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3월 31일 오전 경기도 시흥시 정왕동 시화공단 내 파카한일유압 공장 내부가 일감이 부족해 한산한 모습이다.
선대식
오는 4월 10일 직원 197명 중 113명을 정리해고 하겠다는 한 외국계 회사가 있다. 전체 직원의 57.4%다. 해고되지 않더라도 평균 연봉을 990만 원 가량으로 낮춘다는 게 이 회사의 계획이다.
이를 두고 누군가는 "회사가 얼마나 어려우면…"이라고 생각할지 모른다. 하지만 이 회사는 지난해 6월 기준 부채비율이 55% 정도로 알찬 회사다. 기술력도 인정받아, 이 회사가 만드는 유압콘트롤밸브(굴착기 등 중장비의 작동장치)는 2004년 당시 산업자원부로부터 세계 일류상품으로 선정될 정도였다.
그렇다면 이 회사는 무슨 사정이 있기에 대량해고에 나선 걸까? 3월 31일 오전 이 회사를 찾았다. 경기도 시흥시 정왕동 시화공단에 있는 파카한일유압이다. 이곳 노동자들은 "정리해고되면 굶어 죽는다"며 극심한 고용불안을 느끼고 있었다.
회사 "대규모 적자로 대량해고 불가피" - 노조 "일방적 희생 강요"파카한일유압은 지난 2월 2일 정리해고 계획을 밝힌 후, 같은 달 27일 113명을 해고하겠다고 안산지방노동청에 신고했다. 회사는 이미 지난해 12월부터 노조와 협의 없이 매달 2~3주 휴업에 들어간 상황으로, 노동자들의 임금은 한 달 70만~80만 원으로 낮아졌다.
금속노조 파카한일유압분회는 "대량해고는 일방적인 희생을 강요하는 것"이라고 반발했다. 송태섭 노조 분회장은 "하루 7시간 주4일 노동·월 12일 휴업을 하고 회사가 이익잉여금 92억 원 사용과 자회사 공장부지 매각에 나서면 고용을 보장할 수 있다"고 밝혔다.
이어 노조는 "회사는 경제 위기를 틈타 대량해고를 하는 것"이라며 "지금껏 경영지표는 안정적이었다"고 강조했다. 실제 미국계 다국적기업 파카하니핀이 2005년 6월 한일유압을 인수한 이후 회사는 크게 성장했다.
금융감독원 감사보고서에 따르면, 이 회사의 매출액은 2005년 282억 원에서 2008년 회계연도(2007년 7월~2008년 6월)에 421억 원으로 50% 상승했다. 이익은 2007년 회계연도에는 43억 원, 2008년 회계연도에는 56억 원으로 매출 대비 10%대의 높은 이익률을 나타냈다.
이에 대해 송재경 파카한일유압 대표이사는 "건설중장비 업계가 경제위기에 큰 타격을 받았다, 2009년 회계연도에 66억 원의 적자가 예상돼 현 사업규모 유지가 어렵다"면서 "노조가 회사의 자구안을 받아들이면 정리해고 규모를 줄일 수 있다"고 말했다. 하지만 이 경우, 해고되지 않은 노동자들의 연봉은 990만원으로 줄어든다는 게 노조의 설명이다.
'비정규직' 공장 새로 짓고, 노조원 많은 공장 멈추고