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김호기 연세대 교수가 <오마이뉴스> '사회학 고전읽기' 특강에서 강의하고 있다.
권우성
<감시와 처벌>은 권력의 계보학을 본격적으로 분석했다는 점과 현대적 감시사회의 기원을 규명했다는 점에서 미셸 푸코의 저서 중 가장 사회학적인 함의가 두드러진 작품이다. 푸코는 이 책을 통해 권력이 사회에 작용하는 원리를 밝히고, 근대화가 인간을 자유롭게 하기보다는 오히려 억압하고 있다고 지적하고 있다.
푸코는 <감시와 처벌>에서 감옥을 예로 들며 근대적 과학지식에 따라 정상과 비정상이 어떻게 구분되는지, 규율과 훈련에 따라 권력의 지배에 순응하는 신체를 가진 개인이 어떻게 탄생하는지를 풍부한 사례와 함께 설명하고 있다.
<감시와 처벌>에서 정의하고 있는 권력은 두 가지 속성을 가진다. 푸코는 자신의 책에서 권력이 지식의 힘을 빌려서 신체에 작용한다고 분석하고 있다.
푸코는 지식을 현대 권력의 원동력이라고 보았다. 김 교수는 "푸코에게 권력이란 사회제도와 관련된 전략과 효과를 통칭하는 것이었다"며 "권력이 행사되기 위해서는 인간에 대한 새로운 지식이 요구되는데 이 인간과학 지식(담론)이 권력의 미시적 작동에 정당성을 제공한다"고 말했다.
"2차 세계대전 직후의 유럽에서는 어린아이를 부모와 함께 재우지 않는 것이 자립심을 키우는 데 좋다는 통념이 있었습니다. 그러다가 이 통념이 1970년대 이후에는 바뀌게 됩니다. 여러 가지 조사를 해보니 부모와 함께 잠을 자지 않은 아이가 대상에 대한 신뢰를 갖지 않는다는 것이 밝혀졌거든요. 엄마로부터 분리된 경험이 불신감을 키운다, 따라서 애한테는 최고의 사랑을 베풀어주라는 이론이 대세로 바뀌었습니다. 그래서 엄마 아빠 사이에 애를 재우게 된 거죠.
푸코는 이것을 대표적인 담론의 예로 꼽았습니다.그리고 이걸 '지식'이라고 이름 지었습니다. 여기에는 정신병리학, 정신분석학, 임상의학, 형법학, 심리학, 교육학 등이 포함되지요. 그리고 이런 지식들은 권력의 생산 내지는 재생산에 기여하게 됩니다. 이렇게 지식과 권력이 긴밀하게 연결되어 있다는 것이 푸코의 주장입니다." 김 교수는 "공장에서 가장 필요한 것은 일을 잘하는 노동자고, 학교에서 원하는 학생은 공부를 잘하는 학생"이라며 "인간이 발명한 일련의 과학 지식들이 이러한 인식과 길들여짐에 정당성을 부여한다"고 설명했다.
현대인은 왜 스스로 감시하나그렇다면 지식을 기반으로 한 권력이 인간의 신체에는 어떤 방식으로 작용하는 것일까. 김 교수는 "푸코의 분석에 따르면 1750년대부터 유럽의 근대국가에서 형벌이 관대하게 바뀌었다"며 "형벌에 인도주의적 개념이 도입되고 근대적 감옥 체계가 나타나면서 육체적인 고통을 주는 것에서 인간의 정신을 훈련시키는 쪽으로 형벌이 변화했다"고 말했다.
김 교수는 "푸코는 인도주의적 개혁이라는 것이 인간적으로 보이지만 그 이면에는 처벌의 효율을 극대화하기 위한 유연화가 작용한다고 주장했다"며 "범죄자에게 고통을 주는 것보다 적당히 교화시키는 것이 자신의 통치에 훨씬 유리하겠다는 계산에서 등장한 개념"이라고 설명했다.
"결국 사회의 권력자들이 타자들을 어떻게 통제하고 관리할 것인가 하는 문제지요. 이 지점에서 권력의 기법으로서 푸코가 주목하는 것은 교육과 훈련으로 구성된 사법적 감금입니다. 사회로부터 격리시키고 잘 짜인 프로그램 속에서 교육을 받게 하는 것이지요. 사실 이런 감옥의 제도는 학교나 병원, 공장의 제도와 매우 유사한 모습을 보입니다. 이것이 푸코가 보는 근대 사회의 이면들입니다."김 교수는 "이런 과정들을 거쳐 권력이 궁극적으로 목표로 삼는 것은 개인의 신체"라고 설명했다. 권력자는 교육을 통해 개인의 신체를 권력자가 권력을 행사하기에 알맞은 신체로 변화시키려고 한다는 얘기다. 김 교수는 "예를 들어, 수업시간에 전화를 받지 않아야 한다는 생각을 가지는 것은 암묵적으로 우리가 교육받은 사회적인 규율이 개인 안에 내면화된 것"이라고 말했다.
일안감시장치인 파놉티콘(Panopticon)은 권력의 미시적 작용을 보여주는 대표적인 사례. 가운데에 감시탑이 있는 원형 감옥의 구조인 파놉티콘이 갖는 특징은 감금된 사람은 감시인을 볼 수 없지만 감시인은 감금자를 볼 수 있다는 것이다.
김 교수는 "푸코는 파놉티콘 안에 감금되어 있는 사람은 감시인의 모습을 볼 수 없기 때문에 언제나 감시당하고 불안과 공포를 겪게 되며, 결국 자신으로 하여금 스스로 감시하게 하는 권력의 효과가 만들어진다는 데 주목했다"고 설명했다. 이러한 자기 검열과 자기 감시는 근대 사회의 가장 중요한 특징 중 하나로, 이 체제는 감옥에 그치는 게 아니라 병원, 공장, 학교 등으로 확장됐다는 것이 <감시와 처벌>의 핵심 주장이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