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민수의 팔. A목사에게 가위로 찔려 생겼다는 상처(좌)와 포크, 젓가락으로 찔려 생겼다는 상처(우).
홍현진
수차례 아동보호전문기관에 신고했지만...'경고'만지난해 5월과 7월 그리고 올해 6월. 인천 북부 아동보호전문기관에서는 세 차례에 걸쳐 O교회에 조사를 나왔다. A목사가 민수남매를 학대한다는 신고를 받고서다. 2009년 5월, A목사를 '아동학대'로 신고했던 정아무개(46)씨는 지난 7월 28일 <오마이뉴스> 기자와 만나 "(A목사가 민수를) 가위로 찔러서 상처가 났다고 한 걸 보고 화가 나서 계양경찰서에도 신고 했다"고 말했다.
신고 접수 이후, 아동보호전문기관에서 곧바로 현장조사를 진행했지만 민수는 학교로 조사를 나온 상담원에게 "가위 때문이 아니라 학교 담을 넘다가 상처가 생겼다"고 진술했다고 한다. 민수는 기자와 만난 자리에서 "A목사가 (학대 사실에 대해) 말하지 말고 좋게 넘어가자고 해서 어쩔 수 없었다"고 말을 바꾼 이유를 설명했다.
하지만 2개월 후인 2009년 7월, 민수는 또 다시 아동보호전문기관에 'SOS'를 보낸다. 민수가 말했다.
"처음(5월)에는 (A목사에 대해) 좋게 말해서 끝났어요. 그런데 A목사님이 다시 (저한테) 안 좋게 해서 제가 학원가는 척 하면서 신고해주신 분(정씨)한테 아동보호전문기관 전화번호 달라고, 이제 더 이상 견딜 수 없다고 말하니까 아저씨가 알았다고 다시 신고해 주겠다고 (그랬어요). 그 때는 제가 전부 다 (아동보호전문기관에) 말했어요. 그러니까 A목사님이 우리는 애를 사랑으로 키웠고 애들이 맞을 행동을 해서 다 이유가 있어서 때린 거고 우리는 죄가 없다고 생각하는데 왜 애들 말만 듣고 우리한테만 그러냐고 말했어요." 그러나 민수가 직접 신고한 두 번째 '신고' 역시 처음과 마찬가지로 '경고' 조치로 끝났다. 이에 대해 인천북부아동보호전문기관 관계자는 지난달 27일 <오마이뉴스>와 한 통화에서 "저희가 볼 때는 심각한 사례가 아니었고 (교회에서) 분리할 수 있는 사례가 아니었다"고 이유를 밝혔다. '체벌'이 있긴 했지만 '학대' 수준은 아니었다는 것이다. 그는 "A목사나 B조카가 욕을 하고 때린 부분들이 있긴 했지만, 민수 누나(민영)와 할머니가 저희들한테 사실대로 (민수가 맞는다는) 이야기를 안 했고 민수의 비행행동만 이야기 했다"면서 "실제로 절도 등 아이(민수)의 문제행동이 발견되었고 그 당시 A목사가 아이 생활을 책임지고 있어서 경고조치로 끝났다"고 말했다.
민영이는 "(당시에는) A목사가 무서웠고 어차피 교회를 나갈 수 없다고 생각했다"면서 "저도 신고하고 싶고 죽고 싶고 (교회에서) 나가고 싶은 생각이 있었지만 그 안에서 조용히 살아야겠다는 생각밖에 없었다"고 '학대'사실을 밝히지 않은 이유를 설명했다. 이에 대해 민수의 어머니 L씨는 "사실대로 말했으면 또 맞았을 것"이라며 "A목사가 칼을 들고 서 있는 거나 다름이 없는데 어떻게 사실대로 말 할 수 있었겠나"라고 분통을 터트렸다. "기관에서 아이들이 사실을 이야기할 수 있는 환경을 만들어줬어야 했다는 것"이다.
지난 6월 이후에는 민수가 여러 차례 입소했던 가출청소년 쉼터에서 아동보호전문기관에 '개입'을 요청했다. 민수를 담당했던 박아무개 상담원은 "아동을 가정에서 분리시킬 수 있는 권한이 아동보호전문기관에 있기 때문에 아동보호전문기관의 도움이 필요했다"고 말했다. 6월 25일 쉼터 상담기록을 보자.
-민수가 지난해 12월 본 쉼터를 퇴소한 이후로도 위탁가정에서 안전하게 보호받지 못하고 계속되는 정서적·신체적 학대로 인해 10회 정도의 가출을 일삼으며 가출-비행의 악순환의 골이 깊어짐 전달.-민수가 위탁가정으로부터 분리보호가 필요함을 피력. 민수를 구호해줄 것을 요청. -이에 아동보호전문기관은 민수가 비행 및 문제행동이 있고 할머니와 민영이가 학대 사실을 인정하지 않아 분리 및 시설이관이 어렵다 함. 하지만 달라지는 건 없었다. 이후 6월 26일과 7월 2일, 쉼터에서 아동보호전문기관에 전화를 걸어 '분리 및 보호시설 위탁'을 요청했지만 받아들여지지 않았다. 뿐만 아니라 지난 6월 30일에는 'B조카가 나에게 돌을 던진다'는 민수의 문자를 받은 박 상담원이 아동보호전문기관에 또 다시 '개입'을 요청했지만 이 역시 '경고'조치로 끝났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