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박근혜, 당대표 돼야 MB와 오해 풀려
최고위원 되면 축구로 남북관계 물꼬 트겠다"

[인터뷰] 한나라당 전당대회 출마한 'MB측근' 김대식씨

등록 2010.06.29 16:25수정 2010.06.29 16:53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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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6.2 지방선거에서 한나라당 전남도지사 후보로 출마했던 김대식 전 민주평화통일자문회의 사무처장.
6.2 지방선거에서 한나라당 전남도지사 후보로 출마했던 김대식 전 민주평화통일자문회의 사무처장.권우성
6.2 지방선거에서 한나라당 전남도지사 후보로 출마했던 김대식 전 민주평화통일자문회의 사무처장. ⓒ 권우성

'네트워크의 달인', '조직의 귀재'.

 

민주평통 사무처장·한나라당 전남지사 후보를 지낸 김대식씨에게 따라붙는 별칭이다. 일부에서는 2007년 대선에서 박영준 국무차장과 함께 선진국민연대 463만 회원을 모은 그를 '숨은 실세'라고 칭한다.

 

6·2 지방선거 당시 여당의 불모지 전남에서 두 자리 수 득표율(13.4%)을 올린 그가 이번에는 7월 14일로 예정된 한나라당 전당대회에 출마한다. 호남 출신 최초로 한나라당의 선출직 최고위원이 되겠다는 게 그의 꿈인데, 이 대통령의 각별한 신임을 받는 인물인만큼 향후 행보가 주목된다.

 

김 후보는 25일 <오마이뉴스>와의 인터뷰에서 한나라당의 지방선거 패배에 대해 "국민들이 한나라당 정신 차리라고 회초리를 강하게 때렸는데, 당이 더 겸손해지지 않으면 자칫 2012년 총선과 대선 승리는 요원하다"고 하면서도 "정권심판론보다는 보수의 분열로 졌다. 전략의 실패였다"고 진단했다.

 

작년 6월 한 세미나에서 "노무현 전 대통령의 죽음을 정치적 반전의 기폭제로 삼으려는 세력들이 있다"고 말했던 그는 "그때 내가 한 얘기가 이번에 어느 정도 현실화됐다. 노 대통령이 '회전문 인사' 소리 들으면서도 인물을 키웠다"고 참여정부 인사들의 약진을 평가했다.

 

김 후보는 이 대통령과 박근혜 전 대표의 갈등 해법에 대해서는 "박 전 대표가 이제는 양보해야 한다. 이번 전당대회에 출마해서 당을 맡아야 했다"고 아쉬움을 표시했다.

 

박 전 대표가 대통령을 언제든 만날 수 있는 당대표가 되면 두 사람의 오해도 풀릴 것이라는 기대인데, 그는 "이 정부가 성공하지 못하면 국민들이 다시는 한나라당에 기대를 하지 않을 것"이라고 박 전 대표를 압박했다.

 

민주평통 사무처장을 지낸 김 후보는 남북관계에 대해서도 "지금이라도 획기적인 계기가 만들어질 것"이라고 내다봤다. 천안함 사건 이후 "이명박 정부에서 남북정상회담은 물 건너갔다"는 말이 나올 정도로 남북관계가 경색된 상황에서 나온 낙관론이다.

 

김 후보는 "남북관계는 자주 만나서 풀어야 한다"며 "월드컵 축구도 하나의 기회다. 남북한 월드컵 동시진출 축구대회를 서울과 평양에서 번갈아 열고, 공동응원도 하자"고 제안했다.

 

그는 "스포츠에 정치적 의미를 부여하지 말자"며 "가능하다면 내가 직접 북한에 가서 설득하게 해달라고 대통령에게 청하겠다"고 덧붙였다.

 

김 후보의 인터뷰 전문은 다음과 같다.

