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피터 싱어(Peter Singer) 홈페이지(http://www.princeton.edu/~psinger)에 소개된 사진.
Denise Applewhite/Princet
피터 싱어(Peter Singer)는 1946년 호주 멜버른에서 태어났다. 그는 호주 멜버른 대학과 영국 옥스퍼드 대학에서 수학했다. 철학자로서 그가 평생 관심을 갖는 것은 실천철학이다. 따라서 그의 철학은 응용철학이라고도 불린다. 그동안 그는 민주주의와 불복종, 안락사, 낙태, 시험관 아기 등과 같은 현대사회에서 매일같이 일어나는 윤리적 문제에 어떻게 대처할 것인가를 고민해 왔다. 동물에 관한 관심사도 그러한 그의 철학 태도에서 나온 매우 현실적인 철학문제이자 윤리문제이다.
그는 <동물해방>을 비롯하여 <민주주의와 불복종>, <실천윤리학>, <범위확장>, <마르크스>, <헤겔>, <동물공장>, <재생산혁명>, <아기가 살아야 하는가>, <이렇게 살아도 괜찮은가?>, <삶과 죽음에 대한 회상>, <세계화의 윤리>,<선과 악의 대통령> 등이 있다.
그는 동물에 대한 철학적 관심을 현실적 운동으로 연결시킨 사람으로 호주 동물권익 옹호단체인 동물해방의 초대 회장과 호주와 뉴질랜드 동물협회연맹 회장을 역임하였다. 그는 현재 프린스턴 대학의 인간가치연구센터의 석좌교수로 재직 중이다.종차별주의의 역사적 기원싱어가 말하고자 하는 핵심은 인간의 도덕적 관심에 동물을 포함해야 한다는 것이다. 그는 동물이 단지 인간의 종(species)에 해당하지 않는다는 이유로 차별해서는 안 된다고 한다. 즉, 그의 동물에 대한 도덕철학의 핵심은 종차별주의를 반대함으로써, 종간의 원칙적 평등을 주장하는 것이다.
서구 역사에서 종차별주의의 근원을 찾다 보면 로마와 기독교의 영향을 거론하지 않을 수 없다. 로마제국은 콜로세움 등의 원형경기장에서 허구한 날 투기회를 열어 수많은 동물들(사자, 호랑이, 코끼리, 하마, 코뿔소, 황소, 사슴 심지어는 악어나 뱀들까지)을 사람들의 호기심 속에서 죽였다. 피에 대한 백성들의 갈망이 너무도 강했기 때문에 투기회는 곡식을 분배하는 것보다도 중요한 행사였다.
기독교는 인간의 존엄성을 신성시하였기 때문에 인권의 신장에 크나 큰 기여를 하였다. 그러나 동물과의 관계에서는 인간과 다른 종간의 차별을 공고히 한 종교로서 기록되어야 한다. 종교 중에는 불교와 같이 모든 생명의 신성함을 가르치는 종교도 있지만 기독교는 철저히 인간 중심의 종교이다. 기독교는 오로지 인간의 생명만이 신성하다는 관념을 널리 전파했다. 싱어는 이에 대해 이렇게 말한다.
"… 새로운 교의(기독교)는 여러 면에서 진보적이었으며, 그리하여 로마인의 제한된 도덕적 영역을 엄청나게 확장시켰다. 하지만 인간 아닌 다른 종에 대한 처우와 관련시켜 생각해 볼 때, 그러한 교의는 구약성서에서의 인간 아닌 동물들의 낮은 지위를 더욱 공고히 하고 저하시켰다. 구약성서에는 인간이 다른 종을 지배해야 한다고 쓰여 있지만, 그래도 거기에서는 다른 종들의 고통에 대한 희미한 관심이나마 찾아볼 수 있었다. 하지만 신약성서에서는 동물에 대한 가혹 행위에 반대하는 어떠한 명령도 찾아볼 수 없으며, 동물의 이익을 고려하는 권고 또한 찾아볼 수가 없다." (324쪽)싱어는 종차별주의가 사실상 인종차별·성차별주의의 연장선에서 이해해야 한다고 한다. 종차별이 도덕적으로 인정될 수 있는 근거는 인종차별이나 성차별과 같이 지적 능력에 대한 그릇된 믿음이었다. 즉, 유색인종은 백인에 비해, 여성은 남성에 비해, 지적 능력이 차이가 있다든지 하는 믿음은 인종차별과 성차별을 정당화한 오도된 믿음이었다.
이와 같은 믿음은 종차별주의에도 그대로 적용되었다. 즉, 인간이 다른 종의 동물에 대해서 차별을 할 수 있는 것은 인간과 그들 간의 지적 능력의 차이 때문이라는 것이다. 동물은 인간에 비해 하등동물이니 거기에 걸맞은 대우를 받는 것은 당연하다는 것이다.
그러나 오늘날 인종차별이나 성차별을 하면서 그 근거로 지적 능력 운운하면 그 사람은 정신이상자에 불과하다. 따라서 종차별주의에도 이러한 새로운 믿음은 동일하게 적용되어야 한다는 것이 싱어의 생각이다. 인간과 동물의 차이를 지적 능력 운운하며 그 차별을 정당화할 수 없다는 것이다. 만일 그것을 인정하면 무뇌아로 태어난 아기는 침팬지보다 그 지능이 못하니 그 생명권을 연장할 이유가 없다. 싱어는 이렇게 말한다.
"설령 좀 더 나은 지적 능력을 소유한다고 해도 자신의 목적을 위해 한 사람이 다른 사람을 이용할 수는 없다. 이것이 사실이라면 좀 더 나은 지적인 능력을 소유하고 있다고 해도 그로 인해 인간에게 인간 아닌 존재를 착취할 권한이 부여되지는 않는 것이다." (41-42쪽)쾌고감수 존재로서의 동물