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13일 오전 서울 중구 국가인권위원회 배움터에서 열린 '천안함 참사 관련 정부의 정보통제와 언론보도의 문제점' 토론회에서 도형래 공공미디어연구소 연구원이 '방송의 천안함 참사 보도'에 대해 발제하고 있다.
유성호
천안함이 침몰(3월26일)한 뒤 지난 14일 동안 지상파 방송3사가 보도한 사고 원인은 대략 이렇게 나뉜다.
이 중 가장 많은 비중을 차지하는 것은 역시 '북한 도발(사고원인 보도 총 129건 중 64건)'. 그러나 이와는 정반대되는 '자체 결함' 등도 같은 방송사에서 사고원인으로 보도됐다. 결국 차후 진실이 무엇으로 밝혀지든 방송사들은 모두 '오보'를 할 운명이다. 추측성 보도를 남발한 데 따른 결과다. 도형래 공공미디어연구소 연구원의 분석결과다.
신문 보도 역시 믿기 힘든 것은 마찬가지다. 김수정 한겨레 미디어전략연구소 연구원에 따르면, 각종 '설'이 쏟아지던 사건 초기부터 <조선일보> <중앙일보> <동아일보>의 기사에는 '정부', '정부 당국자', '군 관계자', '군 소식통', '군 고위 관계자' 등 익명 정보원들이 다수 등장했다.
그리고 이렇게 모든 신문과 방송이 천안함에 올인하는 동안, 다른 사회 의제는 모조리 침몰했다. 안상수 한나라당 원내대표의 봉은사 외압 의혹, 김우룡 방문진 이사장의 '큰 집' 발언, 무상급식 논쟁, 4대강 사업, 세종시 논란이 줄줄이 날아갔다.
신문에 매일 나오는 당국자·소식통... 누구냐, 넌13일 오전 10시 서울 중구 국가인권위원회 배움터에서 3시간 동안 열린 '천안함 참사 관련 정부의 정보통제와 언론보도의 문제점' 토론회에서 언론계 전문가들은 그동안의 추측 보도를 한 목소리로 비난했다. 진단과 대안은 조금씩 달랐지만 현재의 보도가 비정상적이라는 데는 이견이 없었다.
'아니면 말고' 식의 보도가 난무하는 근본 원인은 무엇보다 군 당국의 정보통제에 있다는 것이 공통된 지적이다.
이태호 참여연대 협동사무처장은 "정보 독점의 문제는 다 감추는 게 아니라 정보를 취사선택해서 흘린다는 데 있다"고 말했다.
국방부가 "예단은 금물"이라면서도 북 잠수함이나 어뢰 등의 가능성을 조금씩 언론에 내비치고, 이를 근거로 보수언론들이 기사를 쓴다는 설명이다. 북한이 명예훼손으로 소송을 걸지 않으니 문제될 일이 없다.
그러면서 이태호 처장은 부시 행정부 시절 미 국방부 정보를 토대로 이라크 살상무기 문제를 단독 보도했던 <뉴욕타임스>의 치욕적 사례를 강조했다. 천안함 사건에서 나타난 한국 언론과 국방부의 모습 역시 이와 크게 다르지 않다.
이에 대해 김유진 민주언론운동연합 사무처장은 "사실 보수언론들은 상황을 즐기고 있다"고 진단했다. 정보통제를 비판하는 듯 하지만, 오히려 이 틈을 타서 마음껏 추측성 보도를 내보낸다는 지적이다.
몰아가기식, 따옴표 저널리즘... 되풀이된 참사보도 관행추측 보도는 몰아가기식 보도로 이어졌다. 언론들은 사설에서 '북한 도발'을 가정하고 안보위기론을 펼쳤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