줬다고 한다.
왜냐하면 일단 남한에서 쌀이 들어왔다는 소리가 들리면 장마당에서 비싸게 거래되던 쌀값이 안정화된단다. 쌀값이 안정되면 가난한 사람도 밥을 먹을 수 있는 기회가 생기는 셈이다. 직접 받지는 않았느냐 물으니 받기도 했단다. 그는 10년간 남한의 지원은 북한 주민의 민심을 사는데 아주 큰 역할을 했다고 말했다.
그러다보니 북한 지도부들이 남한을 욕해도 주민들 사이에서는 욕하지 않는단다. 모든 혁명은 민심에 달려있다고 해도 과언이 아니다. 민심이 어디로 돌아서느냐에 따라 나라의 운명이 달라진다. 그러기에 정치인들이 매년 선거철만 되면 평상시에 찾지도 않던 민심을 찾으러 다니는 것은 아닐까 싶다.
남한은 쌀을 주고, 북한 주민의 마음을 얻었다일부 언론과 정치인들이 자꾸 지난 햇볕정책이 북한체제를 공고히 다져준 것처럼 말할 때마다 새터민의 이 말이 생각난다.
"남한은 10년간 쌀을 줬을 뿐이지만 얻어간 것은 북한 주민의 마음이었다." 통일비용치고 얼마나 싸게 치이는가. 며칠 전 농림수산식품부의 발표에 따르면 국내 쌀 재고량이 150만톤을 넘어섰다고 했다. 2005년부터 2008년까지 쌀 재고량이 북한동포를 지원하면서 줄어들었다가 현 정부 들어서 2009년 다시 늘기 시작했다. 우리 남한은 쌀이 남아돌아 농민들의 시름이 쌓이고, 북한은 먹을 쌀이 없어 죽음이 쌓인다.
작년 지방을 내려가다 우연히 본 플래카드는 우리 농촌도 살리고, 북한 동포도 살리는 답을 알려주고 있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