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만화 <신과 함께 : 저승편>(상) 표지
애니북스
"선생님... 저희 아버지 어떻게 되셨는지 아세요?... 어디로 가셨는지 선생님은 아세요?"벌써 10년도 더 지난 일이다. 임종을 앞둔 아버지의 머리맡에서 그 딸은 '당신의 딸이었음이 감사하고 세상 최고의 행복이었다'고 고백했다고 말했다. 삼우제(첫 성묘)까지 마치고 출근한 후배는 텅 빈 목소리로 내게 물었다.
'죽음준비교육 전문 강사라면 본인이 믿지 않는 다른 종교의 생사관, 죽음관에 대해서도 기본적인 것은 알아야 한다'고 은사는 강조하셨다. 그래도 5대를 이은 기독교 집안에서 나고 자랐기에 다른 종교에서 이야기하는 내용은 어렵기만 했다.
그러다 우연히 만화 <신과 함께>를 만났다. 그동안 여기 저기서 읽고 얻어들은 이야기의 총합이라고나 할까. 접근이 쉬운 만화라는 표현 방식에다가 기발한 상상력이 더해져 정말 손에서 내려놓을 수가 없었다.
저승에선 오로지 잘한 것과 잘못한 것만 본다평생 남의 눈에 뜨일 일이라고는 없었던 지극히 평범한 남자 '김자홍'. 쉴 틈 없는 직장일과 과도한 접대 술자리로 인해 술병이 들어 서른 아홉 살의 미혼인 상태로 그만 세상을 떠나고 만다. 저세상에 발을 들여놓으면서 김자홍은 염라국의 국선 변호사인 '진기한'을 만나 그의 도움을 받으면서 49일 동안 7명의 저승 대왕들에게 심판을 받는다.
재미있는 것은 저승도 현대화 돼서 죽은 영혼들은 인간이 이용하지 않는 시간에 지하철을 이용해 저승 입구로 이동하고, 저승 시왕(十王) 중 하나인 염라대왕은 인터넷을 배우느라 여념이 없다.
영혼을 저승으로 데리고 가는 세 명의 저승사자, 즉 '저승삼차사' 역시 검은 갓과 도포 차림이 아니라 검은 양복 정장 차림이다. 인터넷 검색엔진은 'Joogle(죽을)', 호텔과 커피숍은 각각 'Hellifornia', 'Hellbucks'다. 재치 넘친 상황 설정과 표현에 몇 번이나 웃음을 터뜨렸는지 모른다.
그렇다고 재미만 담은 게 아니고, 오히려 내용의 무게 만큼은 어떤 죽음 관련 책 못지 않다. 우선 이 세상과 저 세상의 기준 차이를 통해 지금 내가 살고 있는 삶의 자리를 돌아보게 만든다. '어디 살았고, 어느 학교 무슨 과를 나왔고, 어느 회사를 다녔는지 그딴 것들에 관심 있는 건 이승'일 뿐, 저승에서는 '뭘 잘했고, 뭘 잘못했는지만' 본다는 것.
또한 평소 두드러지지 않고 말없이 자기 자리만 지키며 살아가고 있는 사람의 속모습을 얼마나 생각해 봤는지 나 자신을 돌아보게 만든다. 정말 현실에서 김자홍 같은 사람을 만나나면 나는 눈길 한 번 안 주고 지나쳤을 것이다. 인물도, 학벌도, 직업도, 배경도, 재산도, 그 어느 것 하나 그냥 그렇고 그러니까.
그래도 그는 자신의 삶을 성실히 살았고, 다른 사람에게 해 끼치지 않으며 살았다. 인간이기에 알고 혹은 알지 못하고 소소한 잘못을 저지르기도 했지만 그 정도는 아무 것도 아니다. '나 잘났다'며 살아가는 스스로를 부끄럽게 돌아볼 수밖에 없다.
타인의 마음을 얼게 만든 자를 심판하는 곳