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KBS-2TV 청춘사극 <성균관 스캔들>의 잘금 4인방. 왼쪽부터 문재신(유아인 분), 이선준(믹키유천 분), 김윤희(박민영 분), 구용하(송중기 분).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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조선 정조시대 성균관 유생들의 이야기인 KBS2 월화드라마 <성균관 스캔들>. 이 드라마의 전개에 있어서 핵심적인 동력 중 하나는 '금등지사'(金縢之詞)의 비밀이다. 9월 7일 방영분(4부)에서 처음 언급된 금등지사의 비밀은, 지금까지도 계속해서 시청자들의 궁금증을 유발하며 극의 전개를 이끌어가고 있다.
'조선판 쾌걸조로' 홍벽서(유아인 분)가 붉은 삐라, 즉 홍벽서를 통해 전달하는 메시지도 '금등지사의 비밀을 밝혀야 한다'는 것이고, 정조(조성하 분)가 실학자 정약용(안내상 분)을 성균관 박사 즉 교수로 파견한 것도 그 비밀을 밝히기 위한 것이며, 정조가 젊은 유생들인 '잘금 4인방(믹키유천, 박민영, 유아인, 송중기 분)'에게 기대를 거는 것도 그들이 그 비밀을 밝힐 수 있을 것이라는 기대감에서다.
참고로, '잘금 4인방'은 여인네들이 오줌을 잘금거리게 만들 정도로 잘생기고 멋진 4인방이란 뜻이다. '잘금거리다'의 사전적 정의는 '소량의 액체가 조금씩 새는 것'이다.
드라마에서 자주 언급되는 금등지사는, 정조의 할아버지인 영조가 자신의 아들이자 정조의 아버지인 사도세자의 죽음을 슬퍼했음을 입증하는 자료다. 나아가 이것은 사도세자의 무죄를 입증할 수 있는 자료이기도 하다. 따라서 금등지사를 입수해야만, 죄인 신분으로 죽은 사도세자의 명예를 회복하고 나아가 정조의 정치적 권위를 회복할 수 있었다.
한편, 금등지사가 세상에 공개되면, 영조를 압박해 사도세자를 죽음으로 내몬 기득권층인 노론세력의 정치적 입지가 축소될 수밖에 없었다. 금등지사에 담긴 정치적 함수는 그것이었다. 정조가 이기느냐 노론세력이 이기느냐, 그것이었다.
베일에 싸인 금등지사가 가진 뜻은, 바로 이것금등지사의 비밀은 드라마 <성균관 스캔들>뿐만 아니라, 이인화의 소설 <영원한 제국>과 안성기 주연의 동명의 영화 <영원한 제국>에서도 다루어진 바 있다. 그럼, 금등지사란 대체 무엇일까? 이와 관련된 역사적 사실을 규명함으로써, 소설·영화·드라마 등에 의해 잘못 형성된 금등지사 문제에 관한 인식을 정립할 수 있을 것이다.
유교의 5대 경전이자 고대 중국의 역사서인 <서경> 권7에 금등(金縢) 편이 있다. 금등 편은, 조카인 성왕(成王)의 왕위를 탐냈다는 혐의를 받은 주공(周公)이 실제로는 성왕을 포함한 주나라 왕실에 대해 진심 어린 충정을 품었음을 보여주는 이야기다.
형인 무왕(武王)이 죽은 후에 실권을 장악한 주공이 어린 조카의 왕위를 탐냈다면, 그는 조선시대 수양대군과 별반 다를 바 없는 사람이었을 것이다. 그러나 주공은 그런 인물이 아니었다. '외형적'인 혐의와 달리 그가 '내면적'으로 충정을 품고 있었음을 보여주는 것이 바로 '금등 안에 보관된 글' 즉 금등지사였다.
쇠 금(金)과 사슬 등(縢)이 결합한 '금등'은 쇠사슬로 꽁꽁 묶은 상자를 가리킨다. 무왕이 살아 있었을 때에, 정확히 말하면 생전의 무왕이 잠시 중병에 걸렸을 때, 주공은 무왕의 쾌유를 비는 기도문을 만들어 금등 속에 넣어둔 적이 있다.
기도의 대상은 죽은 조상들인 태왕·왕계·문왕이고, 기도의 요지는 '나를 죽이고 형인 무왕을 살려 달라'는 것이었다.
"당신들의 원손인 아무개(무왕을 지칭)가 모질고 급박한 병을 만났으니, 당신들 세 왕은 …… 저로써 아무개의 몸을 대신하소서!"여기서, 무왕의 이름을 쓰지 않고 '아무개'라고 표현한 것은, 고대 한국과 중국에는 왕의 이름 즉 휘(諱)를 부르는 것을 피(避)하는 피휘(避諱)라는 제도가 있었기 때문이다. 그리고 "저로써 아무개의 몸을 대신하소서!"란 표현은 나를 죽이는 대신 무왕을 살려달라는 뜻이다.
형을 위해서라면 자신은 죽어도 좋다는 주공의 의지가 담긴 금등지사는, 주공이 조카 성왕의 왕위를 탐낼 만한 인물이 아님을 입증할 수 있는 증거였다. 다시 말해, 주공은 수양대군 부류와는 질적으로 다른 사람임을 보여줄 수 있는 자료였다. 결국 금등지사의 내용이 공개됨에 따라, 주공은 비로소 혐의를 벗을 수 있게 되었다.
사실은 아들의 죽음을 슬퍼하고 있었던 '영조'