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장진영씨와 구당 김남수.
동아시아
한의사협회는 저를 거짓말쟁이로 매도하고 있습니다하지만 보건당국이나 의료계 등 어느 누구도 나서서 그 효과를 검증하고 이를 보급하려 하지 않습니다. 이상한 일입니다. 더 이상한 것은 뜸이 한의학의 뿌리임에도 불구하고 한의계가 뜸의 위험성을 과도하게 부풀리며 뜸의 확산을 차단하는 데 주력하고 있다는 것입니다. 그래서 국민들 가운데는, 혹시 한의사들이 약을 팔기 위해 뜸을 억압하고 있는 것은 아니냐는 의심을 품는 사람이 늘어나고 있습니다.
정부나 의료계가 나서지 않으니, 기자들도 나서려 하지 않습니다. 더구나 한의계의 가공할 로비력과 조직력은 국민들이 뜸을 알지 못하도록 오랜시간 '인의 장막'을 쌓아왔습니다. 그냥 지나쳐도 될 것을... 이번에도 저는 그러지 못했습니다. 늘... 그게 저의 문제였습니다. 알량한 기자 정신 때문인가 봅니다. 덕분에 의학기자도 아닌 주제에 7년을 지켜봤습니다. 그리고 기록했습니다. 전문가들 보기에는 제가 엉터리겠지요. 그래도 누군가는 지켜봐야 할 것 같아, 밤잠을 설쳐가며 적었습니다.
그 결과 지금 한의사협회는 저를 거짓말쟁이로 매도하고 있습니다. 기자를 천직으로 아는 제게, 거짓말쟁이라는 공세는 너무도 가혹한 폭력입니다. 차라리 매라면 달게 맞겠습니다. '믿을 수 없는 한약 말고 값싸게 잘 고칠 수 있는 대안은 없느냐'고 환자들이 묻고 있고, 저는 다만 그 질문을 옮긴 것뿐입니다. 왜 제가 친절한 해명 대신 협박을 받아야 하는지 이해할 수 없습니다. 한의사님들은 나아가 얼마전 제가 출간한 <침뜸과의 대화>가 자신들의 명예를 훼손했다며 형사 고소를 제기해왔습니다.
사실 저는 한의사들의 분노를 잘 알고 있습니다. 2005년에도 한의사협회는 저를 비난하는 성명서를 낸 적이 있습니다. '한약을 안 먹어도 된다'고 대국민 선동을 했다는게 이유라면 이유였겠지요. 당시 MBC는 국회에서 열린 '세계 침구사 심포지움' 관련 동정을 보도했습니다. 두줄짜리 동정기사에는 '이날 행사에 모인 침구사들은 한약을 안 먹고도 침뜸만으로 질병을 치료할 수 있다고 주장했다'는 내용의 구절이 있었습니다.
이 구절을 문제삼아 한의사단체는 MBC측에 강력히 항의해 왔고, 이에 회사는 진상조사에 착수했습니다. 그 결과, 저는 기사의 소스 제공자로 지목돼 중징계인 '감봉' 처분을 받았습니다. 기다렸다는듯, 한의사협회는 제가 '불법 단체의 로비를 받아 왜곡된 기사를 쓰도록 했다'고 거짓 성명을 내기에 이른 것입니다.
사실은 사실일 뿐입니다. 가려지거나 휘어지지 않는 것입니다. 실제로 미국이나 일본에는 한의사가 없습니다. 대신 침과 뜸만으로 수백가지 질병을 치료하는 침구사가 있을 뿐입니다. 한의사들이 막고 있어, 우리 국민들만 모르는 사실입니다. 미식축구 선수 하인스 워드가 침을 맞았다고 했을 때 침을 놓은 사람도 사실은 한의사가 아니라, 침구사였습니다. 한약은 원하는 사람은 한약방에 가서 사먹을 수 있도록 되어 있습니다.
거짓말쟁이라는 오명을 벗는 데 3년이라는 시간이 필요했습니다. 2008년 5월, 대법원은 허위사실을 담은 성명서를 배포한 혐의로 한의사협회 측에 유죄를 선고했습니다. 선고가 있고도 주위의 의심섞인 시선으로부터 벗어날 수 있게 될 때까지, 저는 적지 않은 심적 고통을 더 견뎌야만 했습니다.
