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동티벳(쓰촨 四川)눈이 얼어버렸다. 발걸음은 바위가 되었다.
손희상
어머님,
아침 7시 즈음 찬 기운을 헤집고, 앞으로 나아가고 있습니다. 이곳에서 본 풍경을 서양의 어떤 이가 사진을 담아 세상을 놀라게 했습니다. 저는 낙융목장의 초원을 아주 힘차게 걸어가며 놀라움밖에 표현할 수 없는 앙매용 신산을 마주합니다. 어쩜 신산이 저를 부르고 있는지 모른다는 생각입니다. 저는 단지 신산의 부름에 따를 뿐입니다.
어머님,
낙융목장을 지나면서 풍경은 가희 압도적입니다. 진정 샹바라(샹그릴라)로 들어가는 길목이 아닐까 할 정도입니다. 제 앞에서는 앙매용 신산이 점 하나 없는 흰 살을 드러내 보이고, 파란 하늘은 그 어떤 천 보다 아름답습니다. 신산(神山)에서 녹아내린 물은 원시폭포(原始瀑布)를 만들어 냅니다.
그 물줄기와 물 위를 달리는 바람이 소나무 숲을 가꾸고 있습니다. 소나무 숲길에는 아주 허름한 돌조각 몇 개 얹고 비닐을 덮은 티베트 사람의 집도 한두 채 있습니다. 물은 흘러 평지에 닿아서 초록빛 화원을 만들며 이리저리 휘둘러 흐르고, 화원(花園)의 저 만치에 낙융목장이 있으며, 그곳에는 야크가 풀을 뜯고 있을 겁니다. 사람들은 네 다섯 시간 저 너머에, 마을은 산 두어 개를 너머 가야 만날 수 있을 겁니다.
원시삼림(原始森林)을 지나 올라서면, 앙매용 신산이 한 층 더 가까워지면서 눈길 따라 햇살 따라 빛이 달라지는 우유해(牛乳海)가 있습니다. 우유해는 두 개의 신산(앙매용, 선내일)이 물을 내어 주어 4500m에 호수로 자리 잡았으며, 눈에 보이는 것 보다 더 깊다고 들려줍니다. 저는 우유해 초원에 누워 파란 하늘을, 신산을 올려다봅니다. 그리고 엉거적 엉거적 기어서, 우유해에 닿아 빈 물통을 가득 채웁니다. 물통에 채워지는 물에는 티끌 하나 없이 깨끗하며, 물은 오래도록 잊지 못할 원시성과 신비한 맛을 간직하고 있습니다.
오색해(五色海)가 위에 있다지만, 전 우유해에 주저앉아 버립니다. 그렇게 잠시 쉬고 있으니 어린아이 네 다섯 명이 올라오는가 싶더니 아저씨 서 너 분도 올라옵니다. 전 주머니에서 풍선을 꺼내 그네들에게 건네주고, 과자 몇 개도 덤으로 건네줍니다. 이런 저를 아저씨께서 같이 가자했고, 전 그네들과 함께 따라갑니다. 언제 왔는지, 걸음걸이가 어째서 저 보다 빠른지, 알 수 있는 게 아무 것도 없지만 전 뒤쳐지지 않으려고 숨을 헐떡이며 쫓고 있습니다.
아저씨는 고갯마루 앞에서 아이에게 종이 한 묶음을 건네줍니다. 그러자 남자 아이 두 어 명이 힘차게 뛰어올라가 바람에게 말을 전합니다. 저 아래 우유해에서 아주머니 두 어 분께서 풀밭을 따라 동충하초를 찾으시며, 어린아이를 업고 올라오고 계십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