 

전대 출마한 'MB정부의 실세' "지명직 최고위원은 안 받겠다"

 

 6.2 지방선거에서 한나라당 전남도지사 후보로 출마했던 김대식 전 민주평화통일자문회의 사무처장.
6.2 지방선거에서 한나라당 전남도지사 후보로 출마했던 김대식 전 민주평화통일자문회의 사무처장.권우성
6.2 지방선거에서 한나라당 전남도지사 후보로 출마했던 김대식 전 민주평화통일자문회의 사무처장. ⓒ 권우성

- 한나라당 전당대회에 출마한 친이명박 후보 3명중 1명으로 꼽히는데 당선 가능성은 어느 정도인가?

"1인2표제이니 여러 후보들로부터 러닝메이트를 하자는 제의를 받고 있지만, 지금은 그런 얘기를 할 시기가 아니다. 국회의원-당협위원장들이 차지하는 몫이 커서 오늘(25일) 하루 국회의원 회관 돌면서 지지를 부탁하려고 한다. 일부 후보들이 '호남 출신은 전대에서 낙선해도 지명직 최고위원 준다'는 얘기들을 하고 다니는데 나는 절대로 받지 않겠다는 뜻을 밝힌다."

 

- 지방선거 치르고 전대에도 출마했는데 정치 해보니까 어떤가?

"전남지사 선거에서 지지율 20%까지는 기대했는데, 거기까지는 미치지 못했다. 그러나 두  자리 수 지지율에 만족한다. 정치 해볼 만하다는 느낌이 든다. 개인적으로야 청와대와 정부에 들어가서 일하고 싶은 마음도 있지만 이번 기회에 호남에 새로운 블루오션을 만들어서 2012년 정권재창출에 기여하겠다."

 

- 호남 출신 한나라당 후보로서 민심의 벽을 느끼지 않았나?

"이명박 정권의 진정성이 왜곡됐다. 역대 대통령 중 이 대통령만큼 호남을 많이 찾은 사람이 없다. 국정홍보가 미진한 점을 정치권이 역이용한 측면이 있다."

 

"MB의 5·18 행사 불참, 감표 요인으로 보지 않는다"

 

- 5월 3일 이명박 대통령이 5·18 민주화운동 30주년 행사에 참석해줄 것을 촉구하는 보도자료를 냈는데, 대통령은 방글라데시 대통령 접견을 이유로 행사에 불참했다. 대통령의 선택을 어떻게 생각하나?

"30주년 행사가 중요하지만, 타국과의 정상회담도 국익을 위해 중요하니까. 대통령 대신 국무총리가 갔다. 호남 사람들이 서운하더라도 큰 틀에서 이해해 주셨으면 한다. 대통령이 내년에도 올 수 있는 거니까. 나는 그게 감표 요인이 됐다고는 생각하지 않는다."

 

- 선거 이후 대통령 만날 기회가 없었나?

"호남 출신 낙선자 3명이 선거 끝난 직후 청와대에서 대통령 만난 것은 사실이다. 대통령이 우리에게 고생했다고 위로를 하셨지만, 그분 말씀을 전하는 것은 적절하지 않다."

 

- 한나라당의 지방선거 패배는 어떻게 보나?

"국민들이 한나라당 정신 차리라고 회초리를 강하게 때린 것이다. 더 열심히, 더 잘하라는 사랑의 회초리였다. 당이 더 겸손해지지 않으면 자칫 2012년 총선과 대선 승리는 요원하다. 역사는 승리자의 기록이기 때문에 정권재창출 못하면 실패한 정권으로 규정될 수밖에 없다."

 

- 대통령과 여당의 지지율도 높고, 언론 환경도 비교적 우호적이고, 천안함 사건까지 여당에 도움을 줬음에도 크게 이기지 못했다면 패배로 보는 게 맞지 않나?

"내 생각은 다르다. 정권심판론보다는 보수의 분열로 졌다. 전략의 실패였다. 서울시교육감 선거를 보면, 진보후보는 하나인데 보수후보는 난립하지 않았나? 내가 아니면 안 된다는 꼴통보수의 사고를 바꿔야 한다. 보수가 진보만큼 뭉쳤다면 이번 선거에서 절대로 지지 않았을 것이라고 본다."

