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블라디보스톡에서 가장 큰 정교회 건물
최지혜
두 번째로 정교회를 방문한다는 말을 듣고 그랬다.
'교회 건물이나 보겠다고 이 먼 곳까지 온 게 아닌데….'
게다가 정교회라는 것은 이름만 들어봤지, 도대체 어떤 종류의 교파인지조차 알지 못하고 있었다. 한국에 돌아와서야 글을 쓰기 위해 조사를 해보고는 정교회가 러시아라는 나라에서 역사적으로 어떤 의미인지 조금은 알 것 같다.
정교회는 기독교의 한 교파로서 988년 블라디미르에 의해 국교로 지정되었다. 러시아인은 동방정교회를 받아들임으로써 고도의 문명도 함께 받아들여 독자적인 문화를 만들어갈 수 있었다. 초기의 정교회는 시대의 흐름에 따라 왕권쟁탈에 의한 위기와 생각의 차이로 인한 분열, 공산주의국가에 의한 박해 등을 거치며 지금에 이르렀다. 현재 러시아의 대통령 역시 정교회 신자로 그 교세는 점차 확장되어 가고 있으며, 출근길에 기도를 드리고 직장에 가는 시민들도 있을 만큼 러시아인들에게 큰 영향을 미치고 있다.
이곳은 블라디보스토크에서 가장 큰 정교회 건물이다. 다른 교회들도 마찬가지이지만 몇몇 건물을 제외하고는 우리나라처럼 'OO교회'식의 간판이 달린 건 아니다. 그냥 통틀어 정교회라고만 불린다.
정문으로 들어서니 은은한 베이지색 외관과 반짝이는 둥근 지붕의 멋스러운 건물이 눈에 들어온다. 사방의 새하얀 눈빛을 받으며 우두커니 서 있는 모습이 소담하다. 정교회 건물은 블라디보스토크에서 가장 큰 공원인 파크로스트공원이 감싸고 있다. 발이 푹푹 빠질 만큼 수북이 쌓인 눈이 공원의 자태를 감추고 있다.
정교회 내부는 사진촬영이 금지되어 있다. 들어서자마자 카메라를 목에 걸고 있는 모습을 내 모습을 본 문지기가 카메라를 가리키며 팔로 X자를 만들어 보인다. 남자는 모자를 벗고 들어가야 하며, 여자는 모자를 쓰거나 안쪽에 비치된 스카프를 머리에 둘러야 한다. 여자의 긴머리가 신을 유혹한다나? 난 짧은데 왜 써야 하는 거야?!
웅장한 외관과는 다르게 안쪽은 생각보다 좁다. 숨소리조차 내기 조심스러울 정도로 엄숙하고 조용한 내부에서는 신자들의 기도행렬이 드문드문 이어진다. 순금으로 만들어진 듯한 내부 조각품들도 눈길을 끈다. 사진으로 담을 수 없음이 안타까울 뿐. 기도하는 사람들에게 방해가 될까 봐 미처 다 둘러보지도 못하고 발길을 뗀다.
아기자기 동화 속 거리, 아르바트 거리