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국민의 명령 백만 민란' 자원봉사집행위원 여균동 영화감독이 지난달 24일 오후 서울 서교동 한 카페에서 <오마이뉴스>와의 인터뷰를 갖고 2012년 12월 19일(대통령 선거일)에 민주진보정당 영화사에서 만드는 옴니버스 영화가 성공하기 위해 흥행몰이에 앞장서겠다고 다짐했다.
유성호
"아니 형. 더 섹시하게 해봐. 재미가 없잖아."주룩주룩 비가 내리던 늦여름이었다. 경기도 일산의 한 커피숍에서 만났지만 자리가 없었다. 그 옆 스시바 파라솔 밑에 옹기종기 앉았다. 영화배우 문성근씨와 '국민의 명령 유쾌한 백만민란' 첫 인터뷰를 했던 지난해 8월 26일, 영화감독 여균동(53)씨는 문성근씨를 다그쳤다. 마치 감독이 배우에게 좀 더 실감난 연기를 주문하듯, 그는 배우 문성근을 다그쳤다. 너무 진지하면 젊은이들이 함께 하지 않을 거라면서 계속 '섹시하게', '샤방샤방'을 주문했다.
가뜩이나 정치, 정당, 공천 등 딱딱하고 재미없는 단어들인데 '진지 모드'로 가서야 누가 참여하겠느냐고 따졌다. 그도 여 감동의 제안이 그럴 듯 했는지 주문 대로 말을 바꿔 '샤방샤방 모드'로 노력했다. 진지해질라치면, 아, 형! 어, 그래!, 또 진지해질라치면, 아, 형! 어, 그래!가 반복됐다. 다섯살 터울 후배였지만, 문 배우는 여 감독의 말을 잘 들었다. 진짜영화를 찍는 감독과 배우처럼.
실제 두 사람은 2012년까지 한 편의 다큐멘터리를 찍는 심정으로 '국민의 명령 야권단일정당운동'을 시작한다고 했다. 2012년 12월 19일엔 딱 두 편의 영화가 무대에 오른다는 게다. 하나는 한나라당영화사에서 찍는 박근혜 혹은 김문수 주연의 보수영화, 다른 하나는 민주진보영화사에서 찍는 옴니버스식 영화. 이 영화의 주인공은 캐스팅 되는 과정부터 국민 속에서 흥미진진한 흥행몰이를 하게 될 거라고 예고하면서.
한나라당영화사 대 민주진보영화사의 한판 대결본래 판타지 영화로 뜬금없는 화두를 던지곤 했던 여 감독은 왜 '국민의 명령'에 합류해 시민정치운동을 하고 있는 것일까. 영화가 잘 안 돼서? 뭐 그럴 수도 있겠다. 정치에 관심이 있어서? 글쎄? 그러기엔 그는 진지하고 지루한 건 잘 견디지 못하는 스타일 같았다. 인터뷰도 어떻게 하면 재밌게 할까, 눈동자를 굴리며 궁리하는 그는 천상 코미디를 잘 소화하는 영화배우이자 영화감독이었다.
최근 그는 늘 점잖은 재킷 차림으로 진지하기 짝이 없는 정치토론 사회자로 등장한다. 그러나 그의 발의 보라· 초록빛깔 운동화를 앞세우며 자신이 영화인임을 꼭 상기시킨다. 진지한 얘기를 할 때도 늘 한 구석에 코미디를 설정해 상황을 요리한다. 역시, 타고난 예술인이다. 늘 자유롭게 상상하고 창의적으로 살고 싶은 욕망이 분출하는 것 같기도 하다.
그런 그가 딱딱한 정치를 유쾌한 백만민란으로 바꾸겠다고 나선 까닭은 어디에 있을까. 조만간 사람들을 모아 야당올레를 벌이겠다고 했다. 따뜻한 봄날, 재밌게 걷고, 유쾌하게 놀면서, 국민의 요구를 담아 민주당, 민주노동당, 진보신당, 국민참여당 당사에 옐로우 카드를 붙인다는 것이다. 그렇게 국민의 염원을 담아 야권에 요구한다고 했다. "야! 합쳐!" 야권단일정당을 만들라는 요구다. 다소 돌발적인 방식이 될 수 있지만 그래도 그는 해보고 싶다고 했다. 국민들이 정치권에 대고 할 것도 많지 않기 때문에.
<오마이뉴스>는 지난달 24일 서울 서교동의 한 카페에서 그와 만났다.
- 지난해 8월부터 '국민의 명령 유쾌한 백만민란'에서 활동 중이시죠. 영화감독이 시민정치운동에 뛰어들어보니 어때요?"일단 이게 해본 적이 없는 사회운동이잖아요. 솔직히 좀 낯설어. (웃음) 처음 시작은 이렇게 된 거예요. 6.2 지방선거 끝나고 문성근 선배가 여러 사람들한테 '제3지대 야권단일정당론'이라는 제안서를 돌렸어요. 그걸 받아 밑줄 그어가며 읽다 어느 날 회의에 참석하게 됐는데, 하여간 그놈의 잘난 척이 문제야! 이게 산으로 갈지 들로 갈지 답답하더라고.
가장 답답한 건 문 선배의 컴퓨터였어. 아주 오래된 구닥다리 컴퓨터인데 자판도 잘 두들겨지지도 않고, USB 꽂는 데는 먼지로 막혀 있질 않나. 아휴. 그런 컴퓨터를 들고 앉아 밤새 제안서를 쓰고 그랬더라고. 그래서 일단 문성근을 돕는 사무소가 되자. 그러니까 이 운동에 처음 동참한 사람들은 비단 정치뿐 아니라 그저 '답답해서' 모인 사람들이라고 봐도 돼. (웃음)
나는 그저 문 선배를 뒤에서 돕는 사람이었는데, 어느 날 보니까 내가 기획팀을 맡고 있는 거 있지. 하여간 그 놈의 잘난 척이 문제야. 구구로 가만히 있어야 하는데."
- 그럼 지금 백만민란에서 기획팀을 총괄하는 위치에 계신 거군요."디자이너야. 홈페이지 관리하고 잘 운영되는지 체크하고. 처음 시작할 때 포토샵 만질 사람이 없었다는 게 문제였죠. 그래서 내가 깊이 관여하게 된 건지도 몰라. 하지만 좋은 사이트는 아니에요. 토론이나 논의에는 굉장히 불친절한 사이트지. 솔직히 난 싫증이 나서 죄다 바꾸고 싶은데 그게 쉽지가 않더라고. 하여간 소통이 잘되는 사이트를 만들고 싶어요."
- 지난 미국 대선에 큰 영향을 끼친 무브온 같은 역할을 하게 될 것이라는 기대도 있던데. "우리 나름대로는 창의적인 시민정치운동을 해보자 해서 시작한 거예요. 벌써 7만 명이 넘게 회원으로 가입해주셨잖아요. 난 이게 기적 같은데? 참으로 감사한 일이죠. 이렇게 뜨거울 줄은 몰랐어. 그나저나 미국 무브온 사이트 들어가면 참 깔끔하데? 재능기부도 받고. 이런 법안 어떻게 생각하느냐 의견도 묻고. 아주 깔끔한 30초짜리 CF도. 우린 좀 지저분하죠?"
1000명의 사람들이 민주당사에 옐로우 카드 붙이면?