 

"노무현 대통령이 '회전문 인사' 소리 들으면서도 인물 키웠다"

 

- 보수가 분열한 측면도 있지만, 노무현 정부의 핵심인사 김두관·안희정·이광재가 한나라당 후보와 싸워서 도지사에 당선된 것은 달리 평가해야 하지 않나?

"그건 나도 인정한다. 노무현 정부 시절에는 이러니저러니 평가를 받았지만, 이분들이 다양한 자리에서 일할 기회가 있었다. 노 대통령이 '회전문 인사' 소리 들으면서도 인물을 키웠다. 국민들은 김두관이 행안부 장관하고, 이광재가 청와대 국정상황실장 한 것을 높이 쳐줬다."

 

- 작년 6월5일 제주에서 열린 전국대학교 학생처장협의회 하계세미나에서 "현재 대한민국에는 노무현 전 대통령의 죽음을 정치적 반전의 기폭제로 삼으려는 세력들이 있다"고 말했는데, 그러한 세력의 부활이라고 봐도 되나?

"그때 내가 한 얘기가 이번에 어느 정도 현실화된 것 아닌가? 호남에서도 민주당 후보들은 고(故) 김대중·노무현 대통령 사진 붙여놓고 선거운동 엄청나게 했다. 서울에서 당선된 민주당 구청장 21명중 18명이 40대다. 이번에 당선된 야당 지자체장들이 다음 총선·대선에서 이용하려고 선심성 예산을 많이 쓰지 않을까 하는 우려도 있다."

 

- 여당의 최대현안이 이명박 대통령과 박근혜 전 대표의 화해다.

"2007년 경선에서 심하게 부딪친 건 사실이다. 아직은 두 분이 대화할 시간이 충분히 있다. 두 분보다도 두 사람의 참모들이 더 노력해야 할 부분이 있다. 집권당에 계파가 어디 있나? 이런 걸 따지는 것은 전형적인 일본식 정치다."

 

- 그런 당위론만으로 양자 관계를 풀 수 있는 단계는 지난 것 같다.

"박 전 대표가 이제는 양보를 좀 해야한다. 과감하게 현실정치(전당대회 출마 - 필자 주)에 뛰어들어야 한다."

 

- 박 전 대표가 15일 전대 불출마를 선언했는데 한나라당에 앞으로 2년 동안 가장 큰 사건인 것 같다. 박 전 대표가 이명박 대통령 임기 내내 책임질 만한 일을 하지 않고 다음 대선은 현 정부와 차별화된 모습으로 치르겠다는 뜻 아니겠나?

"그러한 시각에 동의한다. 이런 얘기 안 하려고 했는데 박 전 대표가 이번 전대에 출마했어야 했다. 홍사덕 의원의 주장이 맞다. 한나라당 당헌·당규상 대선출마 의향이 있는 사람은 대선 1년 6개월 전에 대표직에서 물러나야 한다고 되어 있다는데, 앞으로 1년간 당을 맡아보면 또 어떤가? 박 전 대표가 대선에 나가면 전대를 한번 더 하든지 정몽준 의원처럼 2등이 승계할 수도 있는 것 아니냐? 야당 시절 대표 경력으로 경선을 치렀으니 차기 대선은 여당 대표의 경험으로 치를 필요가 있다."

 

"이 정부 성공 못하면 '한나라당에 정권 줘봤자 별볼일 없다'고 할 것" 

 

 6.2 지방선거에서 한나라당 전남도지사 후보로 출마했던 김대식 전 민주평화통일자문회의 사무처장.
6.2 지방선거에서 한나라당 전남도지사 후보로 출마했던 김대식 전 민주평화통일자문회의 사무처장.권우성
6.2 지방선거에서 한나라당 전남도지사 후보로 출마했던 김대식 전 민주평화통일자문회의 사무처장. ⓒ 권우성

- 박 전 대표가 당을 다시 맡으면 대통령과의 관계도 변화가 있을 것으로 보나?

