포미닛이 섹시댄스 추면, 홍록기가 점수를 준다?

[TV리뷰] MBC 새 주말 예능 <꿀단지> <꽃다발>는 전파낭비

등록 2010.08.07 19:28수정 2010.08.07 19:28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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토요일 '맑음', 일요일 '흐림'.

 

이번 주말 기상정보가 아니다. MBC 주말 예능 성적을 날씨에 비유한 것이다. 벌써 한참동안이나 MBC 주말 예능 기상도는 토요일 자정을 경계로 맑음과 흐림을 반복하고 있다. 날씨란 게 워낙 변덕스럽기 짝이 없어서 반나절 맑았다가도 흐리고, 흐렸다가도 맑아지는 법인데, 이 날씨는 도무지 변화가 없다는 게 특징이라면 특징이다. 늘, 한결같이, 토요일에는 맑고, 일요일에는 흐리다.

 

<우리 결혼했어요> <무한도전> <세바퀴>. 햇볕이 쨍쨍하게 내리쬔다. 이건 뭐 더할 나위 없는 무적의 삼각편대다. 세 프로그램 모두 동시간대 시청률 1위. <세바퀴>의 경우에는 토요일 방송된 모든 프로그램을 통틀어 시청률 1위를 기록한 적도 있을 정도로 두터운 시청자 층을 자랑한다. <무한도전>이야 말하면 입만 아프고, <우리 결혼했어요> 역시 늘 화제를 몰고 다닌다.

 

<환상의 짝꿍> <하땅사> <일요일 일요일 밤에>(이하 <일밤>). 하늘엔 먹구름이 가득하다. <일밤>의 오랜 침체로 일요일 저녁 예능의 패권은 일찌감치 KBS <해피선데이>가 차지했고, 공개코미디에 버라이어티를 접목시킨 <하땅사>는 부진을 견디다 못해 지난 5월 조용히 종영했다. 한 때 동시간대 시청률 1위를 달리던 <환상의 짝꿍>도 부진한 시청률로 <하땅사>의 뒤를 이었다.

 

<꿀딴지> <꽃다발> MBC 일요일 예능 구할까

 

 MBC 새 예능 프로그램 <꿀딴지>
MBC 새 예능 프로그램 <꿀딴지>MBC
MBC 새 예능 프로그램 <꿀딴지> ⓒ MBC

<꿀단지>와 <꽃다발>은 MBC가 명예회복을 위해 야심차게 준비한 새 카드들이다. <환상의 짝꿍>과 <하땅사>의 뒤를 이어 지난 7월 25일 첫 방영을 시작, 각각 2회씩 전파를 탔다. 그러나 어찌된 일인지 시청자들의 반응은 냉랭하기 짝이 없다. 비공개 코미디 프로 <꿀단지>와 걸그룹 버라이어티 <꽃다발>에 무슨 일이 일어난 걸까? MBC 일요일 예능을 책임질 두 프로그램을 진단해 봤다.

 

지난해 말, <하땅사>의 김성원 작가는 <오마이뉴스>와 한 인터뷰에서 현재 코미디의 대세인 공개코미디에 대해 이야기하면서 "공개코미디에 버라이어티 요소를 접목시키는 새로운 시도를 하고 싶었고, 그래서 만들어진 게 <하땅사>"라고 말했다. 10년 이상 이어져 온 공개코미디 대세론 속에서 <하땅사>를 통해 새로운 트렌드를 창조하고자 했다는 것. 그러나 그 시도는 결국 실패로 끝났다.

 

공개코미디에 버라이어티를 섞은 시도가 무위로 돌아가자 MBC는 아예 공개코미디를 버리기에 이른다. <하땅사>의 뒤를 이은 <꿀단지>는 철저한 비공개코미디로, 사전에 촬영한 개개의 코너를 연달아 방송하는 방식을 취했다. 심지어, 코너를 소개하고 프로그램의 시작과 끝을 알리는 MC조차 없다.

 

출연진의 면면은 화려하다. 가수활동으로 한창 주가를 올리고 있는 유세윤과 그의 단짝 파트너들인 유상무, 장동민이 가세했고, 노사연과 하춘화, MC몽과 김나영, 안영미, 여기에 10여 년 전 <코미디 하우스>에서 '알까기'로 전국을 들썩이게 만들었던 최양락이 다시 한 번 알까기 해설자로 돌아왔다.

