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한명숙 9억원'에 정작 한명숙은 없다

[한명숙 4차공판] 검찰측 핵심증인마저 '진술 신빙성 논란'

등록 2011.01.11 15:11수정 2011.01.11 20:58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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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불법 정치자금을 받은 혐의로 기소된 한명숙 전 총리가 11일 오전 서울 서초구 서초동 서울중앙지법에서 열린 속행공판에 참석하기 위해 법원으로 들어서고 있다.
불법 정치자금을 받은 혐의로 기소된 한명숙 전 총리가 11일 오전 서울 서초구 서초동 서울중앙지법에서 열린 속행공판에 참석하기 위해 법원으로 들어서고 있다.연합뉴스

[2신 : 11일 오후 8시 50분]

증인들이 인정한 금액 다 합치면 7억5000만원

검찰측 핵심증인으로 나온 H교회 전직 장로 김아무개씨가 법정에서 진술한 내용이 검찰진술조서와 달라 '진술의 신빙성' 논란이 일고 있다.

김씨는 11일 오후 속개된 4차공판에서 "한만호 전 대표가 추진했던 교회신축사업과 관련해 로비활동을 하지 않았다"고 말했다. 하지만 법정에서 공개한 그의 진술조서에는 "저는 (한신건영의 수주활동에) 내부적으로 협조하고 있었다"고 진술했다.

또한 김씨는 검찰에서 "외적으로는 한명숙이 신경을 쓰고 있는 것 같아 잘될 것"이라고 진술했지만, 이날 법정에서는 "한명숙 전 총리가 교회신축사업과 관련해 특별하게 해준 게 없다"고 주장해 '진술의 신빙성 논란'을 자초했다.

이날 공개된 김씨의 검찰진술조서를 보면, 김씨는 한만호 전 대표의 주장처럼 한신건영이 추진해온 교회신축사업 수주와 관련해 상당한 정도의 로비활동을 벌인 것으로 보인다. "입찰업체들의 입찰금액이 비슷하니 10억원 정도 낮추어 입찰금액을 작성하라"고 한 전 대표쪽에 조언한 것이 대표적인 사례다.

한 전 총리의 변호인단은 "건축공사 수주에서 입찰예정가는 가장 중요한 정보"라며 "이러한 김씨의 활동은 오랫동안 장로를 지냈다는 점에서 떳떳지 못한 행위"라고 지적했다.


김씨는 지난 1996년부터 H교회의 시설관리장로로 재직해오다 2006년 장로직에서 은퇴했다. 이후 담임목사의 권유로 교회신축사업과 관련 '건축위원회 간사'를 맡았다. 이날 증인으로 출석한 박아무개 전 한신건영 부사장은 그를 가리켜 "H교회 담임목사의 오른팔"이라고 표현했다.

"검찰 공소사실이 무너지고 있다" 지적도


김씨는 지난 2007년 한 전 대표로부터 사위가 운영하는 소극장의 인테리어 비용과 음향·조명 설치 비용 등으로 총 2억2000만원을 지원받았다. 이러한 사실은 그가 장로로 재직중이던 H교회에 제보됐고, 그는 지난 2008년 4월부터 오랫동안 다니던 교회를 떠난 것으로 알려졌다.

변호인단은 "교회신축사업 수주에 참가한 업체로부터 돈과 인테리어 등을 제공받고 그쪽 일(로비활동)을 해서 교회를 못나가게 된 것 아니냐?"고 추궁했다.

이에 김씨는 "사위가 한 전 대표의 도움을 받았다는 내용이 교회에 제보됐고 담임목사에게도 들어갔다"며 "건축위원장이 대신 이 내용을 알려주면서 '당신이 알아서 처신하라'고 해서 그 이후 교회에 나가지 않고 있다"고 인정했다.

하지만 김씨는 한 전 대표로부터 받은 2억2000만원을 "문화사업 투자금"이라고 주장했고, 한 전 대표는 "교회신축사업 수주를 위한 로비자금이었다"고 반박했다. 특히 김씨는 "2억2000만원 외에 받은 돈은 없다"며 "특히 달러는 한푼도 만져보지 않았다"고 주장했다.

하지만 한 전 대표는 "2007년 두 차례에 걸쳐 김씨와 부사장으로 있던 박씨에게 총 5억원의 현금과 달러를 로비자금으로 전달했다"며 "장부에 기록하지 않았는데도 이것을 기억하는 이유는 실탄성 (로비)자금을 쓴 게 처음이기 때문"이라고 설명했다.

