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해군 초계함 '천안함' 침몰 나흘째인 29일 오후 경기도 평택 해군 제2함대에서 실종자 가족 한 명이 실신해 부축을 받으며 실려 나가고 있다.
인터넷사진공동취재단 유성호
김씨는 민간인의 도움과 참여를 바란다는 군의 요청을 받고 구조 작업에 자발적으로 동참했다. 그는 위성항법장치(GPS) 수중촬영 전문업체 '아인네트'에서 근무하고 있다. 김씨가 서울 국방부에서 헬기를 타고 사고 현장에 도착한 건 28일 밤 9시. 김씨는 그나마 유속이 느리다고 판단된 29일 새벽 2시부터 오전 6시까지 군과 함께 구조 작업에 투입됐다.
그가 가져간 수중 촬영장비도 작업에 투입됐다. 하지만 김씨의 장비는 군의 장비보다 우수하지 않아, 김씨는 결국 국방부 장비를 사용했다.
김씨는 "유속이 3노트 가까이 됐는데, 이 정도면 수영 선수가 힘차게 헤엄을 쳐도 금방 밀릴 수밖에 없다"며 "사람이 물에 들어가는 건 매우 위험하고, 설령 들어간다고 해도 작업을 할 수 없는 수준"이라고 말했다.
이어 김씨는 "결국 사람 대신 수중 카메라를 물속에 넣었지만, 카메라 역시 유속 때문에 계속 떠내려갔다"며 "무게 30kg의 납덩어리를 달아 물속에 넣었는데, 바닷물이 우윳빛처럼 뿌연 상태여서 50cm 앞도 제대로 보이지 않았다"고 밝혔다.
김씨는 "수중 카메라도 물체와 부딪쳐야만 식별이 가능할 정도로 사고 현장 바다는 시계 상황이 좋지 않았다"고 덧붙였다.
다만 김씨는 "음파로 물체를 확인하는 '소나' 장비를 통해 함미의 포신과 레이더 등을 확인할 수 있었다"며 "실종자 가족들의 타들어가는 마음은 이해하지만 현장에서 직접 목격해보니 구조 작업이 결코 쉽지가 않다"고 안타까워했다.
또 지난 28일 구조 작업에 투입돼 실제로 바다에 들어갔던 홍웅(27)씨도 29일 백령도에서 돌아왔다. 애초 홍씨는 가족들에게 투입 당시의 상황을 설명할 예정이었다.
하지만 잠수병에 걸려 모포를 덮고 현장에 온 홍씨는 고개를 푹 숙인 채 아무 말도 하지 못했다. 그는 실종자에 대한 안타까움으로 눈물을 떨구었다. 결국 홍씨는 현장에 도착한 지 10여 분 만에 자리를 떴다.
실종자 가족들은 그에게 "미안해하지 마라, 네가 잘못한 것 없다"며 등을 두드려 주기도 했다. 홍씨는 실종된 임재엽 하사의 친구다.
동료들 못 찾아낸 미안함에 눈물 뚝뚝, 등 두드려 주는 실종자 가족들 한편, 군은 실종된 병사들과 부사관들의 생존이 어렵다고 보고 해군 2함대 사령부 내 체육관에 합동분향소 설치를 준비하고 있다. 군은 체육관 앞에 군청색 천막을 설치하고 있다. 이에 일부 가족들은 "아직 생사도 모르는데 왜 이런 준비를 하느냐"고 항의하기도 했다.
이에 군은 "실종자 지인들이 찾아오면 머물 수 있는 장소를 만드는 것"이라고 해명했다. 하지만 해군 2함대 사령부의 한 관계자는 "체육관에 합동분향소를 차릴 예정"이라고 말했다.
김태영 국방부 장관은 29일 국회에 출석해 서해상 초계함 침몰 실종자 생존 여부와 관련, "생존 가능성이 많이 약하다고 볼 수 있다"고 말하기도 했다.
실종된 군인들이 함미의 밀폐된 공간에 있다면 약 69시간 정도 생존할 가능성이 있는 것으로 알려졌다. 침몰 시간을 늦춰 잡아도 29일 오후 7시가 넘으면 69시간을 초과하게 된다. 가족들이 가슴을 치고 오열하며 "제발 빨리 건져내라"고 하는 건 이 때문이다.
붙잡을 수 없는 시간은 속절없이 가고, 가족들의 울부짖음은 더욱 커지고 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