출산은 축복! '미혼모 자녀'는 빼고

[주장] 미혼모 문제를 저출산 정책과 연계해야 하는 이유

등록 2010.01.27 10:45수정 2010.01.27 19:53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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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현재 대한민국 '한부모 가정'은 약 10%에 이른다. 그러나 그에 대한 지원은 미미하다. 사진은 미혼모를 소재로 한 영화 <과속스캔들>
현재 대한민국 '한부모 가정'은 약 10%에 이른다. 그러나 그에 대한 지원은 미미하다. 사진은 미혼모를 소재로 한 영화 <과속스캔들>과속스캔들

최근 저출산 문제를 해결하기 위해 정부가 각종 정책을 내놓고 있다. 참여정부에서는 2006년에 '새로마지플랜2010'을 내놓았고 현재 보건복지부에서 담당하고 있다. 현 정부는 낙태금지를 저출산 정책과 연계하는 방법을 모색하고 있다. 이제 임신은 국가적인 축복이다. 그럼 여기서 퀴즈 하나, 만약 '결혼하지 않은 여자'가 아이를 가졌다면 어느 부서에서 지원을 받을 수 있을까? 정답 지금은 보건복지가족부, 3월 19일부터는 여성부이다.

당신이 결혼한 여자라면 정부의 지원 아래 출산 및 아이 양육에 관해 도움을 받겠지만 '결혼하지 않은 여자'라면 조금 복잡해진다. '미혼모'라는 꼬리표가 붙기 때문이다. 미혼모는 가족문제로 분류된다. 그래서 보건복지부 산하 '아동청소년가족정책실'의 가족지원과에서 담당하고 있다. 그러므로 아이를 낳더라도 출산 장려를 위한 각종 혜택을 받을 수 없다. 게다가 3월19일부터 가족과 청소년 정책은 여성부 소관이 된다.

삭감된 복지예산, 빈곤에 노출되는 미혼모들

현재 대한민국의 '한부모 가정'은 약 10%에 육박한다. 그러나 그에 관한 지원은 미미한 상태이다. 물론 '2010년 예산추경정부안'에는 '청소년·한부모 자립지원 사업'이 포함되어 있다. 그나마 이 지원 사업도 이번 4월부터 실시된다. 문제는 이 혜택이 저소득층 미혼모에게만 해당된다는 점이다. 올해 혜택 받는 수는 최저생계비 150% 이하(2인 129만원)의 1만 4천 가구이다. 2003~2007년에 출산한 '19세 미혼모 수'만 1만 7172(2008년 국정감사 자료)건이다. 이는 정부가 지원한다고 구색만 갖추는 셈이다.

보건복지가정부는 빈곤 탈출을 지원하는 차원에서 기초 수급자인 미혼모에게는 매달 5만원, 비기초수급자에게는 매달 10만원씩 지원'할' 예정이다. 현재는 자립을 지원하는 차원에서 직업 교육 등의 경비로 매달 1만원이 지급되고 있다. 이런 식으로는 양육은커녕 자립도 불가능하다. 아이를 양육하기로 결심한 미혼모들은 경제적 빈곤에 더 쉽게 노출되어 있는 셈이다. 반면 가정이 있는 여자들은 산모 도우미부터 아이 양육 및 출산 휴가까지 다양한 지원 제도가 마련되어 있다.

이런 현실에서 미혼모들은 아이를 기르기 쉽지 않다. 결국 그들 중 상당수가 입양을 결심한다. 한국이 해외 입양 아동 수가 많은 것은(현재 세계 4위) 미혼모들이 무책임해서가 아니다. 바로 사회 구조적인 문제이다. 정부의 제도적 지원이 열악하기 때문이다. 아이를 입양한 가정은 부모의 경제능력과 상관없이 한 아이당 13세까지 경제적 지원과 의료보호를 함께 받는다. 그러나 미혼모들이 지원을 받으려면 저소득층이어야 한다. 그리고 지원은 아기 나이 10세까지만 이루어진다. 미혼모들은 아이를 입양 보내는 것이 경제적으로 유리하다. 정부와 사회 각층은 출산율이 낮다고 걱정하지만 결혼하지 않은 여자들의 임신은 인정하지 않는 셈이다. 바로 이 때문에 똑같이 출산을 해도 미혼모 지원은 저출산 정책과 연계되지 못하고 있고 미혼모들은 결혼한 여자들과 동등한 지원을 못 받는다.

