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가수 박혜경.
유성호
- 가수인데 집에 텔레비전이 없으시다면서요? 왜 안 보세요?"기계를 싫어해서. 아주 오랜 세월 집에 텔레비전이 없었어요. 한 1~2년? 나 혼자 지낼 공간을 얻게 된 뒤로 없앴지요. 사람들이 '미실' 얘기를 하면, '미실이 누구야?' 했고, 길라임 얘기하면 걔가 누군데? 했죠. 제가 TV 나와도 전 모니터 잘 안 해요. 보고 싶지 않아서요. 제가 나오는 걸 보면 가슴 졸이게 돼서 오히려 불편한데, TV 안 보니까 마음이 편해졌어요."
- 기계를 싫어하시면 집안에 모든 가전제품이 없는 거예요?"아니오. 오디오는 있어요. 밥통도 있지만 잘 안 쓰고. 주로 솥단지에 밥을 해먹어요. 하하하. 아날로그를 지향한다고 해야겠지요. 기계보다는 꽃을 사랑하고 나무를 아주 좋아해요. 지금은 우리 고향이 용담댐 때문에 수몰됐지만 참 자연이 아름다운 곳이었어요."
- 그래서 새벽시장에 가서 꽃을 사다 꽃꽂이도 하시곤 하시는군요."그럴 때도 있지만 대개 게으르고 싶을 때는 아주 게으르게 살아요. 억지로 일부러 새벽시장에 가는 건 아니에요. 꽃을 너무 좋아하니까 꽃을 보고 싶어서 가는 거죠 뭐. 왜 싸우다가도 꽃을 보면 웃게 되지 않나요? 저는 세상에서 제일 좋은 꽃, 반짝반짝 빛나는 것들을 모두 좋아하지요."
- 고 장자연씨 편지가 논란이 되고 있습니다. 편지의 진위여부를 떠나 사람들은 이 사건의 재수사를 요구하고 있고, 김여진씨도 트위터를 통해 진실을 밝혀 달라 호소했습니다. 어떻게 생각하세요? "(고개를 끄덕이며) 저는 생전에 그를 한 번도 만난 적이 없어요. 그렇지만 그 사건은 참 어이없는 일인 거죠. 말이 안 되는 사건 아닌가요? 진실이 밝혀져야 한다고 생각해요. 솔직히 저도 대중연예인이라 남자들한테 욕먹기 싫어서 이런 말 잘 안 했었는데요. 뭐랄까 부끄러운 행동을 하는데도 참 부끄러운 줄 모르는 것 같아요.
태국에서 한국 남자들이 10대 성매매 해서 문제 된 게 한두 번이 아니잖아요. 동남아를 돌아다니며 해외 원정 성매매를 하지요. 심지어 필리핀에선 어학연수생들이 현지처까지 두고 성매매 하는 것 아시죠? 이런 건 다 교육이 잘못됐기 때문이에요. 뭐든 하지 말아라, 웃어라, 행복해라, 이것만 가르치지, 슬픈 감정, 화내는 감정, 이런 건 모두 억누르는 교육이에요. 성문제도 무조건 못하게 막으니까 어떻게든 해보려는 호기심이 발동해 문제가 되는 게 아닌가 싶어요. 성경험을 하되 문제가 생기지 않게 교육을 해야 하는데, 우리는 무조건 안 돼, 나쁜 거야, 막지요. 그래선 안 된다고 생각해요.
제가 최근 <스님의 주례사>라는 책도 아주 감명 깊게 읽었지만, 따지고 보면 이것도 다 여자들이 남편과 행복하게 살려면 좀 참으라는 것 같아요. 남편이 바람을 펴? 당신이 아내로서 최대 주주니까 참아! 이 대목에서 저는 저항정신이 생기더군요. 우리나라는 일부일처제가 아닌 것 같아요. 요즘 보면 일부다처제 같다는 생각이 들 정도예요. 이런 건, 비단 학교교육의 문제라기보다는 집안에서 또 사회적으로 잘 가르치지 못한 탓이라고 생각합니다. 성에 대한 이중적 태도는 정말 문제라고 생각해요."
"이슬람 국가에서 하느님 믿으라 하는 것, 고쳐야 한다"- 살면서 부당한 대우를 받으신 경우는 없었나요? "저는 직장 생활을 못해봤지만 대기업에 가면 여자가 너무 잘나서도 안 되고 못 나서도 안 되고, 딱 중간만 해야 살아남는다는 말이 있더군요. 이게 말이 되는 걸까요? 무엇보다 저는 최근 공개오디션을 통해 신입사원을 뽑는 한 방송 프로를 보면서 이게 참 말이 되는 건가 싶었어요.
오디션을 보는 프로인데 잘 하는 사람이 아니라 못 하는 사람을 뽑아서 잘하게 하고, 그걸로 국민들에게 감동을 준다는 것인데 거기까지 오기 위해 잘하려고 불굴의 노력을 했던 이들은 다 뭔가 싶더군요. 열심히 준비해서 이제 잘하게 됐는데, 그 시험은 못 하는 사람을 뽑아 잘하게 해준다면 그 허탈감이 어떨까요? 잘하는 사람은 모두 떨어뜨리고. 세상이 참 특이한 게 굉장히 많은 것 같아요."
