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그림4] 2009년 완성차 5사 승용차(내수) 판매증가율(%)(* 자료: 한국자동차공업협회)
새사연
대기업은 올해 순이익의 일정 비율을 사회에 환원해야외환위기 이후 신자유주의적 구조개혁이 진행되고 운영원리가 확립되면서 기업의 주인은 주주라는 인식이 광범위하게 퍼져 있다. 그러나 기업은 '주주의 조직'이 아니라 '사회적 조직'이다. 기업의 임무를 막대한 이익을 얻어 주주에게 배당되는 것으로만 한정되어서는 안 된다는 뜻이다. 기업은 공동체의 삶을 안정시키고 생산력을 높이는 데 기여해야 하는 사회적 책임을 가진 조직이며 이미 그 구성이 사회적으로 형성되어 있는 조직이다.
전경련은 최근 "폭 넓은 사회공헌활동은 비용이 아니라 기업의 미래를 위한 투자이자 기업에 대한 사회적 이미지 제고를 위한 최상의 무기"라고 강조하고 있다(전경련 외, 2006, "2006년도 투명사회협약 경제계 실천계획"). 급속히 유행하고 있는 이른바 기업의 사회적 책임(Corporate social responsibility, CSR)을 이야기하면서 사회공헌활동과 사회공헌기금을 조성하는 차원인 셈이다. 그러나 전경련과 대기업은 그들 스스로 말하는 것처럼 CSR을 기업의 이미지 극대화를 위한 수단으로써 활용하고 있을 뿐이다.
단적으로 기부금 규모가 이를 말해주고 있다. 올해 3분기까지 대기업들의 기부금은 지난해보다 40퍼센트 가까이 줄어든 4439억 원이며 순이익 대비 1.6퍼센트에 불과하다(재벌닷컴 발표를 인용한 프레시안 2009년 12월 11일자 보도 재인용). 현대차와 정몽구 회장의 경우에는 기부금을 올해 상당 부분 늘렸다고는 하나 고운 시선을 주기 어렵다. 정몽구 회장은 현대기아차그룹의 3세 승계 등을 위해 2000억 원을 횡령하거나 배임한 혐의로 유죄판결을 받았고 2007년 집행유예를 받아 풀려나기 전에 1조 원의 사재출연을 이미 약속한 바 있기 때문이다. 올해 현대자동차와 정몽구 회장의 기부금은 각각 수백억 원에 불과하다.
사실 개별 기업이 얼마나 기부했느냐 하는 것은 중요하지 않다. 더 중요한 것은 사회적 재분배를 어떻게 제도화할 것이냐 하는 것이다. 사회적 재분배를 극대화하기 위해서는 기업의 선심이 아니라 적절한 조세정책을 통해 초과 이익을 국가로 환수하고 국가가 사회적 투자에 나서도록 하는 것이 중요하다. 한편 기업의 이익은 그것이 가능하도록 만들어 준 노동자들과 하청기업, 그리고 하청기업의 노동자들에게 갈 수 있도록 하는 것이 되어야 한다.
이미 오래전부터 이런 취지에 따라 대기업들의 사내 유보금을 사회적 기금으로 만들어야 한다는 요구가 있어 왔다. 올해에도 사내 유보금은 계속 늘어 연말까지 10대 그룹이 약 50조 원에 달하는 현금성 자산을 보유할 전망이다. 경총 등 사용자단체는 이런 요구에 대해 반대하고 있다. 사내 유보금 처리는 주주의 권리이며, 고정자산 형태가 많아 처분이 용이하지 않고 아직도 국내 기업의 사내 유보금은 다른 나라 대기업에 비해 적은 수준이라는 것이다.
경영계는 사내 유보금의 사회적 기금화에 대해 그 필요성을 반박하고 있지는 않다. 다만 갖가지 제도적 문제를 들거나 글로벌 경쟁을 위해서는 어쩔 수 없다는 식이다. 백보 양보한다 하더라도 사회의 이익이 대기업들에 집중되고 있는 현 상황에서, 고용과 투자의 여력이 대기업들에만 있는 상황에서 대기업들은 최소한 사내 유보금의 내역과 현금성 자산의 상세한 내역에 대해서 공개해야 한다. 쌓여 있는 이익은 그들만이 잘해서 만들어진 것이 아닌 만큼 이해관계자들이 내역을 알도록 하는 것이 당연하다.
또한 경제위기를 맞아 국민경제 전체가 위기에 빠진 상황에서 국가의 세제혜택으로 상당부분 이익실현을 했다면 최소한 올해 순이익의 일정 비율은 사회기금으로 내어 놓는 행동을 해야 할 것이다. 지금까지 현대자동차의 사례를 보았듯이 올해 이익은 분명히 사회 구성원들의 특별한 지원과 희생으로 이루어진 것이지 않은가?
마지막으로 노동조합에도 당부한다. 노동조합은 현대 기아차 경영진에게 보다 강력하게 이를 촉구해야 하며, 동시에 성과급의 일부를 출연해 스스로도 성의를 보이는 것이 대기업 노동자로서의 사회적 책임이 될 것이다.
덧붙이는 글 | 새사연 이상동 경제연구센터장이 작성한 글입니다. 이기사는 새로운사회를여는연구원(http://saesayon.org)에도 실렸습니다. 오마이뉴스는 직접 작성한 글에 한해 중복 게재를 허용하고 있습니다.
저작권자(c) 오마이뉴스(시민기자), 무단 전재 및 재배포 금지
오탈자 신고
댓글
새사연은 현장 중심의 연구를 추구합니다. http://saesayon.org과 페이스북(www.facebook.com/saesayon.org)에서 더 많은 대안을 만나보세요.
기사를 스크랩했습니다.
스크랩 페이지로 이동 하시겠습니까?
연도별 콘텐츠 보기