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북카페 '세렌디피티'의 내부. 왼쪽 책장에 있는 책들은 이희순씨 집에 있었던 책들이다. 세렌디피티는 우연한 행운이라는 의미다.
안소민
전주 한옥마을의 북카페 '세렌디피티'는 노란색으로 기억된다. 마치 안개 가득한 유럽의 잿빛하늘에 하나 둘 켜지는 오렌지색 가스등처럼 '세렌디피티'는 메마른 전주 한옥마을 겨울풍경에 핏기를 불어넣어 준다.
북카페의 주인 이희순(38)씨는 서울에서 10년간 직장생활을 하다가 고향인 전주로 내려왔다. 웹기획 관련 일을 했던 이씨는 전주에 내려올 때만 해도 일자리를 곧 잡을 수 있을 거라고 생각했다. 그러나 여건은 생각만큼 쉽지 않았다. 웹기획 10년 경력을 살려서 취업을 하려했으나 전주에는 일자리가 없었다. 있다고 해도 모두 영세한 사업체들이었으며 형편은 어려웠다.
방향을 바꿔 사무직으로 지원하기로 했다. 구인광고를 보고 연락을 했지만 대답은 모두 비슷했다. 10년차 웹기획 경력을 부담스러워 하는 것. 아니면 나이 어린 직원을 원했다. 간혹 일자리가 생겨도, 대부분 노동부에서 지원하는 고용지원금을 수령하는 것이 목적인 경우가 많았다. 6개월을 넘기기가 힘든 상황이었다. 그는 두 가지 장벽에 부딪쳤다. 나이와 경력. 이씨의 경우에는 경력이 너무 많은 게 문제였다. 문을 두드려보았지만 취업의 벽은 단단하고도 높았다.
"의외로 취업이 안 돼서 당황했어요. 서울에서는 일의 능력여부에 따라 급여가 결정되었는데 여기(전주)에 왔을 때 가장 당황했던 점은 급여를 정하고 취업의지를 묻는 거였어요. 나이제한도 심했죠. 자영업을 하는 사람이 많다보니 고용주가 저랑 나이가 비슷하거든요. 저보다 어린 사람을 원하더라고요. 그 점을 이해못하는 건 아니에요."웹기획 10년차, 한옥마을에 북카페 차리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