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지난해 12월 파카한일유압 해고자들이 조합 사무실에서 점심을 먹고 있다.
선대식
해고자들은 2009년 6월 수원지방법원 안산지원에 해고 무효 확인 소송을 냈다. 2010년 7월 판결이 나오기까지 그들은 열악한 삶을 살았다. 해고 5~6개월 뒤 실업급여가 끊기자, 해고자들은 아르바이트, 막노동, 대리운전 등으로 생계를 이어갔다. 소송 준비를 제대로 할 수 없었다. 또한 회사 쪽에서는 국내 최대 로펌 '김앤장'을 고용한 상황이었다.
법원은 7월 22일 예상을 깨고 해고자들의 손을 들어줬다. 법원은 "단순히 도산의 위험성이나 장래에 막연한 경영상 위기를 이유로 근로자를 해고하고 사회에 대한 기업의 책임을 방기하는 결과를 낳는 방향으로, '긴박한 경영상의 필요'가 있었는지 여부를 판단해서는 안 된다"고 강조했다.
법원은 "사용자 측의 '경영상의 사정'으로 인해 근로자가 직장을 잃고 하루아침에 실업자가 되는 처지에 빠진다"며 "긴박한 경영상의 필요가 있을 때만 근로자를 해고할 수 있고, (회사는) 해고를 피하기 위한 노력을 다해야 한다"고 강조하며 파카한일유압이 해고를 회피할 만한 노력을 하지 않았다고 지적했다.
법원은 또한 파카한일유압에 대해 "매년 당기 순이익을 유지하고 있던 회사가 짧은 기간에 직원의 절반이 넘는 인원을 정리해고 해야 할 정도로 경영상태가 악화되었다고 믿기 어렵다"며 "2009년 들어 경영상태가 나빠지고 있다는 점만으로, 경영악화가 장래에도 쉽게 해소되지 않을 개연성이 있다고 인정할 수 없다"고 지적했다.
실제, 해고자들이 법원에 제출한 자료에 따르면, 파카한일유압이 겪은 어려움은 1년 만에 거의 회복됐다. 적자가 지속된 2009년에도 부채비율은 86%로 업계 평균인 179%보다 낮았고, 회사의 월매출과 직결되는 국내 굴착기 생산량은 2009년 10월 2050대로, 2008년 같은 달(2296대)의 89% 수준으로 회복됐다.
법원은 또한 "파카한일유압의 모회사 파카하니핀코퍼레이션이 파견직이 중심인 새로운 회사(파카 코리아)를 만들어 똑같은 제품을 만듦으로써, 노조가 있는 파카한일유압의 매출을 축소시켰다"는 해고자의 주장을 인정하기도 했다.
"대량해고 부추긴 MB정부의 친기업 정책에 제동"이번 법원의 판결이 적지 않은 의미를 지닌다는 의견이 많다. 해고자들의 소송 대리인인 육대웅 변호사는 "경제위기를 빌미로 노동자 생존권 함부로 박탈하는 행위에 대해 경종을 울렸다"고 지적했다.
이번 판결에서 이명박 정부는 자유로울 수 없다. 육 변호사는 "이명박 대통령이 노동유연화 강조하면서 대량해고를 사실상 부추겼다"며 "정부는 국민 전반의 복지를 책임지고 향상 시키는 선에서 기업의 이윤을 생각해야 하지만 이명박 대통령은 '비즈니스 프렌들리'만 외쳤다, 법원이 이에 대해 제동을 걸었다"고 강조했다.
저작권자(c) 오마이뉴스(시민기자), 무단 전재 및 재배포 금지
오탈자 신고
댓글
오마이뉴스 법조팀 기자입니다. 제가 쓰는 한 문장 한 문장이 우리 사회를 행복하게 만드는 데에 필요한 소중한 밑거름이 되기를 바랍니다. 댓글이나 페이스북 등으로 소통하고자 합니다. 언제든지 연락주세요.
공유하기
대량해고 눈감은 MB정부, 법원이 제동 "사회에 대한 기업책임 방기하면 안돼"
기사를 스크랩했습니다.
스크랩 페이지로 이동 하시겠습니까?
연도별 콘텐츠 보기