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22일 오후 서울 중구 태평로 프레스센터에서 범야권 원로 인사들로 구성된 '민주·평화·복지 포럼' 창립대회에서 손학규 민주당 대표가 축사를 하고 있다.
유성호
손학규 민주당 대표는 "우리는 한때 민주주의는 다 돼서 더 이상 민주 대 반민주 구도는 실효성이 없을 것이라고 생각했지만 또 다시 민주주의가 얼마나 소중한 것인가 뼈저리게 느끼고 있다"며 "2010년에 1960년대, 70년대나 경험했던 권력기관이 다시 살아 펄펄 뛰리라 상상도 하지 못했다"고 개탄했다.
그는 심지어 최근엔 "국가기관인 총리실이 민간인을 사찰하는 일까지 벌어졌다"며 "청와대는 이를 은폐하기 위해 직접 대포폰까지 지급하는, 도저히 상상할 수 없는 일을 저질렀다"고 지적했다.
이어 "국회에서 야당이 청와대 불법사찰 의혹을 규명하기 위한 국정조사 특감을 요구했지만 청와대는 묵묵부답을 넘어 무시하고 있다"며 "이명박 정권은 국회의원을 오직 귀찮은 존재로 여기며 어떻게 하면 무력화할 것인가 하는 궁리만 하는 것 같다"고 비판했다.
손 대표는 또 "미국 닉슨 대통령이 도청 때문에 물러난 게 아니라 계속 은폐하고 거짓말하다가 결국 물러나게 됐다"며 "한국의 워터게이트 사건인 대포폰 민간인 사찰 사건은 이명박 정부뿐 아니라 우리 스스로도 교훈을 얻어야 하는 사건"이라고 규정했다.
그는 "이명박 정부가 대포폰 민간인 사찰 사건에 대한 국정조사를 무시한다고 해서 우리가 물러나서는 안 된다"며 "끈질지게 물고 늘어져 반드시 이겨야 한다"고 강조했다.
무엇보다 손 대표는 "앞으로 민주당이 야권연대 연합에 앞장서겠다"며 "선배(원로)들이 야권연대의 울타리와 지붕이 돼 달라"고 당부했다.
이들은 이날 창립선언문을 발표했다.
이들은 창립선언문을 통해 "이명박 정권 아래 인권과 언론자유, 그리고 민주주의 제도에 적신호가 켜졌다"며 "대통령의 친인척과 측근들이 권력을 사사로이 농단해도, 청와대가 민간인 사찰에 관여해도, 검경의 사정과 공권력 행사가 정도를 넘어서도, 권력자는 공정한 사회를 외치고 있다"고 역설했다.
또한 이들은 "노동·교육·의료·유통·농업·언론 등 전 분야에서 무제한 시장경쟁논리에 따라 승자를 위한 재편성을 강제하고 있다"며 "그것도 모자라 부자감세의 특혜까지 베풀고 있다"고 우려했다.
특히 이들은 4대강 사업과 관련해 "이명박 정권은 지나친 실적주의와 토건재벌의 이윤극대화를 위해 생태계 파괴도 서슴지 않고 있다"며 "이명박 정권 아래서 우리 국토가 되돌이킬 수 없이 파괴당하고 국민의 귀중한 혈세가 낭비되거나 횡류 당할 것을 걱정한다"고 밝혔다.
남북관계에 대해서도 이들은 "이명박 정권은 남북관계를 전면중단 상태에 빠뜨렸고 안보도 위험에 빠뜨렸다"며 "이명박 정권의 대북정책은 궁지에 몰린 김정일 정권을 과도한 중국의존상태로 몰아넣어 북한을 우리 역사로부터 떼어내는 어리석음을 저지르고 있다"고 비판했다.
또한 이들은 이날 ▲ 참여와 연대를 통해 살아 있는 민주주의 실현 ▲ 6·15와 10·4 정상선언에 기초한 남북 평화공존과 호혜번영 추구 ▲ 대기업과 중소기업의 상생번영 추구 ▲ 국제금융자본의 거래에 따른 세제 도입 ▲ 고용 양극화 해소를 위해 노력하며 보육, 교육, 의료, 주택의 공공성 향상 ▲ 여성, 노인, 장애인 등 사회적 약자를 위한 보편적 복지정책 등 8대 의제를 발표하기도 했다.
임동원 전 장관 "6·25의 비극을 되풀이해서는 안 된다"창립대회 이후에는 임동원 한반도 평화포럼 이사장이 '한반도 평화와 통일'을 주제로 강연을 했다. 전직 통일부 장관인 임 이사장은 이날 강연에서 "우리 민족문제의 당사자인 남과 북이 힘을 합쳐 주도하여 평화적으로 남북문제를 해결해야 한다"며 "올바른 통일철학과 확고한 통일의지를 갖고 남북관계를 발전시켜야 한다"고 강조했다.
무엇보다 임 이사장은 "남북경제협력을 활성화하고 경제공동체를 형성 발전시켜 상호의존도를 높이고 민족경제의 통일적이며 균형적인 발전을 도모해야 한다"며 "유럽이 경제공동체EEC를 구성해 국가연합 EU를 이룩하고 유럽통일을 지향하는 것을 벤치마킹해야 한다"고 당부했다.
임 이사장은 또 "우리는 6·25의 비극을 되풀이해서는 안 된다"며 "손자는 싸워서 이기는 것보다 싸우지 않고 상대방을 굴복시키는 것이 최상의 전략이라고 갈파한 바 있듯이 전쟁을 억제하여 평화를 지킬 뿐만 아니라 안보위협을 근원적으로 해소하고 평화를 만들어나갈 때"라고 거듭 강조했다.
이 포럼에는 권노갑 전 새천년민주당 상임고문을 비롯 김근태 전 열린우리당 의장, 김상현 전 민추협 공동의장 권한대행, 김원기 전 국회의장, 신상우 전 열린우리당 상임고문, 이부영 전 열린우리당 의장, 이창복 민주통합시민행동 대표, 이해찬 전 국무총리, 임채정 전 국회의장, 정대철 전 통합민주당 대표, 한명숙 전 국무총리 등 11명의 원로정치인들이 최초 발의자로 참가했으며, 함세웅 민주화운동기념사업회 이사장, 구중서 한국작가회의 회장, 강대인 대화문화아카데미 원장, 안병찬 언론인권연대 이사장, 김용태 민예총 이사장 등 100여명의 원로정치인들이 참석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