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윈난(雲南) 슈허(束河)내 사진도 저기에 넣고 싶다...
손희상
어머님,
저 아래 나라 루앙프라방이 가진 아침의 거룩함을 떠올리면, 리장의 저녁은 사치스럽습니다. 모든 고가가 상점으로 탈바꿈한 것 또한 이색적인 경험이지만 상품만 진열되어 있지 문화는 사라진 듯한 느낌입니다. 고성은 곱게 늙어가려 하는데 사람이 자꾸만 때를 입히려 하는 듯합니다. 고성의 밤이 잠시 안타깝습니다. 그렇지만 다시 날아 밝아오면 지난밤의 사치스런 향기를 냇물에 흘려보내고, 새로이 걷고 있는 저를 마주하게 됨을 알고 있습니다. 리장은 사치와 망각, 중독을 수양버들 바람에 묻혀 시나브로 저에게 흩뿌립니다. 고성은 곱게 늙어가려 하는데 사람이 자꾸만 때를 입히려 하는 듯합니다.
윈난에 꼭 숨어 있던, 그네들끼리 살던 동내가 세상에 알려지게 된 것은 지진에 의해도 무너지지 않은 옛 어른들의 숨겨진 비결 때문이었습니다. 그리고 동파 문자는 그들의 제사장에 의해 천 년 동안 이어져 왔고 세계기록유산에도 올랐습니다. 세계문화유산과 세계기록유산을 지닌 리장, 무엇이 문화인지, 기록은 과연 생존하는지 묻게 되지만, 리장의 골목길을 걷게 되면 이 모든 것을 망각하게 됩니다. 윤이 나는 자갈길을 걷는다는 건, 시간을 거슬러 오르는 아름다움입니다. 연인끼리 걷게 되면 더욱 사귐이 깊어질 것이며, 친구끼리 걷게 된다면 오랜 추억으로, 가족끼리 다녀간다면 화목한 가정을 이끌어 줄, 그런 고성입니다.
그리고 슈허 이야기리장의 번잡함과 시끄러움이 조금 거슬린다면, 한적한 (작은 동내를 얻고 싶다면) 슈허고진(束河古鎭)으로 오세요.
어머님,
리장에서 4km 떨어진 거리에 슈허가 자리합니다. 옛 시절에는 마방의 역참으로 큰 이름을 얻었지만 오늘날에는 리장에 묻혀 조금 조용한 듯합니다. 슈허는 고래로 가족 공예품으로 큰 이름을 얻었습니다. 그래서인지 서너 집 건너며 가죽으로 무엇을 만드는 것을 쉬이 볼 수가 있습니다.
슈허는 어쩜, 리장과 많이 닮아있습니다. 옥룡설산의 물이 흘러 작은 호수를 만들고, 그 호숫물이 다시 마을 안으로 흘러듭니다. 호숫가에는 이 마을의 주신인 피장조사가 모셔진 절(寺)도 있습니다. 슈허에서 자갈길을 오래도록 걸어도 쉬이 길을 찾을 수가 있습니다. 강 사이로 고택이 놓여 있고, 고택 사이로 자그마한 냇물이 흘러내리고, 커다란 수양버드나무가 머리 숙인 채 이야기를 나누는 동내입니다. 슈허에는 유난히 카페가 많이 있으며, 웨딩스튜디오 또한 많습니다. 아마도 아담한 마을 풍경이 아름다운 그림을 그려내는 듯합니다. 밤이 되면 카페에서 음악이 골목으로 흘러들곤 합니다. 이른 아침에는 새소리가 알람처럼 들려올 것이며, 바람이 문득 두드릴지 모릅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