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윈난(雲南) 사시고진(沙溪古鎭)난 전생에 마방이였을까?
손희상
고성에서 만두와 죽으로 아침을 먹고 정류장에 가서 '사시고진'가는 버스를 타려 하니 버스 정류소 직원이 밖에 대기하고 있는 빵차(일종의 승합차)를 타라고 일러줍니다. 작은 마을은 언제나 사설버스(빵차)와 공공버스가 함께 달리는데, 공공버스가 다니지 않는 빈 시간은 빵차들이 메우고 있기에 들고나는 데에는, 큰 문제가 되지 않는 듯 합니다. 고성을 벗어나자 풍요로운 들판에서 마을 사람들이 한창 모내기를 하고 있습니다.
사시고진을 가기 위해서는 들판을 따라 10여분 달린 다음, 커다란 산을 올라 또 한참을 달려야 합니다. 사시고진으로 들고나는 버스는 많은 편이 아닙니다. 이는 사시고진이 외진 곳에 자리잡고 있다는 걸 나타냅니다. 또 사시고진이 오지가 아니면서도 오지처럼 느껴지게도 합니다.
마을은 넓은 들판을 끼고 있지만, 그 너머에는 사방이 산으로 막혀 있어 어느 곳에서든 사시고진으로로 들어오려고 하면 산을 넘어 와야 합니다. 그래서일까요. 사시고진은 아주 조용한 동네이며, 점점 잊혀져 가는 자리인지 모릅니다.
고성(젠촨)이 큰 동내라면 사시고진은 아주 어린 마을입니다. 고성처럼 물이 흘러내리지만 자연스럽지 못하고, 강 건너의 옛 다리에는 이제 마방(馬幇)이 지나지 않습니다.
사등지에(寺登街)에 앉아 있으니 소학교 어린아이 열 댓 명이 모여서 젊은 여선생님과 함께 책을 읽고 있습니다. 어떤 시인 듯한데, 그 음과 뜻을 잘 알지 못하겠지만 잠잠하던 사시고진이 어린 소녀들의 합창 소리에 하품을 하는 듯 합니다.
잠시 동안 울린 시음(詩音)이 사라지자, 사등지는 다시 침묵에 잠겼습니다. 골목을 따라 걸어가니, 빨간색의 네모난 흙을 빚어 지은 집과 마을로 드는 좁은 문이 오랜시절의 향기를 뿜어냅니다.
아마도 이곳의 사람들은 이 길로 마방을 마중하고 배웅도 하곤 했을 것 같습니다. 골목을 느리게 걸으며, 사등지에 앉아 차마고도의 길을 마당에 홀로 그려봅니다. 예닐곱 살 돼 보이는 여자 아이가 두어 살 되는 동생을 등에 업고, 친구랑 옛 찻집으로 들어갑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