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장하준 교수
권우성
김기원 교수는 일관되게 사하라 이남 아프리카 나라들의 가난과 저성장은 자유시장 노선의 도입과는 무관하다고 주장하고 싶어 한다.
그런 맥락에서 그는 '사하라 이남 지역 국가들의 성장률이 1975년도부터 하락한 것에 대해 73~74년의 석유 파동과 그에 따른 세계 불황의 여파'에 원인이 있다고 밝혀 놓았다. 이들 나라에서 신자유주의 경제 정책이 본격 도입된 것은 1980년대 이후이니, 이들 나라의 성장률 정체가 자유시장 책임은 아니라는 것이 그의 장하준 비판이다.
이어 김기원 교수는 '자유시장 노선이 별로 달라진 것 같지 않은' 1995년 이후부터의 사하라 이남 지역 국가들의 성장률은 2.3%라는 사실을 강조한다.
하지만 그와 관련 김기원 교수는 1990년대를 전후해 앙골라, 적도 기니 등 여러 나라들이 유전 개발로 산유국의 대열에 들어섰다는 사실, 불변 달러화 기준으로 볼 때 국제 원자재 가격은 1980년대에 5.2% 하락한 데 이어 1990년대에도 0.4% 떨어졌으나, 2000년대엔 7.5%나 상승한 사실, 특히 아프리카의 주요 수출 항목인 광물(Minerals, ores and metals _ 원유 포함) 부문을 보면 1980년대와 1990년대엔 각각 1.1%, 2.1% 하락했으나 2000년대 들어서는 12.2%나 상승한 사실은 언급하지 않고 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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설령 김기원 교수의 통계를 그대로 받아들여도 문제는 남는다. 이들 나라의 1980-2009년의 30년간 연평균 성장률은 0.2%에 불과하다. 그렇다면 1980~1995년 기간에는 이들 나라가 심각한 마이너스 경제 성장 상태였다는 말이지 않은가? 그런데도 1980년대 이후의 신자유주의 경제 노선이 이들 국가에서의 심각한 저성장과 무관하다는 주장이 가능한가?
그렇다면 혹시 김기원 교수는, 자유시장 경제 노선을 이들 나라가 굳건히 믿고 따른 결과 초기의 15년간은 마이너스 성장은 겪었을지 몰라도 1995년부터는 2.3%라는 상대적으로 높은 성장률을 구현하게 되었으니 세계은행과 IMF 등이 이들 나라에 요구한 자유시장 노선은 결코 틀리지 않았다는 것을 주장하고 싶은 것인가?
게다가 중소득국 그룹의 성장률은 1960년대가 2.3%이고, 1970년대가 1.6%이다. 반면 저소득국의 성장률은 1960년대가 1.7%이고 1970년대가 0.2%이다. 중소득국의 경우 1970년대의 성장률이 1960년대에 비하면 3분의 2 수준으로 떨어졌으나, 저소득국의 경우 거의 10분의 1 수준으로 급락한 것이다. 그런데도 김기원 교수는 중소득국 그룹의 경우도 저소득국 그룹과 사정이 비슷하다는 말을 하고 있다. 이것이 과연 타당한가?
<23가지> 출간 이후 해당 책에 대한 비판, 그리고 책 외의 다른 곳에서 장하준 교수가 한 이야기들에 대해 여러 가지 비판들이 많이 나왔다. 진지하고 건설적인 비판도 있었지만 사실을 왜곡하거나 인신공격성 발언을 하는 글들도 많았다. 장하준 교수가 이러한 글에 대해 어떤 기회에 어떤 식으로 대응을 하는가는 본인이 판단할 문제다. 그러나 이번 경우에 출판사가 굳이 나서서 반박을 하는 것은, 김기원 교수의 글이 다른 글과 성격이 다르기 때문이다.
김기원 교수는 장하준 교수를 사실을 왜곡하면서까지 자기주장을 합리화하는, 더구나 자기 책에 사용한 통계마저 일관성 없이 자의적으로 인용하는 엉터리 학자로, 한마디로 학자로서 기본 소양이 의심되는 인물로 묘사하였다. 정작 통계를 잘못 읽은 것은 자신임에도 불구하고 말이다. 이는 한 학자의 저서에 대해 비판적 의견을 말하는 수준을 넘어 그의 인격을 모독하는 행위이다. 그 때문에 굳이 이 자리를 빌려 김기원 교수의 장하준 비판의 오류를 밝히고자 하는 것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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