제주올레 15코스 |
제주 올레 15코스가 개장됐다. 제주올레 15코스는 한림항 비양도 도항선선착장-평수포구-대림안길 입구-영새성물-성로동 농산물집하장-귀덕 농로-선운정사-버들못 농로-혜린교회-납읍 숲길-금산공원 입구-납읍리사무소-백일홍길 입구-과오름 입구-도새기 숲길-고내봉-고내촌-고내 교차로-배염골 올레-고내포구까지 19Km로 5-6시간이 소요된다.
그중 한림항 비양도 도항선선착장-평수포구-대림안길 입구-영새성물-성로동 농산물집하장-귀덕 농로까지는 5.5Km로 바다갈매기와 파랗게 물들인 양배추 밭과 마늘밭이 지평선을 이룬다. |
겨울바람 녹이는 축제의 올레
바람이 세차게 불어댔다. 제주시 한림항 수산물어판장 앞에는 1500여 명의 올레꾼들이 모여들기 시작했다. 커피를 마시는 사람들, 올레송을 부르는 사람들, 올레 엽서를 쓰는 사람들, 한림항 어판장은 순식간에 축제분위기였다.
12월 26일 10시, 드디어 제주올레 15코스가 길트기를 했다. 동호인끼리, 가족끼리, 친구끼리, 연인끼리, 어깨를 겨루며 걷는 올레길은 어느새 북새통을 이뤘다. 이날 비양도 앞바다에서 불어오는 바람은 살을 에는 듯했으나 올레꾼들의 마음은 행복했다.
갈매기떼 넘나드는 포구 갯바위군무가 환상
한림항에서 720m 떨어진 평수포구, 겨울바다 갯바위에 날개를 접고 앉아 있는 손님이 있었다. 바다갈매기였다. 날개 짓도 없이 갯바위에 몸을 녹이는 바다갈매기는 한적한 포구 갯바위가 아지트였다. 출렁이던 파도도 잠시 포말을 거었다. 겨울 바람이 갈매기의 날개에 비상을 재촉했다.
하늘에 수를 놓은 갈매기의 춤, 드디어 군무가 시작됐다. 제주올레 15코스 개장을 축하라도 해 주듯이 춤을 추었다. 겨울바다 갈매기 떼들의 군무는 환상적이었다. 평소 같으면 손에 잡힐 듯 보이던 비양도가 오늘은 바다 건너에 떠 있었다.
마을 올레 폭낭, 마을 사람들의 사랑방이었다
한림읍 한수리 평수포구를 지나자, 바다를 등지고 걸을 수 있었다. 한림읍 대림리 안길로 접어들었다. 마을올레는 언제 바람이 불었느냐는 듯 포근했다. 눈만 빼꼼히 내놓고 걷던 올레꾼들의 발길이 느슨해졌다.
마을 올레 한가운데는 폭낭이 서 있었다. 제주의 어느 마을이나 집 올레에서 합쳐지는 마을 올레 삼거리에는 고목나무가 서 있다. 제주사람들에게 삼거리 고목나무는 마을 사랑방이나 다름이 없었다. 지금에야 복지회관이 세워졌고 많은 시설들이 들어섰지만, 예전에 마을 삼거리 고목나무는 마을 사람들의 아지트였다.
이 고목나무 아래는 여름이면 그늘을 제공하기도 하고, 마을사람들이 담소를 나누는 사랑방 같은 곳이기도 했다. 뿐만 아니라 동네 아이들의 구슬치기나 숨바꼭질을 하는 놀이터이기도 했다. 하지만 지금 삼거리 올레 고목나무는 심심하게 서 있을 뿐이다. 대림리 올레에 개 짖는 소리가 들렸다. 한적한 시골마을에 갑자기 많은 올레꾼들이 길을 걷다보니 그 발소리에 강아지도 기쁜가 보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