그로부터 2년도 되지 않아 또 다시 한의사 단체가 보내온 공개질의서(
구당 김남수씨와 이상호 기자에게 묻는다)를 마주했습니다. 솔직히 너무 두렵습니다. 이번에도 저의 죄목은 거짓말쟁이라는 것입니다. 질의서를 가득 매운 악의적 매도와 분노의 기운이 무섭게 느껴집니다. 2만명에 달하는 한의사 단체와 혼자 승부해야 하는 제 자신이 해일을 마주한 나룻배처럼 위태롭습니다.
한의사협회가 검찰에 형사 고소장을 제출해준 덕분에, 저는 삼성 X파일 보도로 인해 지난 2005년 검찰에 기소당한 이래, 생애 52번째 맞는 힘겨운 법정 투쟁을 벌여야 합니다. X파일 재판의 최종심이 진행중이어서 출입국 제한 대상자의 신분으로 미국에 체류중인 저로서는, 이번 한의협의 고소가 여느때 보다 더 고통스럽게 느껴지는게 사실입니다.
이번에는 또 얼마나 걸릴까요. 얼마나 많은 고통스러운 날들을 보내야 할까요. 문득 회의가 밀려옵니다. 하지만 진실은 게으름뱅이고 그만큼 외로운 것임을 알고 있기에 저는 또 다시 긴 싸움을 시작하려 합니다.
2년만에 또다시 한의사단체가 보내온 공개질의서를 접하며지난 7년간의 취재를 통해 뜸이 민중의학적 관점에서 너무 소중한 치료법이며, 자본독재의 아성을 무너뜨릴 수 있는 효과적인 대안이라는 사실을 확인하게 된 만큼, 결코 포기할 수도 없고 포기해서도 않 되는 길임을 저는 알고 있습니다. 최근 출간한 <침뜸과의 대화>는 이같은 오랜 취재내용을 정리한 보고서였습니다.
오늘의 새로움들은 어제의 낯설움이자 배격의 대상이었습니다. 기자는 끊임없이 금지된 질문을 던짐으로써 인간자유의 영역을 확장시키는 사람들입니다. 온몸에 난 상처가 영광일 수밖에 없는 특이한 직업이지요. 자신의 고통을 매개로 드디어 사회가 필요로 하는 의제가 형성됐을 때, 가장 큰 보람을 느끼는 족속이니까요. 만신창이가 된 채, 삼성 X파일 보도를 지켜보며 저는 얼마나 행복했는지 모른답니다.
제 책, <침뜸과의 대화>의 출판을 계기로 본격화되고 있는 한의계의 강력한 대응이 두려운 가운데, 감사하게 여겨지는 것도 그런 이유입니다. 다만 힘겹게 만들어진 사회적 논의가 무산되지 않기를 희망합니다. 의료주권자인 국민들이 침뜸에 대해 더 잘 알게 되고, 나아가 침뜸이 효과적인 국민 보건 대안으로 채택되어질 수 있는 계기가 마련되기를 바랄 뿐입니다.
젊은 한의사들의 단체라는 참실련, 즉 참의료실천연합회측은 최근 <오마이뉴스>를 통해 제게 공개질의를 보내왔습니다. 상위 단체인 한의사협회가 이미 저의 형사 처벌을 요구하는 고소장을 제출한 마당에 선의의 토론을 위한 질의에 응하는 것이 어떤 의미가 있는지 생각해 보았습니다. 그러나, 앞서 말씀드린 대로 국민의 알권리를 충족시키자는 차원에서 성실히 답변하기로 마음을 고쳐먹었습니다.
1. 구당이 장진영 치료과정에서 실수하지 않았냐?-> 김영균씨의 메일 "치료일자에 대해서는 님의 말이 맞습니다"첫째, 참실련은 '김남수씨가 장진영씨 치료 과정에서 실수하지 않았느냐'고 물어왔습니다. 실제 치료를 해보지도 않았으면서, 단지 고서(古書)의 내용만을 근거로 중환자에게 침뜸 치료를 해서는 안 된다는 기존 한의학계의 주장을 되풀이하고 있는 것입니다. 참실련 측은 김남수옹의 치료가 부적절했다는 근거로 장진영씨의 남편 김영균씨가 쓴 <그녀에게 보내는 마지막 선물>이라는 책을 인용했습니다. 즉 '2009년 2월까지 침뜸 치료를 받았는데 치료 중 감염이 이뤄진 것 같다'는 김영균씨의 주장을 근거로 한 것인데요.
