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춘천에 있는 강원도재활병원에서 재활 치료 중인 한혜경씨와 엄마 김시녀씨.
구태우
"차려놓은 밥이라도 혼자 먹을 수 있었으면 좋을 텐데…."
한혜경씨 어머니인 김시녀씨의 얼굴에 딸에 대한 안타까움과 안쓰러움이 배어나왔다. 혜경씨는 2005년 소뇌부 뇌종양 판정을 받았다. 같은 해 11월 서울대병원에서 뇌종양 제거 수술을 받았지만, 이미 종양이 많이 자란 터라 완전히 절제하지는 못했다.
그녀는 혼자서는 일어설 수도, 앉을 수도, 밥을 먹을 수도, 용변을 볼 수도 없다. 뇌종양 후유증으로 언어와 보행, 시력 등 모두 장애 1급 판정을 받았기 때문. 딸의 사지가 묶인 이후 김씨는 간병하는 데만 전념했다. 하고 있던 식당일도 관뒀다. 그러다보니 가세가 기울었다. 혜경씨가 어머니와 함께 살기 위해 산 춘천의 6400만 원짜리 25평 아파트는 병원비로 고스란히 들어갔다.
김씨에게 혜경씨는 '똥조차도 버릴 것 없는' 착한 딸이었다. 1995년, 집안 형편을 위해 고등학교를 졸업 하자마자 공장에서 일하기 시작한 딸만 생각하면 미안했다. 하루는 혜경씨네 회사에서 가족들을 초청했다. 식사도 대접하고, 에버랜드에도 데려가주었다. 혜경씨가 사는 회사 기숙사는 웬만한 춘천의 아파트보다 더 좋았다.
"우리 딸이 취직 잘 했구나. 좋은 회사에서 일하는구나."이때부터 김씨에게 삼성전자는 '우리 딸이 일하는 좋은 회사'였다. 동네사람들에게도 삼성제품을 추천했다. 김씨는 그렇게 계속 행복할 줄만 알았다. 그런데 입사 8개월이 지나자 혜경씨가 2~3개월에 한 번씩만 생리를 했다. 2년이 지난 후에는 생리가 완전히 멈췄다. 김씨는 '전자파 때문에 그런 거겠지'라고 생각했다. 시간이 지날수록 건강이 안 좋아진 혜경씨는 5년만인 2001년 회사에서 나왔다.
행복했던 모녀에게 찾아온, 불행의 그림자