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탤런트 최수종.
권우성
- <프레지던트>는 본격적인 정치드라마를 표방했다. 대통령 역할을 맡았는데 특별히 연구하고 준비한 것이 있나.
"정치드라마를 해보는 것은 이번이 처음이다. 사실 이 드라마에서 내가 표현하고 싶은 것은 대통령의 내면이다. 겉으로 드러나는 모습 말고 내면의 세계를 잘 전달하고 싶은 생각이 있다. 그러나 사실 우리가 대통령의 생활을 잘 알지 못한다. 대통령을 찾아가서 모든 생활을 들여다볼 수도 없고, 또 어떻게 사시냐고 묻기도 그렇고. 그렇지 않나? 하하.
우리 대통령의 모습이 다큐멘터리로 촬영된 것도 없다. 그래서 미국 정치드라마를 많이 봤다. 영화도 많이 봤다. 아 저렇구나! 상상했다. 이 드라마는 대통령이 되기 위해 펼쳐지는 파워게임, 참모진들의 이야기 뭐 이런 것들이 아주 리얼하게 나올 것이다. 대통령과 그 참모진의 이야기가 아주 리얼한 드라마가 될 것이라고 생각한다."
- 사실에 가까운 대통령의 일상이 표현된다는 것인가."아마도 최대한 담으려고 노력하게 되지 않을까 싶다. 장일준이라는 인물이, 대통령이 돼 가는 과정을 그리는데, 그 안에서 벌어지는 배신, 갈등, 양보와 타협 등등 또 여기에 사랑과 로맨스 등도 담기게 될 것이다. 그러나 대통령도 그 자신의 근본은 가정이다. 따라서 대통령의 가정사도 당연히 다루게 된다."
"초반 시청률 신경 많이 안 쓰렵니다"- 미국 드라마는 주로 어떤 작품을 참고했나."대통령이 나오는 미국 드라마는 거의 대부분 다 봤다. <웨스트윙> <체인지>. 또 오바마 미국 대통령의 캠프를 따라다니면서 찍은 다큐멘터리가 있는데 그것도 봤다. 오바마 대통령 캠프를 촬영한 다큐멘터리를 보면서 참 많은 것을 느끼고 배웠다. 저렇게 자유롭고 편안할 수가 있는 거구나, 늘 넥타이 메고 딱딱한 분위기에서 일하는 게 아니라 참모진과 얘기할 때는 노타이로 편안하게 대화하는구나 느꼈다."
- 첫 회에 최수종씨가 블루 셔츠 차림으로 참모와 야구하는 모습이 나온다. 이런 장면도 오바마 다큐멘터리에서 벤치마킹 한 것인가."그런 건 아니다. 아니, 야구할 때 넥타이 메고 하는 사람도 있나? (웃음) 그런데 우리는 늘 국회의원이나 대통령의 이미지를 생각할 때 '넥타이에 정장 차림'을 상상한다. 딱딱하고 굳은 이미지. 우리도 많이 바뀌었다고는 하지만 여전히 권위적인 인상이 떠오른다.
그러나 이 드라마에서는 권위주의적이고 딱딱한 대통령의 이미지는 거의 없다. 일상생활 할 때는 넥타이를 거의 매지 않는다. 공식석상에 설 때나 정장을 입는 정도다. 마찬가지로 우리 대통령도 바쁘게 일할 때는 넥타이를 매지 않을 것 같다. 바빠 죽겠는데 답답하게 무슨 넥타이? 그런 부분도 섬세하고 리얼하게 담으려고 한다."
- 시청률이 꽤 저조한 편이다. 첫 회 6.3%, 2회 5.9%를 보였다. "어떤 드라마든 처음 시작할 때 상대편에 나오는 유력 드라마보다 우위에 서기 어렵다고 생각한다. 대부분 전작의 절반 정도로 시작한다. 차츰 관심을 가질 것으로 기대한다. 왜냐하면 이 드라마 속에 나오는 스토리가 너무 많다. 진짜 대통령의 세계가 저런 건가? 대통령이 되기 위해서 저런 음모와 암투, 권력이동이 존재하는구나 알게 될 것이다. 지금 시청률에 그렇게 신경 쓰지 않으려고 한다."
- 한국에서 대통령을 소재로 한 작품은 <피아노 치는 대통령> <굿모닝 프레지던트>가 있다. 부드러운 대통령의 로맨스에 집중한 면이 있다. 또 박정희 전 대통령의 죽음을 다루었던 <그때 그 사람들>도 있다. <프레지던트>는 이전 작품과 무엇이 다른가."지금까지 작품들은 주로 대통령이 된 뒤에 펼쳐지는 모습을 많이 다뤘다. <프레지던트>는 대통령이 되는 과정을 주로 다루게 된다. 대통령이 되는 과정에서 빚어지는 비자금 사건, 유능한 인물을 끌어오기 위한 작전, 그 속에서의 배신, 계약파기 등등의 정치게임에 집중하게 되지 않을까 싶다. 권력관계에서 벌어지는 비루한 일상들도 다루게 될 것이다."