이와 관련해 김영균씨는 제게 '치료 일자'와 관련해 자신의 기억이 부정확했음을 시인하는 중대한 내용을 담은 이메일을 보내왔음을 밝혀드립니다. '치료 일자'는 환자의 치료과정을 기록하는 데 있어 가장 중요한 요소임은 두 말할 필요도 없겠지요? 거듭되는 한의계 측의 악의적 여론몰이에도 불구하고, 그동안 제가 이 메일 내용을 공개하지 않은 데는 그만한 이유가 있었습니다. 장진영씨와 김영균, 두 사람의 지순한 순애보를 보호하기 위함이었고, 결자해지의 차원에서 김영균씨 스스로가 잘못된 내용을 바로잡기를 기다린 것이었습니다.
"님은 저를 못 봤겠지만 저는 님이 진영집에 오실때 몇번 집안에서 화상인터폰으로 문을 열어준 기억이 나네요.. 워낙 기록에 철저한 분이란 걸 알기에 치료일자에 대해서는 님의 말이 맞습니다. 잘 알고 있고요..." (김영균씨가 보내온 이메일, 2010. 2.15(월) 16:07:52 [GMT+09:00])이는 장진영씨에 대한 치료가 2008년 12월 25일에 종료되었고, 당시 서울대 병원의 정밀 진단 결과에 따르면, 장진영씨의 몸 상태가 4기에서 2기 수준으로 개선된 것으로 나타났다는 저의 책 <침뜸과의 대화> 내용이 사실임을 반증하는 것이라 하겠습니다.
참실련측 또 저의 책 내용의 일부를 인용해, 장진영씨가 항암제 치료로 인해 혈소판 감소 증상이 왔는데도 이를 모르고 치료를 계속한 것이 문제라고 지적해 왔습니다. 항암치료시 혈소판 감소 현상은 기본 상식입니다. 제가 지켜보고 기록한 바에 따르면, 김남수옹은 처음부터 이를 알고, 환자가 항암제와 싸워 이길 수 있도록 조혈기능을 높여주기 위한 치료에 최선을 다했습니다.
김남수옹이 (장진영씨의) '암이 문제가 아니라 피의 문제다'라고 말한 것은 다른 이유에서 였습니다. 치료가 시작되고 얼마 지나지 않아, 장진영씨의 암 덩어리는 현저하게 줄어들었고 암세포 전이도 사라졌습니다. 서울대 병원의 진단결과도 그렇게 나왔습니다. 김남수옹은 무엇이 암을 유발시켰는지에 더 관심이 있었습니다. 그 결과 김남수옹은 장진영씨가 술을 즐겨 마시며, 쉽게 멍이 들고, 몇가지 생리적 특이성이 있다는 사실을 알고 '재생불량성빈혈'을 의심하게 된 것입니다. 이때까지 장진영씨는 자신이 악성 빈혈을 앓아왔다고는 상상조차 해본 적이 없다고 했습니다.
피의 문제를 확신한 김남수옹은 난치병인 재생불량성빈혈을 침뜸으로 치료한 사례가 있다며, 이후 암에 대한 치료와 함께 재생불량성 빈혈에 대한 치료도 병행하였습니다. '암이 문제가 아니라 피의 문제다'라고 발언한 것도 그 무렵의 일이었던 것입니다. 참실련은 이같은 전후 사실을 알지 못한 채 김남수옹이 항암제가 혈소판 감소를 초래한다는 기본적인 의학상식도 모르는 돌팔이인양 매도하고 있는 것입니다.