"그렇다. 당 대표는 대통령을 언제라도 독대할 수 있는 위치다. 둘이 자주 만나서 대화를 하다보면 그동안 오해가 쌓인 부분도 자연스럽게 풀릴 수 있다. 그분 마음이 원래 그런 것은 아닌데 중간에 왜곡돼서 전해진 부분도 있을 것이다. 대통령이 그동안 박 전 대표를 중용하려는 시도를 여러 차례 했는데, 지금 같은 상황까지 왔다. 둘 사이에 얽힌 실타래를 풀 수 있는 절호의 기회인데."

 

- 거꾸로 박 전 대표의 전대 불출마가 차후에 큰 단점이 될 수도 있겠다.

"그렇다. 내가 보기에는 장점보다 단점이 많이 될 것이다."

 

- 친박 진영에서는 "이명박 정부가 성공하지 못할 가능성이 있으니 한나라당이 박근혜를 아껴둬야 한다"는 얘기를 하더라.

"이명박 정부가 임기 반환점(8월 25일)을 아직 안 돌았는데, 이 정부를 반드시 성공시켜야 차기정권도 성공적으로 창출할 수 있다. 지난 대선에서도 노무현 정부와 집권당이 안 맞으니 재집권 못하지 않았나? 이 정부가 성공하지 못하면 국민들이 다시는 한나라당에 기대를 하지 않을 것이다. '한나라당에 정권 줘봤자 별볼일 없다'는 인식이 퍼질 텐데…."

 

- 천안함 사건 이후 이명박 정부는 어떻게 남북관계의 돌파구를 열 수 있을까?

"나는 지금이라도 남북관계의 획기적인 계기가 만들어지리라고 본다. 김정일이 한 마디 하면 학자들이 이리저리 분석하고. 우리에게 전문가가 없어서 남북관계가 이렇게 됐나? 남북관계는 정책의 문제가 아니다. 자주 만나서 풀어야 한다. 월드컵 축구도 하나의 기회라고 본다. 월드컵 끝나면 남북축구 교류로 물꼬를 터보는 건 어떨까? 남북한 월드컵 동시진출 축구대회를 서울과 평양에서 번갈아 열고, 공동응원도 하자는 것이다."

 

"스포츠 앞에 보수와 진보 어디 있나?"

 

- 보수층은 봉은사에 사람들이 모여 북한의 포르투갈전을 응원하는 것도 못마땅해하더라.

"남북관계가 무작정 대립관계로 가면 안 되지 않는가? 스포츠에 대해서는 정치적 의미를 부여하지 말자. 16강 진출하니 여야 모두 좋아하고. 스포츠 앞에 보수와 진보가 어디 있나?"

 

- 아무리 그래도 그러한 주장이 여권 내에서는 소수의견 아닐까? 북한이 "우리랑 게임하려면 천안함 사건 얘기 더 이상 꺼내지말라"고 역제안하는 상황이 올 수도 있다.

"내가 최고위원에 당선되면 이런 주장을 과감히 하려고 한다. 정부에 건의하는 차원을 떠나서 가능하다면 내가 직접 북한에 가서 설득할 용의도 있다."

 

- 대통령이 보내줄까?

"꼭 보내달라고 강력히 청하겠다."

 

- 대선 때 박영준 국무차장과 함께 463만 명의 선진국민연대 회원을 모았다. 선진국민연대가 왜 대통령이 집권한 후에는 국정운영에 도움을 주지 못하나?

"선진국민연대는 대선이 끝난 후 발전적 해체를 했다. 조선시대의 태종 이방원도 집권 후에 사병들을 혁파하는 작업을 하지 않았나? 그런 사조직이 남는 게 대통령의 국정운영에도 도움을 주지 못하고. 대신 지도자급 인사들이 '동행 대한민국'을 만들어 보이지 않는 곳에서 뛰고 있다."

#김대식 #박근혜 #이명박 #홍사덕 #월드컵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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