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대학 진학을 위해 과외를 받았다" 투르쿠대학 법학과 1학년 이리스.
윤정현
- 고등학교 시절 얘기를 좀 들려달라. 고등학교에 입학하기 위한 경쟁은 없었는지 궁금하다. "8학년(우리나라 중학교2학년) 때까지는 공부를 별로 열심히 안 했다. 그러다가 9학년이 돼 헬싱키에서 성적이 좋아야 들어갈 수 있는 고등학교에 가고 싶어서 공부를 열심히 했다.
내가 다닌 고등학교는 입학 경쟁률이 제법 셌는데, 점수가 10점 만점에 9.2가 커트라인이었다. 보통 시내 중심에 있는 학교들이 인기도 많고 커트라인 점수도 더 높다."
- 종합학교(초등학교+중학교)부터 고등학교까지 다니면서 사교육 받아본 적 있나. 대학 입시 준비한다고 과외 받거나 학원 다녀본 적은 없는지? "고등학교 때까지는 사교육은 받아본 적이 없다. 그런데 대학 입시 준비하면서 과외를 받았다. 투르쿠 대학 법대를 지원했는데, 이미 법대에 다니고 있는 선배들이 나 같은 수험생들에게 그룹 과외를 해주는 형태였다.
수강료는 5주에 700유로(약 105만원) 했으니까 우리나라 물가를 생각하면 크게 비싼 편은 아니다. 특히나 의대, 법대, 경제대에 합격 하려면 이런 과외를 받지 않고서는 좀 힘들다. 특별하게 머리가 좋다면 학교 공부만으로 가능하겠지만."
핀란드는 종합학교를 마치면, 적성에 따라 일반고등학교에 가거나 직업고등학교를 선택할 수 있다. 일반고등학교에서 코스를 마친 학생들은 1년에 두 차례 봄과 가을에 실시되는 대학입학자격시험(메트리큘레이션)을 통해 대학교를 선택한다.
- 대학 입시 준비가 힘들지는 않았는지? "내가 지망한 법대의 경우에는 수험서가 해마다 바뀌고 새 책이 그해 4월 초에 출판되기 때문에 그 전에는 미리 공부하고 싶어도 할 수가 없다. 입학시험이 6월 중순에 있었으니까 시험공부를 본격적으로 한 건 두 달 반 정도 밖에 안 된다. 물론 모든 학과의 상황이 이런 건 아니다. 그리고 학과마다 다르지만 보통은 대학입학자격시험 성적과 학부 자체 시험 성적을 합산한 결과로 신입생을 뽑는다.
핀란드 고등학교 학제는 유연한 편이라서 내가 졸업 시기를 자유롭게 선택할 수 있다. 보통 3년 만에 졸업하지만 4년 만에 졸업할 수도 있다. 나는 3년 반 만에 졸업했고, 졸업하기 전까지 대학입학자격시험을 쳤다. 졸업하고 나서 입시 준비하기 전까지 영국에서 영어 연수도 잠깐 하고, 아르바이트도 했다."
- 사람마다 공부하는 속도가 다른데 그걸 인정해주니 참 좋았을 것 같다. 한국에선 고등학교 3학년이 되면 부모님도 수험생이 된 거나 마찬가지인데, 여기에선 어떤지 궁금하다. "입시 준비생이라고 해서 그렇게 특별한 건 없다. 우리 부모님은 헬싱키 근처 반타에 사시는데 나는 대입 준비 기간 동안 혼자 투르쿠에 와서 기숙사에 머물면서 아침 챙겨먹고 그룹 과외 듣고, 도서관에서 공부했다."
- 과외비가 비싼 게 아니라고 해도 집안 형편이 안 되는 학생들은 과외를 못 받고, 그럼 대학 입시에서 어쨌든 불리한 건데, 핀란드처럼 누구나 평등하게 교육 받을 기회를 중요하게 생각하는 곳에서는 형평성의 문제가 생길 수 있지 않을까? "그렇다. 그래서 서서히 사회적으로도 논란이 되고 있는 것 같다."
- 고등학교 졸업했다고 누구나 다 대학에 가야 되는 건 아닌데, 대학 온 이유가 궁금하다. 앞으로도 최소한 4년 정도 대학 생활이 남아 있는데 대학 생활을 통해서 해보고 싶은 일은 뭐가 있나? "앞으로 국제 변호사가 되는 게 꿈이다. 아무래도 대학을 졸업하면 내가 원하고, 좀 더 높은 월급을 받을 수 있는 좋은 직업을 가질 가능성이 높아지기 때문에 진학을 결심했다. 물론 그게 이유의 전부는 아니다. 대학 생활을 통해서 내가 살고 있는 핀란드 사회를 바라보는 깊은 안목을 키우고 다양한 지식도 쌓고 싶었다. 내 전공 분야 공부도 물론 중요하지만 정치학이나 사회학 같은 사회과학 분야를 공부해서 사회를 바라보는 안목을 넓히는 게 굉장히 중요하다고 생각한다. 그렇게 여러모로 성숙해 지고 싶은 마음이 컸다고 할까.(웃음)."
"학생수당 도움 된다, 그러나..."