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88만원 세대> 겉그림.
레디앙
자신의 소신에 따라 '학벌사회'를 뛰쳐나온 이들도, 여전히 '학력차별' 때문에 빚어지는 일들에 상처받고 있었다.
일찍이 고등학교를 접고 꿈으로 뛰어든 김민수(가명·25)씨. 그는 17살이던 2001년 과감히 자퇴서를 냈다. 그리고 장애인 생활보조, 고시원 총무를 하며 몇 편의 독립영화를 제작했다.
그렇게 자신이 가고자 하던 길을 가던 그는 지난 6월 '타블로 학력 위조설'에 대해 동료 감독과 이야기하던 중 다음과 같은 말을 들었다.
"학벌주의는 싫지만… 그래도 연출부 중 서울에 있는 4년제 대학 영화과 졸업생 한 명쯤은 있어야 하지 않니? 현장에 있는 연출부원 모두 지방대 출신이라, 일을 빠릿빠릿하게 못한 것 같아. 학벌이 아무 의미 없는 건 아닐 거야."지금껏 지방대를 나온 연출팀과 아무 문제없이 촬영을 해 온 김씨는 감독의 말이 이해되지 않았다. 물론 감독이 김씨에게 자신의 경험을 학벌에 기대 보편적인 사실처럼 말할 수 있었던 건, 대학의 문턱조차 밟아보지 못한 그가 그만큼 학벌로부터 자유로워 보였기 때문일 것이다. 그러나 김씨는 영화판이든 회사든 원서를 넣기만 하면 떨어졌고, 그 이유를 "대학을 안 나와서"라고 인식하고 있었다. 실상 자유로운 게 아니라 학벌사회에서 아예 열외된 상태였던 것이다.
김씨는 자신이 "88만원 세대에서도 소외되었다"고 말했다. 스펙 쌓기에 열중하는 대학교육과 신자유주의 시대 속의 청년실업으로 대표되는 대학생이 '88만원 세대'의 중심이라고 생각하기 때문이다.
정작 88만 원도 벌지 못하는 김씨는 '88만원 세대'의 목소리에 함께할 수 없었다. 전태일은 대학생 친구가 있었으면 좋겠다고 했지만, 김씨에게 지금 절실한 것은 대학이라는 타이틀인지도 모른다. 김씨는 "우리 사회에서 공정한 시선과 이름을 갖기 위해서는 일단 모두 대학에 진입하거나 대학이 없어지는 수밖에 없다"고 말했다.
저항조차 명문대생이 독점한 사회, 대한민국최근 '공정사회'란 말이 유행처럼 번지고 있다. 이 때문일까. 이 유행어를 만드신 대한민국 CEO 대통령 이명박은 학력 차별에 대해서도 이렇게 말할 것 같다. '공정한 청년실업', '공정한 학력차별'. 이 대통령이 그토록 염원하는 '공정사회'는 유행어가 아닌, 구체성이 실현될 때 만들어진다. 이를 테면, '학력차별 철폐'와 관련한 다양한 대안을 소통하는 것 말이다.
자기의 의지와 상관없이 자기의 이름 앞에 출신 대학이 호명 당하는 건 지독한 학벌사회의 풍토 때문이지 개인의 잘못이 아니다. 그런데도 많은 이들은 우리 사회에서 열외 되거나 비주체로 대우를 받고 있다.
단적으로 삼성 반도체 공장에서 일하다 산업재해로 23세에 생을 마감한 고 박지연씨의 투쟁은 한 명문대생의 '대학포기' 선언보다 주목을 받지 못했다. 저항조차 '명문대생'이 독점한 사회에서 자퇴할 대학도 가지지 못한 청년, 88만 원을 벌지 못해도 '88만원 세대'에 소속감을 느끼지 못하는 청년, '지잡대'에서 인(IN)서울을 꿈꾸는 청년은 언제나 사회의 벽 앞에 서 있다.
저작권자(c) 오마이뉴스(시민기자), 무단 전재 및 재배포 금지
오탈자 신고
댓글
공유하기
"지방대 출신은 빠릿빠릿하지 못해...서울 없나?"
기사를 스크랩했습니다.
스크랩 페이지로 이동 하시겠습니까?
연도별 콘텐츠 보기