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한두기 표석과 복개한 하천주차장으로 쓰이는 이 곳도 '병문천' 위를 덮어 복개한 곳이다.
이광진
예전에 큰 비가 오거나 태풍이 닥치고 나면 물이 불어나 인근 집이 물바다가 되기 일쑤였다. 이곳에 살던 사람들도, 다닥다닥 붙어 있던 집들도 사라져 어디로 갔는지 알 수 없다.
물론 그 덕에 교통이 편리해져서 이쪽과 저쪽 간에 드나듦이 자유로워지기는 하였다.
이 하천을 경계로 서쪽은 급경사 언덕지대가 되는데, 이런 높은 언덕에 서자복이 자리하는 것은 동자복이 그러한 것과 같다. 이 일대가 '한두기'이고 더 좁게는 '동한두기'가 된다.
'서한두기'는 이 언덕 서쪽이 절벽을 이루고 그 절벽을 '한천' 지류가 갈라놓은 반대편 서쪽 절벽부터 해당한다. 이 지류가 '용연'이고 절벽의 빼어난 형상과 울창한 나무, 옥빛을 머금은 물의 빛깔로 영주십경의 하나로 꼽은 '용연야범'을 이끌어낸다. 말하자면 '병문천'과 '한천', 이 두 하천 가운데 '한천'의 손을 들어 준 셈이다. '한두기'가 이 '한천',곧 '한내'에서 나온 이름이란 걸 생각하면 말이다.
'한내'는 '크다'는 뜻의 '한'을 쓰고 있으니 그도 그럴만 한 일이다.
두 개의 표석이 나란히 있는 것을 볼 수 있다. 하나는 이곳 '한두기'에 대한 여러 설명을 한 것이고, 다른 하나는 한자로 '선반수'라고 써 있는 표석이다. 복개되어 서 있는 이 자리 아래에 예전에 용천수가 있었다는 설명이다. 그러고 보니 십 수년 전에 들렀을 때까지도 여기에 샘물이 있었던 게 떠올랐다. '선반물'이라고 했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