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민수가 쉼터 상담원에게 보낸 문자.
홍현진
주민들의 증언 "애가 노비도 아니고"...'아동학대'로 A목사 신고도2009년 12월 20일 쉼터 첫 입소 이후 민수는 사흘 만에 교회로 돌아가야 했다. 사흘 안에 보호자에게 연락을 취해야 하는 쉼터의 규정 때문이었다. 당시 쉼터의 상담기록에 따르면, "(민수를 데리러 온 A목사가) '민수가 교회 헌금을 훔치는 등 근본이 글러먹었다'는 등 민수의 행동 및 성품에 대해 부정적으로 계속 이야기했다"고 적혀있다. 민수는 그로부터 사흘만인 지난해 12월 26일, 그리고 올해 6월 22일 두 차례 더 교회를 '탈출'해 쉼터를 찾았지만, 이 역시 '불발'로 끝났다. 그 사이 가출도 10여 차례 있었다.
지난 7월 9일. 민수는 네 번째로 청소년 쉼터를 찾았다. 쉼터를 처음 찾았던 지난해 12월에 비해 민수는 더 말라있었고 머리를 흔드는 등의 운동틱과 말 막힘, 말더듬 등과 같은 의사소통의 어려움을 보였다. 뿐만 아니라 계속 눈치를 살피는 등 불안한 행동을 보이기도 했다. 다음은 당시 민수의 상담기록이다.
-민수가 자유롭고 싶다고 쉼터에 보내달라고 하자 A목사가 "20세가 되기 전까지는 너희는 자유가 없다, 노예다"라고 말 함 -자신이 교회에 있으면 종이 된 거 같다고 말함 -제발 자신을 교회로 다시 돌려보내지 말라고 함 -자신은 교회만 아니면 어디서든 살 수 있을 것 같다고 눈물을 흘림 반년 넘게 민수를 지켜봤던 쉼터의 박아무개 상담원은 지난 7월 31일 <오마이뉴스>와 한 통화에서 "아이(민수)가 심리적, 정서적으로 불안하다는 걸 느낄 수 있었다"면서 "쉼터에 있으면 너무 좋아하고 안정적인 걸 보면서 분명히 (위탁가정에) 문제가 있을 거라는 생각이 들었다"고 말했다. 박 상담원은 특히 "위탁모(A목사)는 계속해서 아이(민수)의 비행을 이야기 하는데 아이의 비행은 가정의 문제고 사회의 문제"라며 "어떤 이유에서건 아이는 맞을 이유가 없다"고 강조했다.
다행히 이제 민수는 다시 교회로 돌아가지 않아도 된다. 연락이 끊겼던 친부모를 찾게 됐기 때문. 지난해 11월부터 할머니와 연락이 되지 않았던 민수의 삼촌이 A목사로부터 갑자기 '민수가 가출해서 인천의 어느 쉼터에 있으니 찾으러 가자'는 전화를 받고는 이를 수상히 여긴 것.
쉼터 상담원을 통해 민수 남매의 상황을 알게 된 삼촌은 곧바로 민수의 친부모를 수소문해 이 사실을 전했고, 지난 7월 15일 민수의 친부모는 즉시 쉼터와 교회에 들러 아이들과 할머니를 자신들의 집으로 데리고 왔다.
7월 28일, 민수의 부모와 함께 민수 남매가 살던 동네를 찾았다. "A목사가 교회 안에서 남들 안 볼 때만 때려서, (A목사가) 때리는 걸 본 사람이 별로 없다"는 아이들의 증언에 따라, 당시 O교회를 다녔던 한 신도를 찾아 나섰다. 민수 부모를 만난 그 신도는 "애들이 늘 걱정되더라, 내가 (속이 상해서) 환장하겠어. 말로 할 수가 없어"라며 한숨을 쉬었다.
"내가 보기엔 애들이 그렇게 잘못한 것도 없어 보이는데 새벽예배 때 존다고 발로 걷어차고, 때리고, 욕하고, 혼내고. 뺨때리는 건 예사고, 일도 그렇게 많이 시킬 수가 없어. 청소하고, 짐 나르고, 수틀리면 학교도 못 가게하고. (교회) 밖에도 잘 못 나가. 딱 시간 정해놓고 그 시간에 오라고 해."이 신도는 "A목사가 아이들에게 썩은 밥을 먹이는 걸 본 적이 있다"고 말했다. "설거지를 하려는데 곰팡이 핀 썩은 밥이 있기에 버리려고 했더니, A목사가 '다 쓸 데가 있어'라면서 그 밥을 아이들에게 비벼 줬다"는 것이다.
