텃밭에서 농사를 지을 수 있는 여건이 안 되거나 처음으로 농사에 입문하는 경우라면 집에서 상자텃밭으로 시작해보는 것도 괜찮다. 작물이 생장할 수 있는 조건만 갖추면 충분히 농사가 가능하고, 밭농사는 4월초부터 본격적으로 시작하기 때문에 지금부터 천천히 준비해도 된다.
살고 있는 집에 옥상(옥탑방)이 있으면 가장 좋고, 햇볕이 들 수 있는 담벼락 위나 아래, 창문틀 바깥 쪽에 선반을 만들어 올려놓거나 아파트 베란다에서 채소를 키울 수 있는 상자텃밭 만드는 방법을 소개한다.
<준비물>
1. 상자 : 흙을 담을 수 있는 것이면 된다. 쉽게 구할 수 있는 스티로폼, 플라스틱, 나무상자 어떤 것이든 상관없다. 상자의 깊이는 최소 10~15cm 이상 흙을 담을 수 있을 정도면 된다.
2. 흙 : 가까운 밭이나 야산에서 부엽토(낙엽 등이 부식되어 생긴 흙)를 담아올 수 있다면 그것을 사용해도 된다. 다만 산에서 퍼온 흙은 산성(ph)이거나 탄소질이 높을 수 있으므로 밭흙이나 종묘상에서 판매하는 퇴비 혹은 상토(배양토)를 섞어주는 것이 작물 생장에 도움이 된다.
3. 씨앗 : 종묘상이나 재래시장에 가면 쉽게 구할 수 있으며 인터넷에서 주문도 가능하다. 작물에 영양을 공급하는 거름이나 농기구(호미, 모종삽, 물조루)도 구입할 수 있다.
필요한 준비물이 갖춰졌다면, 흙을 담을 상자 밑면에 물이 빠질 수 있는 구멍을 반드시 뚫어야 한다. 젓가락 굵기 정도로 몇 개만 골고루 만들어 준다. 구멍이 너무 크거나 많으면 물과 영양분도 쉽게 유실되기에 작은 구멍 몇 개만 뚫어주면 된다. 상자 바닥에는 구멍이 촘촘한 양파망이나 스타킹 같은 것을 깔아줘서 흙이 빠지는 것을 방지하고, 퇴비도 준비 되었다면 흙과 섞은 후에 상자 높이만큼 담아주면 된다.
상자텃밭에 물을 충분히 뿌려서 흙에 수분을 공급해주고, 씨앗은 보이지 않을 만큼만 살짝 흙으로 덮는다. 봄(4월)에는 주로 상추 같은 쌈채소와 샐러드용 채소를 심어보자. 작물이 다 컸을 때를 예상해서 씨앗과 씨앗의 간격을 10cm 정도 유지하면 되지만, 간격을 좁게 심더라도 작물이 크는 중간에 서너 번 솎아내 샐러드나 비빔밥 재료로 사용하면서 작물 간의 간격을 최종적으로 유지시킨 후 쌈채소로 길러 먹으면 된다. 쌈채소는 자라나는 겉잎만 따내면 계속해서 나오기 때문에 뽑지 말고 겉잎만 따 먹는다.
씨앗을 심고 10일을 전후로, 싹이 트면서 떡잎이 나오고 본잎이 생기면 물과 함께 영양분을 공급해줘야 잘 자란다. 잎채소는 질소 성분이 있는 소변을 받아뒀다가 물과 섞은 후 뿌려주면 무럭무럭 잘 자란다. 페트병에 소변을 받아서 마개를 닫은 후 7일 이상 발효시키면 거름으로 사용할 수 있다. 작물에 뿌릴 때는 소변보다 물의 양을 5~10배 정도 많게 해서 사용한다.
옥상과 같은 바깥이 아닌 아파트 베란다와 같은 실내에서 키운다면 일조량과 통풍이 부족할 수 있으니, 아파트 화단이나 적당한 장소에서 수시로 햇볕과 바람을 맞도록 해주면 더욱더 잘 키울 수 있다. 실내에서만 키울 경우는 햇볕이 잘 드는 곳에서 통풍을 해줘야 잘 자란다.
빠르게 돌아가는 도시 생활에서 잠시 여유를 느낄 수 있는 취미로도 좋고, 높은 물가에 식재료를 자급하는 수단으로도 괜찮다. 옛날부터 '농자천하지대본'이라 하여 농업을 세상의 근본으로 여겨 온 한민족에게는 '경작본능'이 있다. 이제 봄과 함께 그 본능을 깨워줄 때가 왔다.
*상자텃밭의 다양한 활용법과 작물 키우기 이야기는 계속 연재합니다.
저작권자(c) 오마이뉴스(시민기자), 무단 전재 및 재배포 금지
오탈자 신고
기사를 스크랩했습니다.
스크랩 페이지로 이동 하시겠습니까?
연도별 콘텐츠 보기