한 전 대표는 "(현금과 달러 등) 5억원의 돈은 누군가에서 줄 실탄으로 제공된 것"이라며 "그 돈을 준 '누군가'를 밝히지 못하면 횡령이 되기 때문에 (투자금이라고) 얘기하는 것 아니냐"고 말했다.

이날 증인으로 법정에 출석한 김씨와 박씨, 한 전 대표의 진술을 종합해보면, 검찰이 불법 정치자금으로 주장해온 '9억원'의 실체가 조금씩 드러나고 있다.

교회신축사업 수주활동을 벌였던 김씨와 박씨는 각각 2억2000만원과 1억원을 받았다고 진술했고, 한 전 대표는 자신이 개인적으로 1억3000만원을 썼다고 주장했다. 이것을 모두 합치면 '4억5000만원'에 이른다. 여기에다 한 전 총리의 비서출신인 김씨가 한 전 대표로부터 빌린 3억원까지 더하면 '7억5000만원'이다.

이것이 증인들이 법정에서 인정한 금액을 더한 수치이고 검찰이 주장해온 '9억원의 불법 정치자금'에 가깝다는 점에 주목할 필요가 있다. 한 전 대표가 한 전 총리에게 9억원의 불법정치자금을 줬다는 검찰의 공소사실에 정작 한 전 총리가 존재하지 않게 되는 셈이기 때문이다.

한 전 총리측은 "한 전 총리가 왜 이 재판에 앉아 있어야 하는지 알 수 없다"며 "검찰의 공소사실이 점차 무너지고 있다"고 꼬집었다.

하지만 검찰은 김씨에게 "H교회 신축사업 수주를 위해 로비자금이 3억원이 필요하다고 한 전 대표에게 요구한 적이 있느냐?"고 물어서 "그런 사실이 없다"는 정도의 답변만 얻어내는 데 그쳤다. 한신건영 부사장을 지낸 박씨도 "개발사업본부 운영비와 수주활동비 등으로 받은 1억원 외에 더 받은 돈은 없다"고 주장했다.

[1신: 11일 오후 1시 34분]

"돈을 쇼핑백에 담아줬다는 건 지어낸 이야기"

한만호 전 한신건영 대표는 검찰이 한명숙 전 국무총리에게 건너간 것으로 판단하고 있는 3억 원은 개인 간의 돈거래일 뿐이라고 주장했다.

한 전 대표는 11일 오전 10시 열린 4차 공판(서울중앙지방법원 형사합의22부)에서 "(한 전 총리의 비서를 지낸) 김아무개씨에게 3억 원을 빌려주고 2억 원을 돌려받았을 뿐 그 돈이 어디에 사용됐는지 전혀 모른다"고 말했다.

김씨는 한 전 총리의 지역구 사무실에서 자원봉사활동을 하다가 한 전 총리가 국회의원으로 당선되자 몇 개월간 7급 비서를 지낸 것으로 알려졌다. 검찰은 그가 한 전 총리와 한 전 대표 사이에서 자금전달과 메신저 역할을 한 것으로 보고 있다.

특히 한 전 대표는 "(검찰이 짜놓은) 정치자금 쪽으로 수사에 협조하다 보니까 돈을 쇼핑백과 봉투에 담아줬다는 진술이 생겨났다"며 "그것은 다 지어낸 이야기"라고 주장했다.

"빌려준 3억원에 달러가 포함돼 있는지 기억나지 않는다"

검찰은 한 전 대표가 세 차례에 걸쳐 한 전 총리에게 9억 원의 불법 정치자금을 건넸다고 주장하고 있다. 반면 한 전 대표는 9억 원 중 6억 원은 교회신축사업 수주 대가 등과 관련해 회사 임원들에게 줬고, 나머지 3억 원은 김씨에게 빌려주었다고 반박하고 있다.

이날 오전 공판에서도 한 전 대표는 "평소 아는 관계에 있던 김씨가 어렵게 3억 원을 빌려 달라고 부탁했다"며 "정당 쪽에서 활동하는 사람이라 현금이 필요할 거라 생각해 현금으로 다 만들어주려고 했다"고 말했다.

한 전 대표는 "하지만 현금을 다 만들지 못해 김씨에게 '수표도 괜찮냐?'고 물었더니 '괜찮다'고 해서 (1억 원짜리) 수표가 포함됐다"며 "다만 빌려준 돈에 달러가 포함됐는지는 기억나지 않는다"고 말했다.