 

밋밋한 반전과 억지 웃음... <꿀딴지>, 재미없다

 

그러나 코너의 구성은 기대 이하였다. 무엇보다 비공개코미디가 갖고 있는 장점들을 제대로 살려내지 못했다. 공개코미디에 비해 비공개코미디가 갖는 장점은 공간의 제약이 없다는 점, 그로 인해 보다 짜임새 있는 다면적인 연출이 가능하고 배우들의 깊이 있는 연기를 이끌어낼 수 있다는 점이다. 그리고 그것은 MBC가 <테마게임> 시절부터 타사 코미디 프로그램에 비해 압도적으로 잘하던 것이기도 했다.

 

하지만 <꿀단지>에는 그런 비공개코미디의 장점이 전혀 녹아있지 않다. 반전은 밋밋하고 짜임새는 온데간데없다. 탄탄한 각본에서 자연스럽게 묻어 나와야 하는 웃음은 사라지고, 순간순간 장면에서 반짝하는 일회성 웃음만 가득하다. 스토리 흐름상에 웃음이 섞여 있는 게 아닌, 웃기기 위한 장면 사이에 스토리를 억지로 끼워 넣은 듯한 구성은 도리어 웃음을 잃게 만든다.

 

'뮤직다이어리'는 드라마타이즈 뮤직비디오 형식을 빌려왔지만 노래와 노래 사이 삽입된 배우들의 연기가 오히려 전체적인 흐름을 방해한다. 전체 코너 중 가장 시간이 긴 '2010 알까기 제왕전'은 최양락의 원맨쇼나 다름없다. 대국장에 있는 이들은 원래 말하지 못하게 되어 있으니 보조 MC인 홍진영이 최양락과 주거니 받거니 하면서 웃음을 만들어내야 하는데, 가수인 그녀에게 그런 능력이 있을 리 만무하다.

 

들러리 돼버린 MBC 코미디언들, 그들을 무대에 세워라

 

여기서 <꿀단지>의 진짜 문제가 드러난다. 화려한 출연진으로 도배를 했지만, 정작 그 안에 MBC 공채 코미디언들은 보이지 않는다. 명색이 MBC의 유일한 코미디 프로인데, MBC 코미디언이 자취를 감춘 것이다. '몽이'는 MC몽, '무적맘'은 노사연, '시'는 하춘화, '뮤직다이어리'는 안영미, 김나영…. 코너의 주체에 MBC 코미디언은 없다. 그들은 그저 조연으로 주연을 받쳐주는 역할을 할 뿐이다.

 

빤한 얘기지만, MBC 코미디언은 MBC 코미디의 미래다. <개그야>가 끝난 이후 <하땅사>가 시작되면서 SBS <웃찾사> 출신 코미디언들에게 활동영역의 반을 내어준 그들은 이제 <꿀단지>로 인해 조연으로 전락하고 말았다. 신인 코미디언들의 아이디어 넘치는 무대는 사라졌고, 그들은 이제 <일밤> '뜨거운 형제들'의 상황극 안에서나 존재한다. 이래서는 영원히 KBS <개그콘서트>를 따라잡을 수 없다.

 

과거의 인기코너를 되살리고 잘 나가는 개그맨을 섭외하는 것도 중요하다. 하지만 현재의 <꿀단지>에 보다 근본적으로 필요한 건, 타사보다 앞선 MBC만의 비공개코미디의 장점을 기억해내는 것, 그리고 그 중심에 MBC 코미디언들이 존재해야 한다는 것이다. 아무리 화려한 라인업을 내세워도 기획과 구성을 치열하게 고민하지 않는 이상 시청자들은 반드시 외면하게 되어 있다.

 

떠들다 일어나 춤추고, 다시 앉아서 떠드는 <꽃다발>

 

 MBC 새 예능 <꽃다발>.
MBC 새 예능 <꽃다발>.MBC
MBC 새 예능 <꽃다발>. ⓒ MBC

MBC에 대한 실망은 <꽃다발>에 다달아선 더욱 커진다. '꽃보다 아름다운 아이돌이 다발로 출연하는 프로그램'이라서 제목이 <꽃다발>이란다. 여자 아이돌이 무려 6팀이나 우르르 출연하는 이 예능 프로를 보면서 처음 든 느낌, "대체 제작진은 무엇을 고민한 걸까?"였다. 한 마디로 이 방송, 제작진이 고민한 흔적이 전혀 보이지 않는다. 옛날 같았으면 "케이블에서나 할 법한 프로를 지상파에서 하다니…"했겠지만, 요즘은 케이블에서도 이런 프로 잘 안 한다.

