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대전지역 상인들이 자신의 건물에 SSM을 유치한 이희재 대전시의원의 의원직 사퇴를 촉구하는 결의대회를 열고 있다.
오마이뉴스 장재완
자신에게 살림을 맡긴 주인의 주머니를 터는 머슴이 있다면 어떻게 해야 할까요? 그 머슴에게 다시 살림을 맡기자고 한다면 주인은 동의해 주어야 할까요?
옛날 옛날 호랑이 담배 먹던 시절 이야기가 아닙니다. 현재 대전시의회에서 일어나는 일입니다.
지난해 6월 대전시의 살림을 잘 들여다보고, 감시하고, 더 나아가 시민들의 살림살이 좀 나아지도록 노력해 달라고 시민들이 투표를 했습니다. 그렇게 선출된 사람들이 바로 대전시의원들입니다. 그들은 시민들을 주인으로 섬기는 머슴이 되겠다고 다짐했고, 시민들은 그런 그들을 믿고 살림을 맡기면서 세금을 걷어 '녹'을 주고 있지요.
그런데 참 이상일이 생겼습니다. 이희재라는 이름의 시의원이 자신의 건물에 SSM(기업형슈퍼마켓)을 유치한 것입니다. 자신에게 살림을 맡긴 주인들, 곧 지역상인들을 배반한 것이지요. 더욱이 이 의원은 이러한 대기업의 자본을 앞세운 횡포에 맞서 지역 소상공인들을 보호해야 하는 '산업건설위원회' 소속이었습니다. 한 마디로 자신의 배를 채우기 위해 자신에게 살림을 맡긴 주인들의 주머니를 털은 셈이지요.
그런 그에게 지역 상인들과 여론은 의원으로서의 자격이 없다며 의원직에서 스스로 물러나라고 압박했습니다. 이에 이 의원의 소속 정당이었던 자유선진당은 이 의원의 출당을 검토했고, 이 의원은 수모를 당하기 전 재빠르게 탈당했습니다. 또한 동료 의원들도 이 의원의 잘못을 지적하며 한꺼번에 싸잡혀서 욕먹게 하지 말고 빨리 결단을 내리라고 거들었습니다. 그러면서 윤리위원회에 그를 회부했습니다.
그렇게 시간이 흘러 지난 3월 14일 대전시의회 '윤리특별위원회'가 이 의원에 대한 징계를 의결했습니다. 결과는 '출석정지 21일'. '제명'이라는 극단의 징계는 아니라 하더라도, 겨우 3주간 출석정지라는 '솜방망이' 징계에 '제 식구 감싸기'라는 비난이 쏟아지고 있습니다. 지역 상인들은 당장에라도 대전시의회로 달려오겠다고 분개하고 있고, 시민단체와 정당 등은 논평을 통해 이 의원은 물론, 대전시의회를 강력하게 규탄하고 있습니다.
더욱 시민들을 분노케 하는 것은 대전시의회 윤리특위가 솜방망이 징계를 결정한 이유로 상임위원회를 타 상임위원회로 변경하겠다고 이 의원이 밝혔기 때문이라는 변명을 늘어놓은 것입니다. 다시 말해 다른 분야의 살림살이를 맡길 테니 이제 그만 용서해 달라는 것입니다. 지금도 버젓이 이 의원이 유치한 SSM은 성황리에 영업을 하고 있고, 손님을 잠식당한 지역 상인들의 한숨은 깊어만 가는데 말입니다. 대체 이러한 징계 아닌 징계에 동의할 시민이 어디에 있겠습니까?
결국, 대전시의회는 SSM을 자신의 건물에 유치해 시의회 전체의 명예를 실추시켰다면서 이 의원을 징계했지만, 시민들의 요구를 무시하고, 제 식구 감싸기에 급급해 시민들로부터 더 큰 신뢰를 잃고 말았습니다. 명예실추를 바로잡겠다면서 더 큰 명예를 실추시킨 것입니다.
대전시의회의 '황당한' 행태, 어제오늘의 이야기 아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