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대정고을 올레꾼대정고을을 걷는 올레꾼
김강임
대정고을 올레, 고난의 피난처인가?낮 12시 10분, 무릉 2리 자연생태문화체험골에서 출발한 제주올레 11코스 거꾸로 걷기는 2시간만에 정난주 마리아 묘에 도착하면서 끝났다. 8km를 걸은 셈이다.
보온병 물을 컵라면에 부어 놓고 라면이 익어가기를 기다렸다. 가족끼리, 친구끼리 동호인들끼리 온 사람들은 둘러앉아 이야기를 나눴는데, 그 모습이 평화롭다. 보온병 물이 식어서 설익은 라면으로 고픈 배를 채웠다. 하지만 라면 국물 맛은 여느 해장국물보다 맛이 있었다.
길을 걷다 먹는 과일 한 조각, 초콜릿 한 조각 그리고 감귤 하나에 감사함을 느끼는 순간이었다. 그곳이 바로 피폐한 올레꾼들의 마음을 따뜻하게 하는 원동력이 아닐까? 아마 그것은 길을 걷어본 사람들만이 느끼는 풍요 속 빈곤일 것이다.
강아지를 앞세우고 길을 걷는 올레꾼 뒤에 빨간 동백꽃이 피어 있었다. 파란리본과 노란 리본이 동백꽃 가지 끝에 대롱대롱 매달려 있었다. 수백년 전 제주섬에 유배 온 사람들이 힘든 심신을 달랬듯이 제주올레를 걷는 사람들 역시 대정고을 마늘밭 끝에서 틈새의 여유를 누리고 있었다. 바람 부는 대정고을, 그곳은 고난의 피난처였기 때문이다.
덧붙이는 글 | 11월 28일 제주올레 11코스 거꾸로 걷기 공식행사에 참석했습니다.
11코스 거꾸로 걷기 기사는 생명을 잉태하는 무릉도원 곶자왈 올레와 바람의 땅에 유배해서 생을 마감한 정난주마리아묘, 최대 공동묘지올레 모슬봉, 온몸이 오싹한 최대 양민학살지 섯알오름, 지평선 따라 걷는 감자밭 올레를 연재합니다.
이 기사는 제주의 소리에도 연재됩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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