 

국민 아이돌이 되기 위해 무한대결을 펼쳐 최종 우승한 팀에게는 MBC 예능 출연권을 준다는 게 이 프로의 목적이다. 그리고 당연하게도 대결이란 결국 장기자랑으로 귀결된다. 몇 개의 코너가 있지만 이름만 다를 뿐 아이돌을 무대 앞으로 불러 세우려는 목적은 모두 똑같다. 그러다 보니 코너는 여러 개지만 차별성은 느껴지지 않는다. 떠들다 일어나 춤추고, 다시 앉아서 떠든다.

 

포맷이 단조롭다보니 결국 나올 건 폭로밖에 없다. 트로트돌, 성인돌로 불리기 원하는 그룹 LPG는 "우리 멤버 5명의 총 성형수술 횟수는 27번이다"라고 폭로하고, 구지성은 "데뷔한 이후 7개 직종의 남자들에게서 대시를 받아봤다"고 고백하기도 했다.

 

사실 문제는 이런 폭로가 옳으냐 그르냐 하는 차원이 아니다. 쇼프로에서의 폭로는 이제 너무 흔해져서 그리 대단할 것도 없다. 성형사실 고백하는 여자 연예인은 차고 넘친다. 포미닛 등 여자 아이돌이 춤을 추고 그걸 홍록기 등 남자 패널이 점수 매기는 행위가 일요일 오후 시간대에 방영되는 게 적당한가 아닌가도 있다. 어쨌든 문제의 핵심은 기존의 아이돌 프로와 0.1%도 차별화되지 못한, 철저한 아류작을 만들어냈다는 것이다. 

 

<꽃다발>은 전파낭비... 장기자랑 방송 그만!

 

'편견을 깨자!' 코너는 대중들이 평소 아이돌에게 갖고 있던 편견들을 대화 주제로 올렸다. 시도는 괜찮았다. 아이돌 스스로가 "실제 우리는 이렇지 않다"고 진지하게 반박할 수 있는 자리로 만들 수도 있었다. 하지만 음악성을 묻는 질문에서 MC 김용만은 패널과 다름없는 장영란에게 '음반 출시 경험'을 언급하며 질문을 돌렸고, 결국 김새롬이 그녀가 캠코더로 뮤직비디오를 찍었다고 폭로하면서 코너는 웃음으로 마무리됐다.

 

그래도 <꿀단지>보다는 웃을 거리가 많았다는 게 아주 조금의 위안은 되겠지만, 냉정하게 말해 <꽃다발>은 전파낭비다. 아이돌을 떼로 불러다 장기자랑 시키는 프로가 어디 한둘인가. 차라리 그 인원 절반만 데리고 나와 예전 'X맨'처럼 편 나눠 게임을 하든지, <청춘불패>처럼 논으로 밭으로 나가 농사일이라도 할 일이다. 고만한 스튜디오에 몰려 앉아 보고 또 본 장기자랑 재방송, 이젠 그만할 때도 됐다.

 

<일밤>의 '쌀집아저씨' 김영희 PD는 과거 <황금어장> '무릎팍도사'에 출연해 새 코너 만들기의 어려움에 대해 토로한 적이 있다. 몇 날 며칠 제작진이 사무실에 모여 머리를 맞대고 밤을 지새워도 아이디어가 떠오르지 않아 고생했다는 이야기는 하나의 새로운 방송이 만들어지기까지 얼마나 많은 노력이 필요한지에 대해 말해준다.

 

지금 <꽃다발> 제작진이 가장 먼저 해야 할 것. <무릎팍도사> 김영희 편을 '다시보기'하며 대선배로부터 프로그램을 만드는 자세를 배우는 것이다.

2010.08.07 19:28ⓒ 2010 OhmyNews
#꿀단지 #꽃다발 #최양락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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