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지난 2009년 4월 6일 한나라당 국민소통위원회 초청으로 장하준 교수가 국회 의원회관에서 '이래도 신자유주의인가'를 주제로 강연하고 있다.
남소연
둘째로, 장 교수는 GM의 파산이 주주자본주의 탓이라고 했다. 이에 대해 일각에서 노조의 문제를 지적하자 그는 노조 문제도 있지만 주주자본주의가 가장 크게 작용한 요인이라고 한발 물러섰다.
그런데 '가장 크게 작용'했다는 걸 도대체 뭘로 알 수 있을까. 아마도 장 교수보다는 필자가 자동차산업에 대해 더 많이 조사했겠지만 필자는 GM 파산의 결정적 원인이 무엇인지 단정적인 결론을 내릴 자신이 없다.
그리고 주주자본주의가 다른 요인을 압도하는 결정적인 변수라면 주주자본주의의 모델인 GE의 건재를 설명할 수 없다. 장 교수는 GE 회장이었던 잭 웰치가 주주자본주의를 비판했다는 걸로 여기에 답한다. 하지만 이는 올바른 답이 아니다. 잭 웰치의 발언은 퇴임 이후이고 재직 중에 경영방침을 크게 바꿨다는 이야기는 들은 바 없다. 또 그는 주주자본주의를 무조건 부정한 게 아니라 단기적 수익지표에 과도하게(heavily) 집착해서는 안 된다고 말했다.
주주 특히 소액주주가 기업발전에 장애를 초래한다는 장 교수의 극단적 주장에 접하면 잭 웰치는 쇼크를 받지 않을까 싶다.
오해를 피하기 위해 거듭 강조하지만 필자는 주주의 이익만을 중시하는 주주자본주의를 선호하지 않는다. 그렇다고 주주자본주의냐 아니냐가 기업과 나라의 운명을 판가름하는 결정적 변수라고 생각하지도 않는다.
장 교수의 논리로는 일본과 유럽의 성장률 변화를 설명할 수 없다. 그는 반론에서 국제통계를 보면 알 수 있다고 했지만, 바로 그 국제통계를 볼 때 일본과 유럽의 변화를 장 교수 식으론 설명할 수 없음은 이미 지난 글에서 지적했다.
요컨대 주식시장에 지나치게 의존하는 나라경제에 문제가 있다는 지적은 성립 가능하지만, 장 교수처럼 주주의 의의를 부정하고 주주자본주의 여부로 기업과 나라의 운명을 설명하는 것은 지나치게 단순한 논리라는 것이다.
재벌개혁론자들의 글, 제대로 읽어보셨나?셋째로, 장 교수는 "재벌의 긍정적인 면을 인정하면 삼성 응원단이냐"고 반론했다. 그런데 소수의 극좌파를 제외하면 정도의 차이는 있지만 재벌의 긍정적인 면을 인정하지 않는 재벌 개혁론자는 없다.
이는 장 교수가 재벌개혁론자들의 글을 제대로 읽지 않았다는 증거다. 읽고서도 이런 이야기를 한다면 그건 더 큰 문제다. 재벌은 긍정적인 면과 부정적인 면을 공유한 야누스의 얼굴 같은 존재다.
재벌개혁론자들은 재벌의 긍정적인 면은 살리되 부정적인 면을 극복하고자 한다. 즉 성장의 주체라는 면은 살리고 재벌총수의 부패나 무능이라는 부분과 재벌이 사회를 오염시킴으로써 시장의 공정성을 해치고 있는 부분을 바로잡자고 한다.
이러한 시민단체 활동에 대해 장 교수가 재벌과 보조를 맞춰가며 공격했기 때문에 그를 수구적 진보라고 비판한 것이다. 이는 지난 글에서도 밝힌 내용인데 반론은 역시 동문서답인 셈이다.
또 장 교수는 재벌개혁운동이 주주자본주의를 부추기는 효과를 초래했다고도 반론했다. 총수에 의해 깡그리 무시당한 일반 주주에게 정당한 권리를 찾아주는 게 주주만의 이익을 추구하는 주주자본주의와 무슨 관련이 있단 말인가.
박정희 전두환 같은 독재자에게 짓밟힌 노동자의 권리를 찾아주자고 하면 프롤레탈리아 독재를 하자는 거냐고 몰아치던 수구적 보수파와 마찬가지 논법이다.
아무리 대가라도 타국의 구체적인 사안에 정통할 수는 없어