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30일 경기도 수원 사무실에서 안내경 풍경이와 포즈를 잡은 노영관씨.
최지용
경기도 수원 성균관대학교 캠퍼스 안에 차려진 노씨의 사무실을 찾은 것은 30일 오전. 최근 삼성이 장애인 안내견사업을 대폭 축소하는 것에 문제를 제기하는 그의 생각을 들어보기 위해서였다. 그는 대학에서 경영학을 전공하고 올 6월까지는 회사생활을 하다가 지난달 장애인활동보조기구를 생산하는 벤처기업 '네오엑세스'를 창업했다.
노씨는 삼성의 장애인안내견사업 축소와 관련 "기업의 사회공헌활동 자체가 홍보를 위한 일면이 있겠지만 전부는 아닐 것이라고 믿었다"라며 "그러나 이번 사건으로 안내견사업을 하는 삼성의 목적은 홍보가 전부였다는 것이 확인됐다"고 지적했다.
삼성은 1993년 에버랜드 인근 경기도 용인시 포곡면에 '삼성안내견학교'를 세우고 시각장애인 안내견·청각장애인 도우미견·구조견 등을 양성해 장애인들에게 무상분양해왔다. 삼성안내견학교는 2009년 말까지 시각장애인 안내견 130마리, 청각장애인 도우미견 62마리, 인명구조견 28마리 등을 분양했다. 이를 위해 삼성은 매년 30~40억 원을 투입해온 것으로 알려졌다.
그러나 최근 에버랜드 리조트 사업의 수익성이 악화되자 삼성은 청각도우미견과 인명구조견 등 사회공헌사업을 축소하기로 결정하고, 75명의 관리인력 중 73%에 해당하는 55명에게 퇴직을 통보한 것으로 알려졌다. 이러한 구조조정에 직접적인 피해를 입은 훈련사들뿐 아니라 이들을 돕는 자원봉사자들(퍼피워커), 안내견 사용자인 장애인들이 거세게 반발하고 있다.
노씨는 "처음에는 뭐가 잘못됐고, 누가 잘못했고, 무엇을 어디에 어떻게 요구해야 하는지 감도 잡지 못했다"라며 "지금도 문제의 책임소지가 불분명하지만 1차적으로 삼성이 다시 사업에 복귀해야 하고, 이후에는 삼성에 모든 것을 맡기는 것이 아니라 정부가 나서 전문적인 비영리단체를 육성해야 한다"고 주장했다. 그는 "삼성이 그동안 잘 해와서 정말 감사했지만, 지금은 그만큼 배신감이 더 크다"라고 덧붙였다.
노씨는 풍경이를 만나기 전, 다른 안내견과 함께 삼성의 TV광고에 출연한 적이 있었다. 2008년 삼성화재가 만든 '세상에서 가장 아름다운 동행'이란 시리즈 광고다. 삼성안내견학교에서 시각장애인들에게 무상으로 제공한 안내견과 그 주인들의 이야기를 담았지만, 사실상 삼성의 기업 이미지 광고였다. 최근 '또 하나의 가족'이란 모토로 나오는 삼성전자의 광고처럼 말이다.
노씨와 안내견 '아름'이는 광고 네 번째 편의 주인공이었다. 안내견은 일정한 나이가 되면 은퇴를 하고 '홈케어'라는 제도를 통해 위탁 가정에 맡겨져 여생을 편안하게 보내게 된다. 아름이도 그런 과정을 통해 노씨와 헤어져 다른 위탁가정에 맡겨졌고, 광고촬영을 위해 2년 만에 다시 만났다. 아름이와 노씨의 우정을 담은 영상은 사람들에게 감동을 줬고, 그들은 삼성안내견학교를 상징하는 이야기 가운데 하나가 되었다.
노씨는 초등학교 6학년때 '망막박리'라는 질환으로 시력을 완전히 잃었고 지난 1999년 대학에 입학하며 시각장애인 안내견을 처음 만났다. 몸이 불편해 일찍 은퇴한 토담이, 그 후 5년 동안 함께 한 아름이에 이어, 지금 풍경이가 세 번째 안내견이다.
삼성안내견 학교를 통해 소중한 인연을 셋이나 얻은 노씨는 그만큼 이 사업을 잘 알고 있었고 애착도 강했다. 그에게 비장애인들이 잘 알지 못하는 장애인안내견의 중요성과 삼성의 안내견사업 축소의 문제점을 들어보았다.
다음은 노씨와 나눈 일문일답을 정리한 것이다.
"안내견, 시각장애인의 외출을 즐겁게 만들어줬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