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29일 모 방송사에 보도된 백령도 주민 이원배씨의 인터뷰
방송사 화면 캡처
이씨는 방송에서 "물속에 잠겨있는 암초가 있는데 함대가 가도 GPS에도 표시 안 돼 있으니까 모른다"고 말했고, 이로 인해 천안함 사고원인과 관련해 '암초설'이 부상하기도 했다. "사고 해역에서 암초가 확인되지 않았지만 좌초라든지 내부 폭발의 가능성도 열어놓고 있다"(2일 김태영 국방장관)는 게 정부의 공식입장이다.
그러나 방송이 나간 후 이씨의 발언을 확인하고자 여기저기서 연락이 왔다. <오마이뉴스> 기자도 3일 오전 이씨가 사는 두무진으로 찾아갔지만, 그는 한동안 고개를 절레절레 흔들며 인터뷰를 사양했다.
이씨의 가족에 따르면, 방송사 보도 이후 국립해양조사원이 그에게 전화를 해 '해도를 확인해 보고 인터뷰를 했냐?"는 취지로 추궁을 했고, 현지 기무대 간부도 찾아왔다고 한다. 기무대 간부는 이씨가 짐작하는 암초의 위치를 묻더니 "천안함이 침몰한 위치는 (당신이 아는) 그곳이 아니다"고 말한 뒤 가버렸다고 한다.
이씨의 아들도 <오마이뉴스> 기자를 보자 대뜸 "혹시 조중동에서 온 기자 아니냐?"며 불쾌한 표정을 지었다. 두무진의 또 다른 주민도 "그 신문들이 아무 근거도 없이 북한이 저지른 짓이라고 몰아가던데, 그런 식으로 몰아가면 이곳 주민들은 다 죽는다"고 말했다.
이씨는 "물속에 그런 바위가 있으니 함대가 닿을 가능성도 있다고 얘기한 것이지, 내가 단정적으로 얘기한 게 아니다"고 섭섭함을 내비쳤다.
이씨는 "도움 되라고 얘기해 봤자 헛소리나 한다는 말이나 듣고... 더 이상 얘기할 마음이 없다"고 하면서도 군 당국의 안이한 대응에 대해서는 기어코 쓴소리를 던졌다.
"뭘 알아도 얘기를 할 필요가 없는 거야. 군부대가 어선들의 도움을 안 받는다. 우리는 군함 침몰했다는 뉴스가 나온 후 군을 지원해주려고 기다리고 있었는데... 아마 지원 받았으면 벌써 다 끝났을 텐데... 물살이 센 것도 모르면서 말이야."이씨의 주장에 대해서는 섬 주민 사이에서도 평가가 엇갈린다. "백령도에서 50~60년 고기잡이를 했고, 바닷길을 보는 눈도 훤하다"고 그의 경륜을 평가하는 이도 있지만, "사고 해역은 온통 모래밭이기 때문에 이씨가 얘기하는 암초 같은 게 없다"고 깎아내리는 사람도 있었다.
"북한이라는 근거 있나... 조중동처럼 하면 주민들 다 죽어"한 가지 분명한 것은 기자들이 주민들과 접촉하는 과정에서 크고 작은 해프닝이 일어나면서 주민과 관청, 주민과 주민, 주민과 기자들의 상호불신이 싹텄다는 점이다. <오마이뉴스> 기자가 백령도에서 만난 상당수 주민들도 "말 한 마디 잘못했다가는 경찰이나 기무대에서 찾아온다", "이곳은 바닥이 좁아서 언론에 이름 나가면 곤란하다"며 난색을 표했다.
연화리의 한 주민은 "북한이 했다는 증거도 없고, 내부폭발도 아니라면 암초에 부딪친 것밖에 없지 않냐"며 이씨를 옹호했다가 기자가 그의 말을 받아적자 발언을 급히 취소하기도 했다.
해군본부의 관계자는 "주민들이 언론과 만나는 것을 어려워한다. 인터뷰 기사를 삐딱하게 쓰니 히스테리 반응을 부리는 것 아니냐?"고 말했지만, 중앙언론사의 한 기자는 "백령도에 와 있는 군인들은 서울의 국방부 브리핑을 참고하라면서 취재 정보를 안 주려고 한다. 취재가 안 되니 주민들을 상대로 탐문을 하는 것은 당연하지 않냐"고 항변했다.
천안함 침몰 원인에 대한 논란이 계속되는 가운데 백령도 사람들의 '마음의 문'도 서서히 닫혀가고 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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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암초있다" 말 한마디에... 기무대가 찾아왔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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