실제로 한국에 있는 대부분의 미혼모 시설은 입양 기관과 함께 운영된다. 물론 미혼모의 양육을 돕는 시설도 있다. 애란원에서는 출산을 돕고 미혼모들이 아이와 자립할 수 있는 계획을 세울 수 있다. 애란원은 현재 4개의 센터를 함께 운영한다. 그 중 '모자의 집'은 출산을 마친 미혼모들이 실질적으로 자립할 수 있도록 직업 교육을 담당한다. 교육 후 직업이 생기면 무료로 집을 제공하는 '애란 자립홈'으로 들어갈 수 있다. 단, 직업이 있는 경우다. 직업이 없는 경우 직업을 가질 수 있도록 기본적으로 고졸학력및 직업훈련을 지원한다. 애란원은 전체 운영비용의 55%를 보건복지부로부터 지원을 받는다. 그 외에는 모두 후원에 의존한다. 그러나 3월이 되어 여성부가 미혼모를 담당하게 되면 지원금이 어떻게 책정될지 모른다.


임신을 장려하지만 아빠없는 아이는 외면하는 현실

최근 소외계층을 위한 후원이 많지만 미혼모들은 기업 후원을 받는 것마저 어렵다. 현재 애란원을 후원하는 곳은 중소기업이나 외국계 기업, 개인이다. 보통 기업들은 자신의 브랜드 제고 차원에서 후원을 하기 때문에 사회 이슈가 되는 단체에 주로 후원을 한다.


실제로 애란원의 한상순 원장에게 시설을 운영하면서 가장 힘든 일이 무엇이냐고 묻자 "'미혼모를 도와주면 미혼모가 늘어나서 안 된다'라는 이야기를 듣는 경우가 많다. 이럴때면 너무 힘들다"라고 대답했다. 미혼모를 지원하는 것은 국가 장래를 위해서도 긍정적인 일이라고 밝혔다. 한 원장은 '미혼모들이 경제적으로 자립을 한다면 빈곤에서 벗어날 수 있고 아이들은 고령화 사회를 대비해 건강한 경제 주체로 거듭날 수 있기 때문'이라며 "미혼모는 젊기 때문에 재교육이 용이해요. 게다가 아이를 직접 기르겠다고 결심한 미혼모들은 양육 의지가 강하기 때문에 지원만 된다면 자립이 쉬워요. 그 때문에 정부 차원이든 사회차원이든 현실적인 지원이 절실합니다"라고 강조했다. 여성부 통계자료에 따르면 미혼모 시설에 입소한 미혼모들 연령별 비율은 21세~25세가 45.8%로 가장 많다. 그 다음으로 16세~20세가 31.5%, 26세~30세가 14.3% 이다.

아이에 대한 책임을 외면할 수 있는 한국의 미혼부들

그러나 정부, 사회의 지원 이외에 더 중요한 것은 '미혼부'에 대한 태도이다. 한국의 미혼부들은 아이 부양에 대한 법적 책임은 있지만 강제성이 없어서 책임을 지고자 하지 않는다. 한국 사회가 미혼모에게 가혹한 것도 따지고 보면 '아빠없는 아이'를 낳았기 때문이다. 그러나 '엄마 없는 아이'를 가진 미혼부에 대해선 관대하다. 그리고 결혼하지 않은 남자에게는 아이가 있더라도 부양의 의무를 지우지 않고 있다.

캐나다의 경우 미혼부가 책임의 의무를 지지않을 경우 구상권을 행사하기도 한다. 한국에서는 미혼부에게 책임을 부과하지만 강제성이 없으므로 면피하는 경우가 많다. 아이 양육과 관련된 모든 비용은 오롯이 미혼모가 부담해야 한다. 미혼부에게 책임을 강제할 필요성이 바로 이 때문이다.

아울러 미혼모에 대한 인식도 바뀌어야 한다. 한국 사회는 남성 위주의 결혼 가정만을 인정하기 때문에 변화가 쉽지 않겠지만 중요한 문제이다. 미혼모에 대한 지원은 현재 한국 사회가 마주하고 있는 저출산 문제와 빈곤 문제, 나아가 고령화 문제까지 아우를 수 있기 때문이다. 아이를 낳으라고 채근하기 전에 이미 아이를 낳은 여자에게 도움 주는 것부터 진지하게 고려해야 한다.
#미혼모 #저출산 정책 #새로마지2010 #빈곤탈출 #싱글맘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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