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책 <사상의 자유의 역사>(존 배그넬 베리 저/박홍규 역, 원제 A History of Freedom of Thought) 겉그림.
바오
이런 생각을 하다 보니 한 권의 책이 생각난다. 존 B. 베리가 쓴 <사상의 자유의 역사>(박홍규 옮김)이다. 이 책은 지금으로부터 거의 한 세기 전인 1914년 영국에서 출판되었다. 이 책은 기본적으로 사상의 자유라는 주제를 서양의 종교의 자유라는 관점에서 개관한 학술적인 성격의 책이다.
이 책은 주로 지난 2천 년 동안 서양에서 기독교의 교리와 주장을 의심하라고 주장한 사상가들의 이야기를 다루고 있다. 서양사에서 사상의 자유를 쟁취하기 위해 기성의 권위와 맞서 싸웠던 많은 사상가들이 등장한다.
소크라테스, 갈릴레이 갈릴레오, 코페르니쿠스, 조르다노 부루노, 스피노자, 볼테르, 장자크 루소, 로저 베이컨, 존 로크, 제임스 밀, 토머스 페인, 프란시스코 페레르 등과 우리에게 익숙하지 않은 수많은 이성의 신봉자들이 종교적 권위와 세속의 권력에 맞서 자신의 신념을 굽히지 않고 인간의 이성의 해방을 위해 싸웠다. 물론 그들 중 많은 이가 이단으로 처벌받거나 자신이 속한 공동체에서 추방되었다. 하지만 그들의 헌신적인 노력 덕분에 우리는 적어도 20세기의 인류는 가장 소중한 사상의 자유를 확보하게 되었다고 베리는 말한다.
이 책은 우리나라가 권위주의와 독재로 사상과 양심의 자유, 그리고 표현의 자유가 극도로 제약되었을 때 지식인들에게 영감을 주었다. 1970~80년대 젊은이의 사상의 은사였던 고 리영희 선생은 교도소에서 이 책을 읽었다고 한다. 선생은 70년대 말 광주교도소에서 사상범으로 복역하면서 사상의 자유에 대한 신념을 이 책을 통하여 더욱 갖게 되었던 모양이다. 그분에게 있어 사상의 자유를 막는 권력의 이념은 중세의 종교적 권위와 다를 바가 없었으며, 그것은 또 하나의 우상에 불과한 것이었다.
이 책을 번역한 박홍규 교수도 대학 시절인 70년대 초 유신헌법 하의 살벌한 긴급조치 속에서 이 책을 읽었다고 한다. 그는 이 책의 서문에서 당시 이 책을 만난 감상을 이렇게 회상한다.
"민주주의와 인권, 정의, 사상의 자유, 언론의 자유, 학문의 자유 같은 이단의 언어들은 사전 속 활자로만 존재할 뿐 어디에서도 찾을 수 없는, 숨조차 쉬기 힘든 질실할 것 같은 분위기 속에 이 책은 나에게 사상의 오아시스이자 사상의 자유를 고뇌하는 근거가 되었다." (10쪽) 이처럼 이 책은 인간의 기본적 자유가 부인되던 권위주의 시대를 살아온 우리의 지식인들에게 역사의 희망을 간직할 수 있게 해주는데 일정한 역할을 한 책이다. 나는 이 책에서 말하는 자유의 역사는 인류의 역사가 지속되는 한 영원하다고 생각한다. 어떤 시대도 인간의 자유는 제한될 수 있기 때문에 그것을 쟁취하기 위한 인간의 노력은 계속될 수밖에 없기 때문이다.
그것은 우리의 자유의 역사를 보아도 명확하다. 권위주의 시대를 마감하고 민주정권이 들어서면 자유를 위한 투쟁도 끝이 날 것이라고 생각하였지만 지난 몇 년을 돌아보면 자유란 한 번 얻어졌다고 영원히 계속되지 않는다는 것이 입증되었다. 이명박 정부 들어서서 나타난 일련의 보수화 물결은 인권의 위축을 가져왔고 우리의 사상과 표현의 자유에 심각한 위험 신호를 보내고 있다. 그런 면에서 이 책을 읽으면서 사상의 자유가 어떤 과정을 통해 서구사에서 정착했는지를 알아보는 것은 우리에게 있어서는 말 그대로 반면교사라 생각한다.
존 B. 베리는 누구인가?