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세계인권선언 62주년'을 맞은 지난해 12월 10일, 서울 중구 국가인권위원회 앞에서 인권단체연석회의, 현병철인권위원장사퇴촉구대책회의 등의 기자회견이 열린 가운데 참석자들이 '근조 대한민국 복지'가 적힌 영정에 국화꽃을 놓고 있다.
권우성
무상복지 논쟁이 한창이다. 진보 개혁진영의 무상복지 요구에 이명박 정부와 한나라당이 강력히 저항하고 나서고 있다. 주된 논리는 무상복지를 하려면 수십 조 원의 재원이 더 필요한데 과연 감당할 수 있느냐다.
MB 정부와 보수진영의 이런 논리는 한 마디로 국민에 대한 사기와 협박에 다름 아니다. '무상의료에만 최소 30~54조가 더 들어가는데, 그러려면 국민들이 보험료를 2~3배 더 내야 하는데, 국민들아, 너희들이 그럴 각오가 되어 있어? 못하겠지?'라는 암묵적인 협박 말이다.
더욱이 30~54조는 순전히 엉터리 셈법으로 계산된 것이다. 의료서비스에 사치재보다 더한 가격탄력성을 적용해 계산한 것이다. 의료서비스의 기본 특성조차 이해하지 못하는 무식의 소치일 뿐이다.
이런 협박에 속을 필요는 전혀 없다. 오히려 무상의료를 시행하면 국민들의 의료비 부담이 늘기는커녕 줄어든다. 그것도 확! 줄어든다. 믿기지 않는다고? 찬찬히 끝까지 읽어보고 다시 판단해 보길 바란다.
'무상의료' 나라보다 의료비 지출이 많은 대한민국통계상 우리나라 국민들의 의료비 지출은 OECD 평균에 비해 상당히 낮게 측정된다. 2008년 OECD 대비 국민의료비는 6.5%로 OECD국가보다는 약 2.4%정도 적다. GDP 대비 대략 24조 원 가량 되는 셈이다. 하지만 피부로 느끼는 의료비 부담은 상당하다. 실제로도 그렇다. 왜일까?
첫째 국민의료비 비중에서 공적 지출이 차지하는 비중이 적기 때문이다. 국민의료비 중 45%가 국민들의 호주머니에서 나가는 의료비다(국민의료비는 55%의 공적지출과 45%의 사적지출로 구성되는데, 공적지출은 건강보험재정부담금+ 의료급여 의료비지출(전액 국고로 지원)+국가의 공공병원에 대한 시설 투자비로 이뤄져 있고 사적지출은 건강보험의 본인부담금(법정 본인부담+비급여 본인부담)+ 미용성형 등의 의료비 + 일반의약품 의료비로 구성돼 있다). 가장 큰 이유는 국민의료비에서 그 비중이 가장 큰 건강보험의 보장률이 60% 밖에 되지 않아서다. 중병의 경우 보장률은 55%가량으로 더 떨어진다. 의료비의 45%를 국민들이 직접부담하기 때문에, 국민들의 부담이 큰 것이다.
둘째, 국민들이 상당히 많은 지출을 하고 있음에도 실제로는 국민의료비 통계로 잡히지 않는 지출이 있다. 바로 민영의료보험이다. 적게는 27~40조까지 추산할 수 있다. GDP 대비 2~4%에 이른다.
이를 감안하면 우리나라국민의 의료비 지출(국민의료비+민간의료보험료)은 이미 8.5~10%수준이다. (사)교육비 지출과 마찬가지로 (사)의료비 지출은 상당하다. 이러니 사는 게 고달플 수밖에.
사교육비에 허리 휘고 사보험에 허리 꺾인다국민들의 의료비 지출은 교육비 지출과 비슷하다. 우리나라 전체적으로는 교육비 지출에 상당한 재원을 쏟아 붓고 있다. GDP대비 6.5%이다. 공교육 선진국이라할 수 있는 유럽의 핀란드와 같은 북유럽국가들과 비슷하다.
유럽의 경우, 보육부터 대학까지 완전히 무상교육을 실시하고 있어 아이를 교육시키는 데 아무런 부담이 없다. 반면, 우리나라는 보육부터 대학까지 엄청난 사교육비 지출에 부모들 등골이 휘고 있다. 사회 전체적으로는 교육비 지출이 비슷한데도, 우리나라 국민들은 등골이 휜다. 그 이유는 교육비를 공적으로 해결하지 못하고 사적으로 해결하기 때문이다.
교육비를 공적으로 해결할 경우, 그 재원은 세금으로 마련한다. 세금은 소득에 따라 누진적으로 부담을 한다. 반면 혜택은 공히 평등하게 누린다. 반면, 교육비를 사적으로 해결하게 되면, 부자나 서민이나 똑같은 액수를 부담한다. 학원비나 대학등록금은 부자냐 아니냐에 따라 차등을 두지 않고, 똑같이 부담한다. 그러다 보니 부자들에 비해 서민들의 등골이 휠 수밖에.
올해부터 무상급식이 시행됨에 따라, 한 자녀당 월 4~5만 원씩 연간 약 40여만 원(방학 제외)의 급식비 부담이 줄었다. 엄밀하게 말하면, 급식비를 안 내는 것이 아니라 세금으로 낸 것이라 할 수 있다. 교육을 공적 부담으로 해결하지 않고 사교육 투자경쟁으로 해결하는 한, 서민들은 항상 질 수밖에 없다. 어찌 부자들의 물량공세를 이길 수 있겠는가.
사적 의료비 지출 줄이고 공적 지출 늘리자