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윈난(雲南) 진핑(金平) 라오멍(老孟)의 장날.
손희상
어머님,
위엔양에서 다시 아래로 내려가면 중국에서도 오지마을, 변경지대라는 진핑현이 있습니다. 이곳에 들기 위해서는 신분증 검사(중국인이 여행하려면 변방 통행증이 있어야 한답니다. 외국인은 간단한 여권 검사가 이루어집니다)를 하여야 하며-괜시리 죄를 짓지 않았는데, '여권 검사를 한다'하니 가슴이 두 근 반 세 근 반입니다. 행여나 무슨 트집으로 그곳에 들지 못하게 할까라는 괜한 걱정이 앞서고 있습니다.
위엔장(元江) 다리를 건너, 신분증 검사가 이루어지면 다시 산을 거슬러 올라간 다음, 그 너머에 있는 근대 도시로 들어갑니다. 위엔양에서 5~6시간 거리에 있으면서, 세상과 또는 관광객으로부터 철저히 잊혀진 마을이기도 합니다. 진핑으로 오는 산길은 구름 위를 오르며, 이 깊은 곳에 도대체 어떤 마을의 형성되어 있을까라는 두려움 조차 일게 하는 산골 오지입니다.
하지만 사람이 모이고 한주(漢族)가 들어서면 언제나 근대도시로 탈바꿈을 하는 듯 하며, 소수민족이 이뤄낸 계단식 논은 사람이 이뤄낸 힘과 아름다움을 화두(話頭)로 남겨줍니다. 위엔양의 계단식논이 많이 알려져 있지만 사진을 담기에는 이곳 –진핑의 논도 그 아름다움에 한 치 양보가 없을 듯 합니다.
어머님,
진핑 버스 정류장 뒷편에 방을 구해 배낭을 내려놓은 다음 -방값이 오래된 책에서 적힌 가격과 똑같았습니다-늘 그렇듯이 무작정 거리를 걸었습니다. 오후 늦은 시각이라 버스정류장은 문이 닫혔으며, 마을은 시멘트 건물이 빼곡히 들어선 현대도시와 별반 다르지가 않습니다. 이런 깊숙한 곳에 근대성을 갖춘 마을이 있는 것에 '괜찮은 방을 구할 수 있겠다'는 안도감과 함께, '어디까지 현대적 도시가 만들어지는가', '소수민족은 모두 떠나버렸다' 등의 이야기가 겹쳐집니다.
낯선 길 위에서, 사람에게 물어 물어가며 찾아가는 길이 조금 힘들었는지, 근대 도시에서 즐길 수 있는 잠자리며, 식사, 거리 걷기 등을 시나브로 바라고 있는지도 모르겠습니다. 하지만 근대 도시가 막상 눈앞에 들어오니, 변경지대까지 근대화에 자유로울 수 없다는 슬픈 감정이 아이러니컬하게 일어납니다. 이는 육체적 피곤함을 지웠다는 데에 대한 안도감에서 오는 생각의 자만이라 사료됩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