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속그림. 할머니 똥을 치우는 아버지.
보림
엄마 사랑을 모른다면, 못 느끼거나 모르는 사람이 잘못입니다. 대학교 등록금까지 바쳐 주어야 엄마 사랑이 되겠습니까. 자가용 사 주고 아파르를 마련해 주며 시집장가를 보내야 엄마 사랑이 될까요. 초·중·고등학교를 걱정없이 다니도록 하거나 학원을 알뜰히 챙겨 주어야 엄마 사랑이 되나요. 엄마 사랑이란 무엇인가요. 엄마는 아이한테 무슨 사랑을 주어야 하나요.
그림책 <우리 가족입니다>는 '할머니를 돌보는 부모님 모습을 곁에서 지켜보며 아이들이 커 나가는 흐름'을 보여주는 가운데 '할머니란 존재가 싫어하고 미워할 대상이 아니라, 자신이 이해하고 껴안아야 할 가엾고도 소중한 존재임을 깨닫'도록 이끈다(출판사에서 쓴 소개글)고 합니다. 이러한 줄거리로 여길 만하겠구나 싶은 한편, 그림책 <우리 가족입니다>가 참말 할머니를 우리 식구로 받아들이며 사랑하거나 아끼는가를 곱씹는다면 '글쎄, 좀 아니지 않나?' 하는 생각을 지우기 어렵습니다. "우리 식구입니다!" 하고 외친다 해서 우리 식구이지는 않습니다. "우리 식구"라 말하기 앞서 "우리 사랑스러운 할머니예요." 하고 말해야 하며, "우리 고마운 어머니예요." 하고 말해야 할 테고, "우리 예쁜 아버지예요." 하고 말할 줄 알아야 합니다. 아니, 이와 같이 말할 수 있도록 내 삶을 일구어야 합니다.
그림책 <우리 가족입니다>를 넘기면, 주인공 아버지는 할머니를 '돌보지' 않습니다. 다시금 말씀드리지만, 이 그림책에서 주인공 아버지는 할머니를 돌보지 않아요. 앞서 말씀드렸듯이 '뒤치다꺼리'만 합니다. (하루쯤 가게 문을 닫고는) 할머니를 모시어 바닷가로 마실을 다닌다든지 할머니랑 함께 짜장면을 볶는다든지, 할머니하고 뒹굴면서 '할머니가 눈 똥오줌 이불' 빨래를 함께 하지 않습니다. 언제나 '일이 벌어지고 나서' 뒤에서 치우기만 할 뿐이요, 뒤에서 치우면서도 웃음 한 번 없는데다가, 주인공인 어린이가 '할머니 싫어!' 하고 외칠 때에 아버지가 비로소 힘겨운 몸짓으로 갈무리를 맡고 있습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