이어 한 전 대표는 "이후 내가 2억 원이 필요해서 김씨에게 얘기했고 2억 원을 준다고 해서 비서실장 김아무개씨에게 '김씨가 2억 원을 줄테니까 가서 받아오라'고 시켰다"며 "그렇게 2억 원을 돌려받았고 1억 원은 남아 있다"고 주장했다.

한 전 대표는 "비서실장인 김씨는 (한 전 총리의 비서인) 김씨가 2억 원을 줬으니까 그 돈이 한 전 총리에게 나온 것이라고 추정한 것 같다"며 "이후 회사에서 '한 전 총리한테 돈을 돌려받았다'는 소문이 나돌았는데 그것도 검찰조사 때 알았다"고 말했다.

한 전 대표는 "김씨에게 3억 원을 빌려주고 2억 원을 돌려받았을 뿐"이라며 "김씨가 그 돈을 어디에 썼는지는 전혀 알 수 없다"고 강조했다.

하지만 검찰은 "김씨가 한 전 대표로부터 빌린 3억 원 중 1억 원짜리 수표를 2009년 2월까지 사용하지 않았다"며 "그렇다면 김씨는 단지 돈을 보관하기 위해 돈을 빌린 것이냐?"고 반박했다. 검찰은 "그렇게 사용되지 않던 1억 원짜리 수표가 이후 한 전 총리의 여동생 전세자금을 내는 데 사용됐다"며 3억 원과 한 전 총리의 연관성을 제기했다.

"김씨에게 제공한 돈과 승용차, 버스는 한명숙 경선자금과 관계 없다"

검찰은 3억 원과 별도로 한 전 대표가 김씨에게 지급했다는 9500만 원의 실체에도 의문을 제기했다.

검찰은 "9500만 원이 떳떳한 돈이었다면 왜 (한 전 대표의) 비서실장인 김씨 명의의 통장으로 돈을 보냈겠는가"라며 "(한 전 총리의 비서인) 김씨에게 직접 보내는 게 꺼림칙했다면 그의 남편 통장으로 보내도 되는 것 아닌가?"라고 추궁했다.

이에 한 전 대표는 "내가 먼저 '남편 통장으로 보내줄까요?'라고 물었는데 그것을 부담스러워하는 것 같았다"며 "나는 정아무개 경리부장에게 김씨에게 돈을 건네줄 차명계좌를 만들라고 지시했을 뿐 비서실장 명의로 만들라고 지시한 적도 없다"고 주장했다.

한 전 대표는 "동인천 노인전문 요양병원 사업을 추진하는 과정에서 지식과 인맥이 있는 김씨를 이사로 스카웃하려고 했다"며 "그런 김씨에게 활동비 명목으로 돈을 준 것"이라고 말했다.

이와 관련, 김씨 측은 "한 전 대표에게 활동비 명목으로 받은 것은 2500만 원 뿐"이라며 "9500만 원은 검찰이 (실제와 거리가 있는) 채권회수목록 등을 보고 계산해낸 것"이라고 반박했다.

이어 한 전 대표는 "(3억 원, 9500만 원, 그랜저 승용차·버스 제공은) 한 전 총리의 경선자금이나 지구당 운영경비와는 전혀 상관없다"며 "현금을 쇼핑백이나 봉투에 담아 줬다고 진술한 것도 다 지어낸 이야기"라고 주장했다. 그는 "(검찰이 짜놓은) 정치자금 쪽으로 수사에 협조하다 보니까 생겨난 진술"이라고 일축했다.

김씨의 변호인이 "지난해 한 전 총리와 김씨에게 정치자금을 준 적이 없다고 진술한 것은 사실이냐?"고 묻자, 한 전 대표는 "그건 진실이다"라고 답했다.
#한명숙 불법 정치자금 수수 의혹 #한만호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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1970년 전남 강진 출생. 조대부고-고려대 국문과. 월간 <사회평론 길>과 <말>거쳐 현재 <오마이뉴스> 기자. 한국인터넷기자상과 한국기자협회 이달의 기자상(2회) 수상. 저서 : <검사와 스폰서><시민을 고소하는 나라><한 조각의 진실><표창원, 보수의 품격><대한민국 진보 어디로 가는가><국세청은 정의로운가><나의 MB 재산 답사기>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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