- 가수지만 한국 사회를 살아가는 생활인인데 무엇이 가장 잘못됐고 고쳐져야 한다고 생각하시나요?"이슬람 국가에 가서 하느님을 믿으라고 선교하는 것. 뭐냐면 우리는 늘 같아야 한다는 것만 배우고 자란 것 같아요. 다르다 이런 걸 잘 안 가르친 것 같아요. 예전 학교 다닐 때도 너는 꿈이 뭐니? 하면 반은 대통령, 장군, 판사, 간호사라고 말하잖아요. 뭔가 다르다는 걸 인정하는 사회가 됐으면 좋겠어요.
또 행복해야 한다는 당위만 강조할 게 아니라 실제 행복을 찾기 위해서는 아픔과 슬픔도 돌이키고 생각해볼 수 있는 문화가 정착돼야 하지 않을까 싶습니다. 행복은 당위만으로 오는 건 아니잖아요. 누군가 그러던데, 네잎클로버만 찾다가 세잎클로버가 다 죽도록 몰랐다, 이러면 안 되잖아요."
- 책을 많이 읽는 다독가로 알려져 있어요. 요즘 주로 무슨 책을 읽으세요?"많이 읽을 땐 하루에 세권도 읽어요. 주말엔 주로 강남교보문고에 가서 책을 보지요. 사람들이 잘 몰라봐요. 후후. 어제(7일)는 동화책 10권을 샀어요. 그냥 그림이 예뻐서 사기도 하고, 글이 좋아서 사기도 하고. 제가 동화책을 참 좋아해요. 최근엔 퀸의 프레디 머큐리가 쓴 책 참 재밌게 읽었고. <어린왕자>를 또 샀다는 거 아닙니까. 보면 볼수록 참 좋아요."
- 산울림이나 양희은 같은 가수의 노래를 동요처럼 만들어보고 싶다고 얘기하셨던데 그것도 다 동화사랑에서 기인한 건가요?"요즘 동요 수준이 상당히 높아졌어요. 제가 리메이크한 노래 중 광고음악으로 쓰이기도 했던 '뭉게구름'이라는 노래. 그것도 참 좋았어요. 그런데 그 세대 선배들의 노래는 가사가 정말 예술이잖아요. 한영애 선배님의 노래도 그렇고. 기타리스트 이정선 선배의 '꽃신'도 제가 헌정앨범에서 불렀지요."
- 동화를 열심히 읽는 건 작사하는데 도움을 좀 받기 위한 노력인가요?"아니오. 그냥 철이 덜 들어서 그래요. 하하. 그냥 동화책이 좋아요. 좋으니까 읽는 거죠. 어른 책도 많이 읽어요. 공지영 선생님의 책 <네가 어떤 삶을 살든 나는 너를 응원할 것이다>를 줄쳐 가며 읽었어요. <즐거운 나의 집>도 재밌게 읽었죠. 박완서 선생님 책도 거의 다 읽었어요."
- 어느 인터뷰를 보니 불행해져도 좋으니 가수가 되게 해 달라 기도를 했다면서요. 그렇게 가수가 되고 싶었던 까닭은 뭐예요. 차라리 행복한 게 더 나은 것 아닐까요."그만큼 절실히 가수를 하고 싶었다고 이해하시면 될 것 같아요. 뭐냐면, 내가 가수를 하고 싶다는데, 내가 이 길이 나의 길이라는데, 안될 게 뭐야, 하는 반항심 같은 거죠. 불행해져도 좋으니 가수는 꼭 되고 싶다 이런 말은 꼭 가수가 될 것이라는, 되고야 말겠다는 의지였어요. 후후."
- 대한민국 국민의 80%가 연예인이 되고 싶어 한다는 여론조사가 있었어요. 연예인이 되려는 청소년들에게 권하고 싶은 직종인가요."옛날에 연예인이 되고 싶었던 사람들과 요즘 아이들이 연예인이 되고 싶어하는 것은 좀 다른 것 같아요. 자기의 주장과 생각이 뚜렷해서 연예인이 되고 싶다는 게 아니라 대중문화에 많이 노출되다보니까 그냥 그게 좋아 보이는 것이고, 하고 싶게끔 되는 게 아닌가 싶어요.
예를 들어, 빵집 옆에 살며 늘 빵 굽는 것만 보고 자란 청년이라면 나도 나중에 빵집 주인이 돼서 큰 부자가 되고 멋있게 살아야지, 할 수 있지 않을까요. 마찬가지로 요즘 아이들은 대중문화와 미디어 노출빈도가 상당히 많기 때문에 꿈을 그쪽으로 가져가는 게 아닌가 생각이 됩니다."
"저 여자 까칠하네! 그래도 노래방에선 노래 안 합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