2. 서울대병원 측은 이미 장진영의 침뜸 시술 알고 있었다?-> 장진영씨는 <뉴스후> 보도 후 의료진이 불쾌해할까 걱정했습니다둘째, 참실련은 김영균씨의 책을 또 다시 인용해, 서울대 병원 측이 이미 장진영씨의 침뜸 시술 사실을 알고 있었다고 주장합니다. 요는 서울대 병원은 환자의 침뜸 시술을 금지하지 않았다는 것이지요. 한의사들이 병원 편을 듭니다. 이상하지요? 앞서 증거를 제시한 대로, 김영균씨의 책은 침뜸 치료에 대해 부정확한 내용을 담고 있는 것입니다. 제가 장진영씨를 통해 파악한 바로는, 서울대 병원은 분명 환자의 침뜸 치료를 금지했습니다. 궁금하시면, 한의사님들께서 직접 서울대 병원에 물어보시죠. 서울대 병원이 공식적으로 암환자에게 침뜸을 권하고 있는지, 아니면 금지하고 있는지 말입니다.
사실 병원이 침뜸을 금하고 있는 대목은 참 가슴 아픈 부분이기도 합니다. SBS <뉴스추적>이 얼마전 보도한 바에 따르면, 미국 애틀란타의 한 병원은 항암제 투여환자들에게 대해 원하는 경우 침뜸 치료를 병행하도록 함으로써, 진통완화는 물론 종양축소 등 성공적인 임상 결과를 거두고 있습니다. 의사가 아니라, 환자 본위의 치료가 이뤄지고 있는 것입니다. 저는 한국에서도 환자들의 다양한 선택이 병원에 의해 허용되기를 희망합니다.
저는 장진영씨와 82회를 만나 대화했고, 매번 대화와 치료 내용을 기록했습니다. 저의 기록에 따르면, 장진영씨는 병원에서 자신이 침뜸 치료를 받는 사실을 알게 될까 끊임없이 불안해했습니다. 제가 확보하고 있는 3일치의 인터뷰 녹취록을 포함해, 취재수첩에도 그 같은 내용이 반복적으로 담겨져있습니다.
"그(의사) 분들은 제 몸의 상태도 궁금해 하지 않고, 다만 위를 찍은 사진만 보고.. 제 배를 본 적도 없고, 그런 것조차도 참 이해가 안 가고.." (2008년 11월 16일, 인터뷰 녹취록)김영균씨는 책에서 '담당의사' 한분을 만나, 침뜸 치료를 받아도 좋다는 내용의 언질을 받았다고 적고 있습니다. 이 대목이 사실이라면 장진영씨는 김영균씨로부터 그 같은 내용을 명확히 전달받지 못했었거나, 아니면 담당의를 제외한 나머지 의료진들이 자신의 침뜸 치료 사실을 모르기를 바랬던 것이 분명합니다.
11월 29일 방송된 <뉴스후>의 인터뷰에 응하면서도, 장진영씨는 서울대 의료진이 자신이 침뜸 치료를 받고 있다는 사실을 의사들이 뒤늦게 보도를 통해 알게 되더라도 불쾌해하지 않도록 최대한 배려를 해달라고 요구하기도 했습니다. 또 침뜸 치료 사실이 방송되자, 장진영씨는 서울대병원 측의 반응을 맘졸이며 기다렸습니다. 침뜸 치료 사실을 알고 혹시 병원측이 자신에게 유무형의 불이익을 안겨줄까 걱정했던 것입니다.
"어제 (티비를 보고) 담당 의사가 전화를 했더라구요. 그런데 별 얘기가 없어서 안심했어요." (2008년 12월 2일)병원 측의 승낙 하에 침뜸 치료를 받았다면, 장진영씨는 왜 그토록 침뜸 치료 사실을 의사들이 알게될까 노심초사했겠습니까? 모두가 의사들이 한의학의 요체인 침뜸에 대해 무지하고, 비과학적이라는 이유로 무시하고 있기 때문에 생긴 일입니다. 환자들의 생명줄을 쥐고 있는 의사들이 금지하는 짓을 버젓이 계속할 수 있는 환자가 누가 있겠습니까? 모두에게 생명은 하나뿐입니다. 장진영씨는 침뜸이 좋은 것을 몸으로 체험해 알면서도 병원의 눈치를 보느라 더 이상 하지 못한 것입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