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7년만에 새롭게 선보인 기아자동차의 경차 모닝.
기아차
과유불급(過猶不及). 딱 이 말이 생각났다. 너무 지나치다 싶으면, 하지 않은 것만도 못하다는 것이다. 지난달 24일 제주에서 열린 기아자동차의 신형 모닝 발표회장에서 들었던 생각이다.
기자들을 앞에 두고, 김아무개 상품팀장은 당당하게 말했다. "(신형 모닝이) 전복되더라도, 마치 이불 속에 자기 몸을 뉜다는 생각이 들 정도"라든가, "1180만 원짜리 (기아차의 대형 고급세단인) 오피러스를 탄다고 생각하라"라고.
그의 오버스러운(?) 발표는 급기야 전혀 차원이 다른 독일 베엠베(BMW)의 소형 프리미엄급차인 미니쿠퍼와 비교하면서 절정을 이뤘다. 그는 "BMW의 미니쿠퍼를 타보면, 너무 승차감이 안 좋다. 그 값이면, 모닝 한 대와 뉴스포티지를 더 살 수도 있다"고 말했다. 기자회견장 주변에서 기자들의 실웃음 소리가 흘러나왔다.
7년 만에 새로 모습을 보인 경차 모닝이 달라진 것은 분명하다. 차량 성능뿐 아니라, 디자인, 그리고 실내 6개의 에어백을 기본으로 넣은 것 등이 그렇다. 게다가 김 팀장의 말처럼, 버튼으로 시동을 걸고, 음성인식하는 7인치 내비게이션과 원터치 선루프 등까지, 말 그대로 중형급 이상에 적용되던 여러 옵션 사양도 들어 있다.
이들 옵션을 다 집어넣으면 신형 모닝의 값은 1495만 원이 된다. 현대차에서 작년 말에 출시한 엑센트의 기본형(1149만 원)보다 훨씬 비싸다. '값싼' 경차라고 말하기가 무색해진다.
도대체 무엇이, 얼마나, 어떻게 바뀌었길래... 한번 따져보자.
[경차 모닝 차값은 유죄?] 사실상 1005만 원에서 시작기아차는 신형 모닝을 두고 "한 번도 만나보지 못한 매혹적인 차"라고 했다. 이 말 속엔 여러 의미가 들어 있지만, 차값은 '한 번도 만나보지 못한 것'은 분명하다.
제일 낮은 가격이 880만 원부터 시작한다. 자동변속기(125만 원)를 달면 1005만 원이 된다. 그동안 경차 구매고객의 99%가 자동변속기를 선택했다. 사실상 1005만 원부터 차값이 시작하는 것이나 다름없다. 유일한 경쟁차종인 GM대우의 경차 마티즈 크리에이티브는 995만 원(자동변속기를 단 기본형)이다.
지난 2004년 7월 당시 자동변속기를 달고도 모닝 차 값은 726만 원이었다. 그 사이 값이 무려 38%나 오른 것이다. 경차는 대개 차를 구입할 때 내는 취득, 등록세를 내지 않는다. 정부에서 경차보급을 위해 세금감면 혜택을 주고 있기 때문이다. 따라서 회사 쪽에서 내놓은 값이 사실상 구입값이 된다.
이날 기자들 시승을 위해 내놓은 모닝의 경우 차 값이 무려 1495만 원이다. 운전중 차체안전성 등을 확보해주는 VSM(Vehicle Stability Management)를 비롯해 급제동경보장치, 경사로밀림방지장치에 중형세단에 들어갈 법한 각종 편의장치가 들어 있었다.
회사관계자는 소비자들의 경차 이미지가 안전과 럭셔리쪽으로 무게가 움직이고 있다고 했다. 한 마디로 소비자의 요구에 부응한다는 것이다. 하지만 과연 그럴까. 기아차가 내놓은 가격별 품목을 보면, 주요 안전 편의사양을 기본으로 끼워 넣으면서, 가격도 그만큼 올랐다. 소비자 입장에선 굳이 필요하지 않은 사양까지도, 어쩔 수 없이 살 수밖에 없는 구조인 셈이다.
그동안 현대차나 기아차 모두 신차를 내놓을 때마다 빠지지 않는 논란이 바로 차 값 인상이다. 작년 신형 소나타나 K5에 이어 올해 나온 5세대 신형 그랜저 등까지... 게다가, 국내 경차 시장의 70% 가까이 차지하고 있는 모닝은 이같은 차 값 인상에 오히려 자유롭다. 마티즈 이외 경쟁하는 차종이 없고, 소비자들의 수요가 넘치기 때문이다.
모닝의 차 값이 더더욱 안타깝게 느껴지는 이유이기도 하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