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CJ그룹 본사 사옥.
이정환
그러나 '파격'은 거기까지였다. 동시에 한국 재벌이 허용할 수 있는 '최대치'가 어디까지인지도 함께 나타나기 시작했다. 2005년 3월 시행된 '5%룰'을 다룬 보도에서 단적으로 드러난다.
특정 기업 주식을 5% 이상 보유하면, 보유주식과 주식구입 자금 출처를 금융감독원에 신고토록 한 '룰'을 이 회장이 어긴 것이다. 당시 이 회장은 자금 출처를 밝히지 않은 몇몇 재벌 2∼3세에 포함됐다.
당시 보도를 보면 "이 회장은 3668억 원어치의 주식을 갖고 있다고 신고는 했지만, 정작 어디서 얼마의 돈이 생겨 주식을 샀는지 밝히지 않았다"고 전하고 있다.
'사고'는 연달아 터졌다. 다음해인 2006년에는 급식사고가 일어났는데도 이 회장이 외국에 체류 중인 사실이 알려지면서 여론의 집중포화를 맞았다. 다시 2007년에는 "사업과 큰 관련 없어 보이는 강남의 한 나이트클럽을 계열사인 엠넷미디어를 통해 매입하려던 일"이 보도되면서 구설에 오르기도 했다.
이처럼 '1인 지배'의 부작용이 하나씩 모습을 드러내는 동안, 오히려 '가족 지배'는 강화되는 모습이었다.
2004년 말 이 회장 누나인 이미경씨가 CJ엔터테인먼트 및 CJ미디어 부회장으로 승진했다. 그전까지 CJ엔터테인먼트 상무로 미국에 있던 '누나'였기에 재계에서는 '남매 경영'이 본격화된 것으로 해석했다. 2006년에는 장남 선호씨가 CJ 미디어의 개인주주로는 최대주주 자리에 올랐다는 소식'마저' 전해졌다. 그때 선호씨의 나이는 17세였다.
굴업도 개발 목적 "회장 가족의 재산 증식"그 다음은 다시 제2막. 무대는 '엉뚱하게도' 외딴 섬, 굴업도다. 최근 환경훼손을 우려하는 시민·환경단체의 반발이 거세게 일어나고 있는데도, 골프장을 포함한 종합휴양관광지를 건설하고야 말겠다는 CJ. 그 선두에 C&I레저산업이란 '듣보잡' 계열사가 있다. 물론, 알고 나면 '알맹이' 회사다.
주요 주주가 이재현 회장 가족이다. 2009년 3월 31일 기준, 이재현 회장 지분율이 42.11%, 장남 선호씨 37.89%, 장녀 경후씨 20%로 나타나 있다. 이 대목에서 다시 등장하는 '1막의 이씨', 그는 다름 아닌 C&I레저산업 감사로 굴업도 개발을 주도했던 것으로 알려져 있다.
굴업도 개발이 기실 "부동산 가격 상승에 따른 회장 가족의 재산 증식"을 위한 것이란 주장이 시민단체들 사이에서 나오는 것도 그 때문이다. 지난달 29일 CJ그룹 본사 앞에서 열린 '굴업도 Ocean Park 사업 중단을 촉구하는 기자회견'을 통해 11개 시민단체는 이같이 주장하면서 "수천억 원의 차명 비자금을 관리하는 과정에서 물의를 빚은 점을 사죄하고 굴업도 개발사업을 포기하라"고 요구했다.
앞서, 지난해 12월 24일 경제개혁연대도 논평을 통해 "CJ측은 차명자금에 대해 국세청에 자진신고하고 관련 세금도 납부했다고 주장하고 있으나, 그 규모가 총 얼마이고 언제 어떤 종류의 세금을 납부했는지 등 사실관계가 정확히 확인되지 않아 의혹은 전혀 해소되지 않고 있다"며 "결코 흐지부지 처리될 사안이 아니"라고 강조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