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현재 '사회화훈련'(퍼피 워킹) 과정을 거치고 있는 시각장애인 안내견 후보. 삼성의 로고가 선명하다.
오마이뉴스 구영식
삼성이 '모범적인 사회공헌사업'으로 내세워온 청각장애인 도우미견사업과 시각장애인 안내견 사업 등을 대폭 축소하거나 중단하자 자원봉사자들인 '퍼피 워커'(puppy walker)들이 크게 반발하고 있다.
'퍼피 워커'란 시각장애인 안내견으로 활동할 강아지를 1년 동안 자신의 가정에서 돌보며 사회에 적응시키는 역할을 하는 자원봉사자들을 가리킨다. 삼성은 청각장애인 도우미견사업과 인명구조견사업을 중단한 데 이어 시각장애인 안내견사업도 대폭 축소한 것으로 알려졌다.
이에 삼성안내견학교의 한 관계자는 "인력을 일부 줄이긴 했지만 시각장애인 안내견의 분양은 기존 규모를 유지할 것"이라며 "안내견 사용자가 불편하지 않도록 하겠다"고 말했다.
<오마이뉴스>는 지난 10월 22일 "삼성은 최근 청각 도우미견과 인명구조견 등의 사회공헌사업을 축소하기로 결정하고 75명의 관리인력 중 73%에 해당하는 55명에게 퇴직을 통보했다"고 삼성의 안내견사업 축소 사실을 처음으로 보도(관련기사 :
<삼성 모범사회공헌 '안내견사업' 축소하나?>)한 바 있다.
1년여간 '퍼피 워키' 과정 거쳐 40-50% 정도만이 안내견으로 활동시각장애인 안내견이 되기 위해서는 '퍼피 워킹'(puppy walking)이라는 과정을 반드시 거쳐야 한다. '퍼피 워킹'이란 시각장애인 안내견을 양성하기 위한 첫 단계다. 7주 정도의 강아지를 일반 가정에 위탁해 사람과 함께 지낼 수 있도록 훈련시키는 일이다. 안내견으로 활동시키기 위한 일종의 '사회화 훈련 과정'이다.
퍼피 워킹에는 복종과 배변, 사회시설 적응 등의 훈련이 포함된다. 퍼피 워킹은 약 12~14개월간에 걸쳐 이루어지는데, 퍼피 워킹 결과에 따라 안내견 활동 여부가 결정된다. 그만큼 안내견으로 활동하기 위해서는 퍼피 워킹이 중요하다. 이렇게 시각장애인 안내견들을 훈련시키는 자원봉사자들을 '퍼피 워커'라 부른다. 월 1회 안내견학교에서 방문하긴 하지만 시각장애인 양성 과정에서 자원봉사자들이 큰 역할을 하는 셈이다.
퍼피 워킹 과정을 거친다고 모두 시각장애인 안내견으로 활동하는 것은 아니다. 1년의 퍼피 워킹 과정이 끝나면 다시 안내견학교로 돌아가 6~8개월 동안 보행시험 등을 거친다. 실제 시각장애인 안내견으로 활동하는 후보견은 전체의 40~50%에 불과하다고 한다.
현재 시각장애인 안내견으로는 보통 라브라도 리트리버(Labrador Retriever)와 골든 리트리버(Golden Retriever), 세퍼드 등의 종들이 사용된다. 현재 미국과 영국, 독일, 프랑스, 일본 등에서 수백~1만여 마리가 길러지고 있다. 안내견 양성과 분양 등은 대부분 민간단체에서 하고 있다.
삼성은 지난 93년 이건희 회장의 지시에 따라 삼성에버랜드 근처에 '삼성안내견학교'를 세웠다. 시각장애인 안내견 등을 양성하는 역할은 삼성에버랜드('국제화 기획실')에서 맡고 있지만, 운영자금은 삼성화재 등 각 계열사들이 사회공헌사업의 일환으로 지원하고 있다.
삼성안내견학교에서는 지난 94년 처음으로 시각장애인 안내견을 분양한 이후 2009년 말 현재까지 총 130마리를 시각장애인들에게 무상으로 분양했다. 현재 안내견학교에 소속된 안내견은 은퇴견 34마리를 포함해 180여 마리에 이른다. 여기에는 안내견으로 활동하는 63마리, 퍼피 워킹을 받고 있는 46마리, 퍼피 워킹을 마치고 훈련 중인 16마리 등이 포함돼 있다.
까다로운 조건을 통과하고 뽑힌 퍼피 워커들은 안내견학교에서 4주(1주 4시간)에 걸쳐 관련교육을 받는다. 이렇게 양성된 퍼피 워커들은 16년간 수백 명에 이른다.
문제는 삼성이 청각장애인 도우미견과 인명구조견 사업을 중단한 데 이어 퍼피 워커들의 자원봉사활동으로 뒷받침되고 있는 시각장애인 안내견사업까지도 축소했다는 데 있다.
삼성안내견학교 사정에 정통한 한 시각장애인은 "시각장애인 전담 인력이 20명이었는데 14명이 잘리고 6명만 남은 것으로 알고 있다"고 전했다.
그는 "안내견사업이 삼성의 사회공헌사업이라고 하지만 삼성의 힘만으로 진행될 수 없는 사업"이라며 "안내견사업에 수많은 자원봉사자들이 상당 부분 관여하고 있기 때문"이라고 말했다.
그는 "자원봉사자들이 시각장애인들을 보고 자원봉사하지, 삼성을 위해서 자원봉사하는 것은 아니다"라며 "이들과 퇴직당한 훈련사들의 목소리가 전혀 알려지지 않고 있다"고 안타까움을 나타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