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26일 이이즈카 시민회관에서 열린 '규슈지쿠호지역 강제동원노동자 증언 집회'.
오마이뉴스 장재완
27일 오전, 우리 일행은 무궁화당을 찾아갔다. '무궁화당'은 일본 규슈 지쿠호지역의 중심지인 이이즈카시립 국립공원묘지 내에 있다. 세찬 비바람이 쳤다. 하늘을 찌르듯이 높게 솟아오른 봉우리 아래 무궁화당이 있었다.
무궁화당은 일제강점기에 일본으로 강제 연행되어 노동을 하다가 희생을 당한 조선인 노동자들을 추모하기 위해 마련된 납골당이다. 특히 이곳 지쿠호지역은 얼마 전 일본의 총리를 지낸 아소다로 총리의 가문이 운영하는 '아소탄광'이 있는 곳이다.
조선인 노동자들은 이곳 아소탄광에서 일을 했다. 그리고 많은 노동자들이 희생됐다. 갱도에서 사고로 죽고, 아파서 죽고, 배고파서 죽고, 맞아서 죽었을 것이다. 그러나 그들의 유골은 죽어서도 인간 이하의 대접을 받아야 했다. 수십 년이 지났지만, 그 유골의 주인도 나타나지 않고, 여기 저기 절이나 야산에 흩어져 있었다.
지쿠호지역의 재일교포, 다시 말해 민단과 조총련 소속 교포들, 그리고 여기에 뜻을 같이하는 많은 일본인들이 함께 1996년 '재일 지쿠호 코리아 강제연행 희생자 납골당 추도비 건립위원회'를 발족시켰다. 그들은 일본정부와 지방정부를 향해 외쳤다. 죽은 자들의 넋이라도 위로할 수 있는 추모시설을 만들어 달라고.
이들의 끝없는 노력으로 드디어 2000년 12월 12일 지금의 '무궁화당'의 낙성식을 가졌다. 그리고 여기에 118위의 조선인 희생자의 유골을 모셨다. 그들은 단체 이름을 'NPO법인 국제교류광장무궁화당우호친선의 회'라고 고치고 매년 추모의 날을 정해 추모의식을 치르고 있다.
여기에 모셔진 유골 중 2기는 가족을 찾아서 익산과 대구로 돌려보냈다. 이들은 한 기의 유골이라도 더 고국으로 돌려보내려고 노력하고 있다고 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