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김호기 연세대 교수의 '사회학 고전읽기'가 지난 13일 저녁 서울 상암동 <오마이뉴스> 강의실에서 열렸다.
권우성
<공론장의 구조변동>은 독일의 사회학자인 위르겐 하버마스가 1961년 출간한 책이다. 하버마스는 이 책에서 근대 이후 민주주의에서 공론장이 어떤 위치를 차지해왔는지 분석하고, 현대에 이르러 변화한 국가의 성격에 따라 공론장의 역할이 어떻게 달라졌는지를 기술하고 있다. <공론장의 구조변동>은 1960년대 이후 활발하게 이뤄졌던 신사회운동과 참여민주주의의 확장에 큰 영향을 끼쳤다.
위르겐 하버마스는 근대 사회의 가장 큰 특징 중 하나로 국가와 사회가 분리되기 시작했다는 점을 꼽았다. 자본주의 발전으로 국가의 역할이 커지면서 사회와 국가가 분리되었고 그 사이 지점에 둘을 이어주는 공론장이 등장했다는 것이다.
이 영역 안에서 개인들은 여론을 형성해서 정치에 참여했는데, 부르주아들로 이뤄진 초기 형태의 공론장은 영국에서는 17세기 후반에, 프랑스에서는 18세기에, 독일에서 그보다 조금 뒤에 나타났으며 이들은 모두 정당 결성과 의회민주주의로 연결됐다는 것이 하버마스의 분석이다.
김 교수는 "공론장은 국가와 시민사회를 매개하는 개념"이라며 "공적 지배영역(국가)의 통치가 공론장을 통해 사적 영역으로 전달되고, 사적 영역의 여론이 공론장을 통해 공적 지배영역으로 전달된다"고 설명했다.
"공론장에서 시민계급이 정치적 쟁점들에 대한 공개토론을 벌여 여론을 형성하고 이 여론을 통해 국가 정책에 압박을 가했습니다. 이를테면 양심적 병역거부 같은 문제가 시민사회에서 활발히 논의된다면 국회에서 다루지 않을 수 없거든요. 정치적 공론장은 의회민주주의 통치형태로 특징지어지는 근대 법치국가의 조직 원리가 되었고, 근대 헌법의 기본권에도 직접적으로 반영되었는데 개인 자율성에 관한 권리, 국가 권력행사의 제한, 정치적 공론장의 보장, 참여의 권리 등이 그 대표적인 예입니다."
"언론 매체와 온라인 공론장 역할 커질 것"하버마스가 <공론장의 구조변동>에서 저술한 핵심 내용은 근대에 형성되어 민주주의의 출발점으로 작용했던 공론장이 현대에 와서는 본연의 구실을 못하고 있다는 것이었다. 김 교수는 "현대에 와서 시민사회가 포괄적 의미로 국가에 예속되었다"며 "사회적 개인이 더 이상 비판적 청중으로 조직화되지 못하는 경향이 있다"고 말했다.
멀쩡하던 공론장이 갑자기 구실을 못하게 된 이유가 뭘까? 김 교수는 "가벼운 얘기를 나누던 살롱이나 커피하우스같은 곳을 정치적인 여론 형성의 장으로 변화시켰던 신문(언론 매체)들이 현대에 와서는 오히려 공론장을 과거처럼 재봉건화 시키는 역할을 하고 있다는 것이 하버마스의 결론"이라고 말했다.
현대의 대중매체들이 상업화되면서 과거와는 달리 오락이나 대중문화 보급에 치중하고 있고, 그 결과 대중들은 공론장에서 여론을 형성하기 보다는 미디어의 소비자로 전락하게 된다는 얘기다. 김 교수는 "하버마스는 공론장이 과거로 퇴행한다는 의미에서 이를 '공론장의 재봉건화'라고 썼다"고 설명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