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돌머리해수욕장. 원형 해수풀.
성낙선
해변을 소나무 숲이 둘러싸고 있다. 그 소나무 숲 속에, 초가지붕을 씌운 정자를 들여앉힌 것도 이색적이다. 여러 가지 아이디어를 동원해 해수욕장을 멋지게 꾸미려 노력한 사람들에게 찬사를 보낸다. 돌머리라는 이름과 다르게, 실제 생각하고 행동하는 건 완전히 딴판이다. 돌머리라는 이름에서 오히려 한 번 결심한 일은 꼭 해내고야 말겠다는 뚝심을 읽는다.
돌머리해수욕장을 돌아 나오면서, 마치 가슴에 바윗돌이라도 얹은 것처럼 마음이 무겁다. 바로 코앞에 남쪽 나라 전라남도의 복잡한 해안선을 따라 내려가며, 다양한 모양새를 하고 있는 반도와 연륙교와 연도교로 연결이 되어 있는 섬들이 줄줄이 나를 기다리고 있기 때문이다.
이 지역의 해안선은 앞서 거쳐 온 태안반도와는 비교할 수도 없이 복잡한 모양을 하고 있다. 또 얼마나 해매고 돌아다녀야 할지, 또 얼마나 많은 언덕을 오르내려야 할지 알 수 없다. 미리 겁먹을 필요는 없지만, 긴장이 되는 걸 억지로 무시할 수도 없다.
마음이 복잡해서인지 함평군을 지나 무안군에 들어서는 지점부터 길을 헤매기 시작한다. 마을 안길을 한참 달리다가 눈앞에 갑자기 서해안 고속도로가 나타나서 얼마나 놀랐는지 모른다. 서해안 고속도로는 내가 가야 할 길에서 1km 가까이 떨어져 있다. 다시 제자리로 돌아가는데 진땀이 흐른다. 마을 안길을 빠져나오자마자 지방도로로 올라탄다. 그 길로 무안군의 해제면으로 들어서는 길목까지 줄달음친다.
무안군은 좁은 땅에 매우 복잡한 해안선이 있는 지역이다. 서쪽 바다 위에 사방이 별 모양으로 뿔이 돋아나 있는 땅덩어리가 두 개나 튀어나와 있다. 하나는 무안군 해제면과 현경면 일부이고, 또 하나는 운남면이다. 두 지역 모두 특이하게 육지와 가느다란 끈 같은 땅줄기로 연결이 되어 있다. 그 땅줄기가 아니었으면 둘 다 섬이 되었을 운명이다. 이 두 지역 모두 반도인 셈이다. 그래서 때로는 해제반도와 운남반도라는 이름으로 불리기도 한다.
결국 해안선 뿔 몇 개를 과감하게 쳐냈다 사실 반도만 돌고 나오면 그나마 조금 수월하겠다. 해제면에는 연도교로 서로 연결이 되어 있는 섬이 무려 3개나 된다(사실은 4개다. 나중에 '증도'가 하나 더 연결되어 있다는 것을 알게 된다). 지도, 송도(솔섬), 사옥도라는 이름의 섬으로 비록 무안군과 연결이 되어 있기는 하지만 행정상 주소지는 신안군에 속한다. 지형만 그런 게 아니라 족보까지 복잡한 셈이다. 나중에는 그 섬들에 다시 주변 섬들을 더 연결할 계획이라고 하니, 현재 이 정도에서 그친 걸 그나마 다행이라고 해야 하나?
그런 모양새를 하고 있는 지도를 들여다보고 있으려니 나도 모르게 한숨이 나온다. 이거 뭘 어떻게 돌아봐야 할지 판단이 서지 않는다. 이곳의 해안선을 곧이곧대로 다 돌아보고 나오는 데 며칠이나 걸릴지 감조차 잡을 수 없다. 결국 지도를 면밀히 들여다본 끝에 별다른 특색이 없어 보이는 뿔 몇 개를 과감하게 쳐냈다. 그렇게 하고 나니, 마음이 조금 편해진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