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수당 덕분에 아이를 키우는 게 가능합니다" 대학원생인 사라는 19개월 된 딸 베아를 키우면서 학업을 병행하고 있다.
윤정현
- 핀란드에서도 점점 결혼하는 나이가 늦어지고 있지만, 적지 않은 젊은 학생들이 대학에 아기를 데리고 오는 모습이 상당히 인상적이거든. 이렇게 학업과 육아를 병행하도록 해준 일등공신이 뭐라고 생각해?
사라: "제도적인 것으로는 아무래도 복지 수당을 꼽지 않을 수 없겠지. 우리처럼 부모가 학생인 경우, 학생수당(월 400유로=약 60만 원. 일반적으로 학생의 경우 주택보조금과 생활보조금을 합쳐 400-450유로 정도의 학생수당을 받는다)에 출산 후 9개월까지 출산 수당(400유로)이 나오고 출산 수당이 끝나고 나면 아이가 세 살이 될 때까지 양육수당 (400유로에 약간 못 미치는 금액)이 나와.
양육수당은 아이를 어린이집에 맡기는 비용을 전액 지원하는 성격의 돈인데, 만약 부모가 어린이집에 아이를 보내지 않고 집에서 계속 돌보면 어린이 집에 보내는 비용에 상응하는 금액을 부모에게 직접 주지. 그리고 위의 수당들과는 별도로 자녀가 태어났을 때부터 17세가 될 때 까지 자녀 앞으로 한 명당 100유로의 자녀 수당이 계속 지급돼. 솔직히 복지 수당 제도가 너무 정교하고 복잡해서 나도 내가 받는 수당이 어떻게 운영되는 건지 책자를 보지 않으면 알 수가 없어."
- 설명을 들어보니 베아를 직접 낳은 건 사라지만, 핀란드 사회가 양육의 책임을 분담하고 있다는 느낌이 들어. 그럼 핀란드 남편들은 육아 문제를 자기 일이라고 인식하고 있니?사라: "대체로 남편들도 남녀평등주의적인 사고를 가지고 있고, 집안일과 육아를 자기 일로 받아들이고 있는 분위기야. 내 남편의 경우엔, 내가 출산하고 집에서 베아를 돌보고 있었을 때, 석사 과정을 마저 끝내라고 격려를 많이 해줬어. 남편이 적극적으로 육아를 함께 하지 않았으면 공부를 계속 하기 무척 힘들었을 거야."
"학생수당, 출산수당, 양육수당... 공부와 육아가 동시에 가능"- 대학교 기숙사와 대학 캠퍼스 안에도 어린이집이 있던데, 거기서 아이들이 영하의 날씨에도 우주복 입고 놀이터에서 뛰어 노는 걸 관심 있게 지켜봤거든. 베아가 어린이 집에서 어떻게 하루를 보내는지 들려줄래?사라 : "좀 있으면 남편이 베아를 데리고 집에 올 건데. 어린이 집이 가정집 같은 분위기라서 아이가 잘 적응하는 것 같고 세심한 것까지 선생님이 잘 챙겨주셔. 베아는 오전 8시에 어린이집으로 출근을 해서 오후 4시에 퇴근하지.(웃음) 거기서 아침, 점심, 간단한 간식까지 무려 세 끼를 먹고, 공작 활동이나 놀이터에서 야외 활동을 주로 하면서 놀아. 낮잠도 자고. 핀란드에는 큰 규모의 어린이집도 있지만 베아가 가는 어린이집처럼 개인이 가정집을 이용해서 어린이집으로 운영하는 경우도 볼 수 있는데 이 어린이집은 4명이 정원이야. 50대 중반쯤 되신 아주머니께서 운영을 하시는데 자격증을 갖고 있어야만 이런 어린이집을 운영할 수 있어."
이렇게 사라의 남편 자랑(?)이 슬그머니 이어지고 있을 무렵, 오후 4시쯤 남편 마르쿠스씨가 때마침 베아를 데리고 집에 돌아왔다. 태어난 지 19개월이 된 베아는 낯선 외국인 때문에 낯가림을 하던 것도 잠시, 곧이어 왕성한 호기심으로 온 집안 물건 꺼내 엎기에 돌입했다. 마르쿠스씨는 돌아오자마자 베아의 저녁을 준비하고 먹여줘 사라가 인터뷰에 집중할 수 있도록 도와주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