옆에 있던 또 다른 신도는 "애들보다 할머니가 더 불쌍하다"고 말했다. "할머니가 거기 아니면 애들 공부시키기 어렵다고, 거기에서 나오면 죽는 줄 알고, 애가 잘못하면 (A목사에게) 가서 빌고, 수급비 다 뺏기고"라며 답답해했다. 아이들도 기자에게 비슷한 증언을 했다. 다음은 민영이의 말이다.
"저희들 관리를 잘 못했다고 (A목사가) 할머니한테 X년이라고 욕하고, 손들게 해서 벌세우기도 했어요. 할머니가 50이 넘었는데, 토끼뜀 100번시키고, 민수 가출 못하게 줄넘기로 할머니와 민수 손목을 묶기도 했어요."O교회 인근 시장에서는 지난해 2차례에 걸쳐 A목사를 '아동학대'로 신고했던 정아무개(46)씨를 만날 수 있었다. 정씨의 아들과 민수는 당시 같은 학교 친구였다. 정씨는 "민수가 상처가 난 걸 보고 화가 나서 계양경찰서에도 신고하고 민수 담임선생님한테도 전화하고 근처에 있는 상인들한테도 (민수의 상처를) 다 보여줬다"고 당시를 떠올렸다. 당시 상황에 대해 민수는 "교복을 입고 학교에 가려고 하는데 A목사가 갑자기 돈이 사라졌다면서 저보고 가져갔냐고 그러더니 들고 있던 가위를 가지고 팔을 찔렀다"고 기억했다.
정씨는 "애가 무슨 노비도 아니고, 무슨 감옥도 아니고, 거기(교회)서 나오지를 못하더라"며 "몰래 나와서 나한테 (교회에서) 맞는다고 이야기를 했다"고 기억했다. 그는 "민수가 대학생 누나들(B조카, A목사의 딸)한테 쇠몽둥이로 맞았다면서 온 몸에 피멍이 든 적이 있었는데, 우리 아들도 봤고 다른 친구들도 봤다"며 "밥도 큰 그릇에 말아서 개밥처럼 주는 걸 나도 보고 애들도 봤다"고 주장했다.
이어서 정씨는 "그 때 계양경찰서에 신고했는데 아무 연락이 없기에 다시 전화했더니 아동보호전문기관으로 사건이 넘어갔다"며 "내 힘으로도 한계가 있더라"고 회고했다. 인천 북부 아동보호전문기관에서는 지난해 5월과 7월 O교회에 조사를 나와 A목사 가족의 '아동학대' 사실을 일부 확인하고 '경고조치'를 내리기도 했다. 하지만 이 기관은 체벌의 정도가 그리 심각하지 않다고 판단해 A목사 가족으로부터 민수 남매를 분리시키지는 않았다.
A목사 "부모가 방치한 애들 도와줬더니...하나님이 다 알고 있다"6년간 민수 남매를 '학대'했다는 의혹을 받고 있는 A목사의 입장은 어떨까. 지난 7월 29일 <오마이뉴스> 기자의 전화를 받은 A목사는 "걔네 때문에 지금 온가족이 난리가 났다"며 흥분했다. A목사와 통화한 지 1시간도 채 되지 않아 기자는 A목사와 B조카 그리고 A목사의 남편 C목사를 만날 수 있었다.
지인이 운영하는 부평의 한 교회에서 기자를 만난 A목사는 "민수와 민영이의 말은 모두 거짓"이라고 펄쩍 뛰었다. 체벌에 대해 A목사는 "매로 손바닥을 때리거나 발로 찬 적은 두어 번 있지만 그건 민수가 돈을 훔치고 교회 아이들에게 톱을 휘둘렀기 때문"이라며 '학대' 의혹을 전면 부인했다.
옆에 있던 B조카 역시 "아이들이 거짓말 하거나 도둑질 할 때마다 장난으로 때리거나 매로 때린 적은 있다"고 말했다. 민수가 자신에게 맞아서 깁스를 했다는 주장에 대해서는 "쇠몽둥이로 때린 게 아니라 매로 때렸는데, 민수가 맞기 싫다고 발버둥 치다가 팔을 잘못 맞았다"고 했다. A목사는 "그것도 쇼였다"며 "우리가 보는 앞에서는 (팔을 위로 들어올리며) 막 이렇게 하고 다녔고, 우리가 안 볼 때는 아픈 척 해서 진단서를 받았다"고 주장했다.
A목사는 "민수를 가장 많이 때린 건 민영이와 할머니였다"고 강조하기도 했다. A목사는 "할머니가 (애들을) 무지막지하게 때려서 제가 (할머니를) 벌세운 적도 있다"며 "그래놓고 애들은 내가 (할머니한테 애들을) 때리라고 시켰다고 거짓말을 한다"며 흥분했다.
자신보다 연장자인 할머니에게 반말을 하거나 폭언을 했다는 주장에 대해서도 A목사는 "(할머니를) 언니처럼, 엄마처럼 항상 그렇게 대했다"며 "할머니가 욕을 너무 심하게 하니까 애들도 욕을 많이 한다고 할머니를 야단친 적은 있다"고 설명했다.