- <프레지던트>에 앞서 SBS에서는 같은 날 같은 시간대 <대물>이 방영되고 있다. 극 초반 작가와 PD 교체로 몸살을 앓기도 했지만 25% 이상의 시청률로 동시간대 1위를 점하고 있다. <대물>과 어떤 차이가 있나."<대물>엔 로맨스도 있고 러브라인도 나오고 그러지 않나? 하하. 물론 <대물>에는 좋은 배우들이 상당히 많이 출연하고 있고 다들 연기도 잘하신다. 반면, 우리 드라마는 가족 이야기가 기반이다. 대통령 경선에 출마할 때도 참모진과 의논하는 게 아니라 가장 먼저 가족과 이야기를 나눈다. 가족 중에도 찬성과 반대로 나뉘고 아버지가 대통령선거에 출마하지 말았으면 좋겠다는 얘기도 서슴없이 한다.
권위적이지 않은 가정의 모습을 그렸다고 할 수 있다. 어쩌면 우리 드라마의 관전포인트는 장일준의 아내 조소희가 아닐까 싶다. 남편을 대통령에 출마시켜 당선시키고자 하는 부인의 욕망? 그 욕망과 부딪치는 여러 일들? 그런 것들에서 <대물>과 차이가 있다고 생각한다."
- 아내 조소희의 역할이 대통령 후보 장일준보다 더 세다는 얘기인가."꼭 그렇지는 않지만, 드라마를 통해 보여지는 부분이 약간 그런 대목이 있다. 남의 일까지 다 챙겨서 대신 싸워주면 더 정의로워 보이듯이 조소희의 역할이 그런 것 같다. 자신의 욕망을 다 드러내놓고 장일준을 위해 헌신하는 역할이니까."
"대물과 차이점? <프레지던트>에는 가족이 있다"- 드라마 장면 중 기자들이 장일준에게 묻는다. 당신의 정치노선은 진보냐 보수냐, 그런데 박쥐라고 말했다. 어떤 의미가 있는 말인가."정말 많은 뜻을 내포하고 있는 말인 것 같다. 그날의 대사처럼 정말 간에 붙었다 쓸개 붙었다 할 수 있다는 뜻 같다. 이 말이 아주 교활한 회색분자라는 게 아니라 자신이 꿈꾸는 정치를 위해서라면, 그것에 도움이 되는 일이라면, 무엇이든 할 수 있다는 뜻으로 해석하면 좋을 것 같다. 자신의 정치적 야망을 위해서라면 그 어떤 반대세력들도 모두 같은 편으로 만들어 꿈에 도전하는, 그런 의향이 있다는 뜻으로 표현된 대사가 아닐까 싶다."
- <웨스트윙>은 작품성과 흥행 두 마리 토끼를 모두 잡은 작품이다. 이 드라마에는 미국사회 주요 이슈인 동성애·총기자유·복지예산 등이 다 거론되며 치열한 정책논쟁을 벌인다. <프레지던트>에는 한국사회의 어떤 의제들이 담기나."지구온난화, 기후변화 같은 환경 의제들, 복지이슈 등이 담긴다. 일일이 열거하기 어려울 정도로 우리의 일상생활에서 일어나는 모든 것들이 다 대사로 나온다."
- 장일준의 아내 조소희가 무상급식을 주제로 한 정책토론에 나왔다. 그런데 좀 아쉬웠다. 대사가 '무상급식에 대한 제 생각은'에서 끝나서. (웃음) 무상급식은 현재 한국 사회 최대 현안 중 하나인데 어떻게 생각하나."시청자에게 답을 요구하는 것 아닐까. 작가의 기술이자 연출의 기술 같다. 그 다음이 어떻게 이어질까 궁금증을 자아내는 것말이다. 아직 드라마 초반이어서 정책의제에 대해서는 구체적으로 나오지 않고 있지만 조만간 장일준이라는 인물이 대통령이 되어가는 과정에서 좀더 직접적으로 국민들이 들을 만한 소리들이 나올 것이다."
- 과거 MBC <제5공화국> 같은 드라마는 현대사를 성찰했다. 오늘날 '정치 드라마'는 이상적인 대통령의 모습을 설정하고 있다. 왜 그렇다고 생각하나."예전에는 우리가 닫힌 사회였다. 과거엔 드라마가 우리 역사를 새롭게 조명해 보는 역할을 했다고 생각한다. 그러나 지금은 우리가 바라고 꿈꾸는 대통령의 모습을 보고 싶다는 시청자의 욕구가 크지 않나 싶다. 요즘 세상은 눈 뜨면 오바마 대통령과 트위터 하는 세상이다. 유교사상에 입각한 권위주의 이런 건 좀 사라져야 한다. 기왕이면 젊은 대통령과 트위터도 하면서, 수트차림을 하더라도 딱 떨어지게 입고, 우리라고 왜 그런 대통령을 원하지 않겠나.
우리가 왜 열린 사회, 열린 나라, 민주국가를 얘기하겠나. 우리도 이제 다 해외에 나가 생활도 해보고 그러면서 우리도 우리에게 맞는 대통령을 만나고 싶다는 대중의 욕구가 있다고 생각한다. 우리가 희망하는 대통령이 이런 거 아니야? 이상적인 대통령이 이런 게 아니야? 뭐 그런 역할을 해보겠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