문제의 '음식물 쓰레기' 이야기가 나오자 A목사는 "음식물 쓰레기를 왜 먹이느냐"며 강하게 부인했다. 반면 옆에 있던 A목사의 남편 C목사는 "밥을 비벼주면 아무래도 흘리는 게 덜하니까 밥을 비벼 줬다"고 말했다.
A목사는 특히 "부모가 방치한 어려운 애들 도와주고 잘해준 게 너무 많은데 못한 것만 가지고 과대화(과장)시킨다"고 주장했다. 그러면서 A목사는 "하나님이 (진실을) 다 알고 있다"고 말했다. 옆에 있던 C목사는 "서로 의견이 상반되면 어떤 사람이 진실한 사람인가를 볼 수밖에 없다"고 강조했다.
▲A목사가 운영하는 인천 계양구에 있는 교회 건물.
오마이뉴스
고개 숙인 가족들 "내 새끼가 이렇게 살 줄은...못 지켜줘 미안하다"계양구청에 확인한 결과, 2004년 12월 이후 민수 남매 앞으로는 매달 50~60만원씩 약 4천여만 원 정도의 기초생활비와 가정위탁양육보조금이 나왔다. 구청으로부터 급여가 지급된 민수의 통장에는 현재 75만 원정도가 남아있다. 민수 남매가 친부모를 만난 지난 15일 이후 지급된 돈을 제외하면, 민수 남매의 통장은 텅텅 비어 있는 셈이다.
지난 5일 만난 민수 할머니 P(59)씨는 "처음 몇 달만 (수급비를) 내가 관리하고, 그 후로는 A목사가 관리했다"고 말했다. P씨는 교회에서 나오지 않은 이유에 대해 "제가 애들 주민등록을 A목사 앞으로 옮겨놨기 때문에 (O교회에서) 나오게 되면 학교를 어떻게 보낼지 두려웠다"고 말했다.
그는 이어 "내가 왜 이 어린 것들을 여기 데리고 들어왔을까, 원망도 했다"며 "내가 못 배우고, 몰라서 이렇게 당하고, 이렇게 참아 온 것"이라고 눈물을 흘렸다. 그는 또 "아이들에게는 중고등학교 졸업할 때까지만 참자고 했었다"며 "너무 미안하다"고 말했다.
민수 남매의 아버지 K씨도 "내 새끼들이 이렇게 사는 줄은 진짜 몰랐다"며 "내 자식들한테 진짜 미안하다, 못 지켜줘서"라고 말끝을 흐렸다.
K씨는 A목사에 대해 "어떻게 됐든 내가 돌보지 못한 애들을 돌봐줬으니까 키워준 것에 대해서는 고맙다고 생각한다"면서도 "한 달에 50만~60만원씩 생계비 받으면서도 자기 사리사욕 채운다고 애들 먹을 거 제대로 안 먹이고 개가 먹는 밥을 먹인 건 사람으로서 할 짓이 아니"라고 목소리를 높였다. 어머니 L씨 역시 "우리가 못 봐준 건 잘못한 거지만 애들을 때리고, 음식물 쓰레기를 먹게 한 건 정말 용서할 수 없다"고 분노했다.
검찰, '인천 목사 아동학대 의혹' 무혐의 처분 |
<오마이뉴스>는 지난해 8월 <"곰팡이 핀 쓰레기 먹고, 연탄집게로 맞고...6년간, 우리 남매는 목사님의 '노예'였다">, <경찰, '인천 목사 아동학대 의혹' 수사 착수> 제하의 기사를 통해, 인천 O교회 A목사가 형편이 어려운 남매의 가정위탁양육을 맡은 뒤 상습적으로 폭행을 일삼는 등 아동학대 의혹이 있어 경찰이 수사에 착수했다고 보도한 바 있다.
이와 관련, 이 사건의 수사지휘를 맡았던 인천지방검찰청은 A목사의 상해 및 폭행혐의에 대해 혐의가 없다며 불기소결정을 했던 것으로 최근 확인됐다.
검찰은 "피해자들의 진술 이외에는 A목사의 상해 및 폭행혐의를 뒷받침해줄 증거가 불충분하다"고 무혐의처분 이유를 밝혔다. / 2011.3.19
|
저작권자(c) 오마이뉴스(시민기자), 무단 전재 및 재배포 금지
오탈자 신고
댓글
공유하기
"곰팡이 핀 쓰레기 먹고, 연탄집게로 맞고 6년간, 우리 남매는 목사님의 '노예'였다"
기사를 스크랩했습니다.
스크랩 페이지로 이동 하시겠습니까?
연도별 콘텐츠 보기